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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개는 짖는 데...

by 靑野(청야) 2021. 11. 30.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 ,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 1754~1822)  >

 

 

一犬吠 (일견폐)  한마리 개가 짖으니

二犬吠 (이견폐)  어떤 (옆집) 개가 짖고

萬犬從此一犬吠(만견종차일견폐)  온 동네개들(만견)이 따라 짖는다

呼童出文看 (호동출문간)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아이를 불러 문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月挂梧桐第一枝(월괘오동제일지) 달이 오동나무 제일 큰 가지에 걸렸(다는)구나

 

견폐라, 개가 짖는다는 뜻이다..

 

오동나무에 걸리 달을 보고

개는 주인에게 알릴 요랑인가?

 

‘주인양반 나와 보셔.

평소 주인 나으리 좋아하든 보름달이 떠서

오동나무에 걸렸으니, 거닐어도 좋고,

평소처럼 친구들이나 기생이라도 불러 

동동주를 마셔도 좋고,

아니면 나 데리고 산책하여도 좋고…’, 

 

그래 한번 짖어 보았건만,

옆집 犬순이는 와 짖노?

犬순이 따라 온 동네 개들이 짖네.

영문도 모르고

무조건 짖고 보자?

왜?

 

一犬呶呶群犬吠 (일견노노균견폐) 한마리개가 짖으니 다른 개들도 짖어대는데,

孤村月落夜三更 (고촌월락야삼경) 외딴 마을에 달 저무니 밤이 삼경이네

門前恐豺狼過(문전역공시랑과) 문앞으로 승냥이(豺)와 이리(狼)가 지나가지 않을까 무섭고

閭巷還疑盜賊行 (여항환의도적행) 마을에 도적이 돌아다니니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喚起家童潛看察 (환기가동잠간찰) 아이 종을 불러 깨워서 몰래 살펴보게 하고

旋呼直宿細窺聽 (선호직숙세규청) (하인들을) 번갈아 불러 잠자며 지키며 자세히 엿듣게 하네

仁民愛物無賢倅 (인민애물무현쉬) 백성과 백성의 재물을 사랑하는 어진 수령(倅)이 없으니

梗化人多獸有獰 (경화인다수유영) 감화(感化)가 막혀 사람들이 짐승처럼 사나워 졌구나

 

이 외딴 산골에

짖는 개들이  와 이리 많노?

고양이, 고라니도 가세한 모양이다.

그네들이야 영문도 모르고 짖어댄다.

묏돼지, 승냥이와 이리가 가세 안한 것만해도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희안하다.

 

거실TV에, PC나 핸드폰 화면속에는,

외딴마을에 동네 개 짖는 소리,

상대를 향해,

떼를 지어 으르렁거리는

또 다른 수만은 개들의 짖는 소리에 어울려,  

 

누구를 매도하고,

침소봉대,따돌리고,

영문을 알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황당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작전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덮어 씌우기도 하고…

 

개처럼 짖는 사람들이,

개보다 못한 사람들이 창궐한다.

 

달밤도 아닌데,

왠 개소리로 들리나?

그 소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미디어들.

 

백성과 백성의 재물을 사랑하는

어진 정치가가 없으니

감화(感化)가 막혀

사람들이 짐승처럼 사나워 진 것인가?

 

정치란 개수작인가?

원래 인간이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인가?

 

정치하는 사람들이 각기

자기 대장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외견상으로 볼 때 매우 당연하다.

 

그러나

그 주인의 리더쉽이 바르고,

견해가 정당하고 옳다면,

믿고 따라 가도 된다.

 

그러나 대장의 하는 일이

정의롭지 못하고,

인간공동체의, 약속을 저버리고,

집단의 사리사욕이나

집단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정의롭지 못하거나

불의한 일을 부추긴다면

그것이 어찌

정상적인 민주체제라 할 것이며,

 

거기에 맹종하는 인간들이

어찌 정상적인 민주체제의 구성원이라 하겠는가.

더구나 대장이 무능하여,

무능한 일을 조장하고,

대장의 하는 일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릴 의도와 역량이 없으면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들이라면,

그것은 조폭의 무리거나,

단지 주인에게만 충실한 개에 불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길들여진 개는

언젠가는 주인을 물게 되어 있다.

보름달에 걸린 달을 보고 짖던

그 개의 맹목적인 추종은,

언젠가는

주인의 목으로 이빨를 들이 되게 될 것이다.

 

거짓과 사악함은 자연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침묵은 자연이 말하는 최상의 인내이다.

 

자연이 침묵한다고,

자연의 순리를 배반하지 말아야 한다..

 

그걸 모르는 인간들이라면,

참으로 한심하다고 할까,

불쌍하다고 해야 할까?

 

오천년 역사에,

기르던 개에게 물리는 사례가

그런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어째 오늘날까지

개처럼 행동하는 자는

왜 그리 많으며,

개처럼 맹목적 추종자는 끊이질 않는가?  

 

외딴 마을에 달 저무니

밤은 삼경으로 가고 있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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