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필요할때 아니면 먼저 전화하지 않는 아들에게
안부전화는 카톡으로 전화해도 되는 시간대를 확인하고 난 후
대부분 내가 건다.
나] ㅇ아, 잘있나?
아들] 응 잘있다
나] 밥 안굶고 다니제?
아들] 제발, 그런 걱정마라. 잘 먹고 지낸다
(우리아들은
"굶지말고 다녀라. 살이 많이 빠졋더라.
건강해야한다. 인스탄트 말고 제때 제대로된 밤 좀 사먹어라
고기도 좀 사먹고....'" 라는 소릴 참 싫어한다.
간섭으로 들리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전화할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묻는다
거진 그래야만 되는 의무 사항처럼
묻고 다짐받기를 반복한다)
나] 아르바이트는 잘 다니냐?
(한달전에 아르바이트 하기로 했다기에,
사회 경험이다 싶어, 잘해봐라 한 기억이 난다)
아들] 으~ 엉~ 그런데...
나] 그런데, 뭐?
아들] 별거 아니다
나] ( 더 궁금해 진다).
뭔데, 속에 두지말고 이야기해봐라
아들] ...내가 아르바이트 월급 탓다 아이가.
그래서 아빠한테 뭐하나 사주까 생각중이다
뭐 사주까?.
나] 그래? 첫 월급이네?
나는 괜찮다. 모았다가, 용돈이나 여행다니는데 보태써라.
시간되면 여행도 다녀야한다. 방학때는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쓸데없으면 저금해두거라
아들] 월급많다. 쓸데도 별로 없다
그래도, 생애 첫 월급인데, 뭐 하나...
나] 괜찮다니까...
(주말 이틀동안하는 월급이 얼마나 많겠냐만은,
난생 처음으로 스스로 번돈이라
아들한테는 많아 보이는 모양이다)
아들] 그러면 내가 알아서 하께...
(나한테는 쓸데없겠지만,
아들한테는 의미있을 수 있다 싶은 것을
사보낼지 모른다
몇푼되지 않은 월급을 다쓸지도 모른다
그래서, 차라리...)
나] 아~ 알았다~.
그러면, 막걸리 한병만 사주라
딱 한 병이면 된다.
아들] 그건 좀~~~
알았다.
어떻게 전달할 지. 생각해보고...
전화를 끊고 눈물이 핑 돌았다.
초등학교 4학년때이후, 참 오랫동안 방황하고 삥삥 둘러온 녀석이다.
이제 철이 많이 들고, 거진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녀석이 정식 직장월급이 아니고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인데,
아빠를 생각하고 뭔가 성의를 표하고 싶어하는 착한 그 녀석의 마음 씀씀이가
더욱 내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에서
그 전공으로는 도저히 못따라 가겠다며
울면서 편입을 허락해달라고 하던 때 이후
두번째로 나를 울컥하게 한 것이다
나도, 나이를 많이 묵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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