종일 하늘에서
붉게 서성이던 해는
서쪽 산을 넘어가고
산들로 둘러싸인
산골에도 어둠이
빈틈없이 찾아든다.
태양을 피해
숨어있던
달者, 달놈이
어둠을 판치는,
그 순간이 온 것이다
마참내
어둠의 산등성 너머로부터
달者의 상판이 들어나고
그者의
반질반질한 상판의 잔영이
대지를 귀곡스럽게 메운다
귀곡산장의
귀신이 무색하리만치
귀신이 따로 없는 세상,
달者가 귀신이고
달者가 어둠의 제왕이된 것이다
어둠이 지배하는 세상이
달者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달者의 상판에서 풍겨나는
달者의 눈초리,
어둠의 구석구석
대지위의 모든 생명들에게
쏟아붓는다
잠시도 그 눈초리를
벗어날 기회도 주지 않는다
귀신불이 되어
어둠속을 꼬나보는,
묘한 눈초리? 아닌 달초리
싸늘한 달초리,
차거운 달초리,
음흉한 달초리,
게슴츠레 대지를
꼬나보는 그 모습,
덜된 인간들의
영혼을 옭아매는...
한번 옭아 매이면
대가리가 깨져도
올가미를 벗어날 수 없는,
스스로 그 올가미를
벗어나지 않을려고 하는,
희안한 눈초리,
눈이라기보다는
얼굴쌍판이랄까?
중천에 뜬
그 모습을 보노라니,
대지에 싸인
어둠을 굽어 보는 것인지?,
어둠에 싸인
대지를 굽어 보는 것인지?
천지간의 어둠의 정화를 모아
태연히, 어둠을 대변하는
어둠의 자식인지?
하늘의 낮자리는,
태양에 뺏기고
하늘의 뒷골목,
어둠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
태양에 뺏긴 분기를
대지를 향해 뿌려대듯
밤새 냉기를 뿌려댄다.
어떻게 꼬셨는지
달者의 차거운 눈초리를 닮은
싸늘한 바람을 꼬셔
냉기를 널리 퍼뜨리기도 한다
그러니 달者는
참으로 건방시럽다.
산골을 둘러싼
산등성이 넘어
도회의 희미한 잔영도
얼어붙은 듯한
이 밤
...
이 모든 것은
무지, 어리석음에 기인한다
어리석은 달초리인 것이다.
언제나,
곧 귀곡산장의
열쇠을 반납하고,
자리을 빼야할 운명이거늘,
언제나
귀곡산장에 머무를듯이
착각한다.
착각하는 체
쇼를 한다.
착각하는 체
쇼를 하여야 한다.
곧 서방세게로
허둥지둥 쫓아갈 운명이면서
허둥지둥 쫓겨갈 운명이면서
...
그것은 숙명이다
어쩌면
달者은 불쌍하다
불쌓하게도
천지간의 기운으로
귀신의 운명을
타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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