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주제로 한
온라인 사이버학술대회가 열렸다.
제목은
‘숭고함과 더러움의 5중주'
똥은 ‘생명과 순환’을 뜻해 숭고하다.
사람들은 제 몸속에서 나온 걸 불결하다 여기며 멀리 한다.
5중주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 이슬람교, 기철학을 가리킨다.
이들 종교 교리·문화가 ‘똥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는가’를 들여다는 데...
그래서, 그 5중주에 빠진 이야기, 나의 분연(糞緣)경험을
한번 들여다 보았다.
1. 북곽선생(北郭先生)
옛날에
인격이 고매하기로 유명한 북곽선생(北郭先生)이라는 분이 있었다.
그는 겉으로는 인품이 고매한 유명한 도학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당시 동리자라는 이름의 수절 과부로 이름이난 여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
그런데 어느날 북곽선생이 수절과부와의 밀회장면을
다른 사람도 아닌 과부의 아들들한테 걸린 것이다
동리자는 겉으로는 수절과부이지만,
다섯명의 배다른 아이들을 둘정도로 뒤로 호박씨 까는
천하의 끼쟁이였던 모양이다
북곽 선생이 우찌알고, 아니면 동리자가 우찌 꼬셔 북곽선생과 밀회를....
동리자 아들들이 밀회 현장을 보니
어머니의 밀회 상대가 그 이름 드높은 북곽선생이라.
그래서 생각했다.
'저 사람은 북곽선생일리가 없다
아마도 여우가 둔갑해서 어머니를 탐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여우를 잡겠다고 몽둥이를 들고 쳐들어갔더니,
북곽선생이 놀라서 급히 도망을 갔다.
그렇게 도망가다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는데,
하필이면 들판에 아무렇게나 싸질러 놓은 똥통이였다
체면 구기고 옷정리하려고 봤더니,
앞에 호랑이가 한마리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북곽선생은 살아보겠다고
호랑이한테 시경(詩經)구절을 씨부리며 아첨을 떠는데,
어이없는 위선에 기가 막힌 호랑이가
'더러워서 너 같은 놈은 안 먹는다'
그러곤 가버렸다
북곽선생은 호랑이가 간 줄도 모르고
연신 업드려 절하면서 호랑이한테 아첨을 늘어놓는데,
마침 지나가던 노인이 이 광경을 보고
'왜 허공에 대고 절을 합니까?'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실려있는 한문소설, '호질(虎叱:호랑이이 꾸짖음)'
2. 데모
1972년 10월 17일에 유신헌법이 공표되었다.
1973년도 대학에 입학하자 아마도 '유신 반대' 데모에 동참하곤 했다.
그해 봄인가 그 다음에 봄인가
대지에 잔설(殘雪)이 남아있던 때이니 3월 초순이였나보다.
입학하자마자 아니면 개학하자마자
유신반대데모에 태능옆 동네인 공릉동의 공돌이들도 나도 나섰다
고려대학 인근에서 집결하는 데모에 동참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공릉동에서 바라보면, 지금은 상전벽해가 되었지만,
당시는 큰 벌판이 남북으로 걸쳐져 있었다.
주로 개발되지 않은 논밭이 널려 있었는 데,
우리는 이들판을 가로질러 고대앞으로 갔던 것이다
그리고, 데모
우리는 최루탄 가스에
눈물콧물 범벅이 되고, 정신이 오락가락,
잔설이 띄엄띄엄 널려 있는 벌판으로 피신을 하게 된다
아마도 배밭인가 과수원인가
잔설이 가지에 남아 벗꽃이 핀양
그런대로 운치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는
그속으로 뛰어들어가
과수나무 밑에서 한숨돌릴란가 했는 데
웬걸 발이 푹빠진다
아차, 그곳은 나무에 거름이라 준 똥구덕이였던 것이다
잔설땜에 눈치를 못채 일어난 낭패한 사건
똥똥에 빠진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고
시린 발바닥으로 냇가를 찾아간 기억이 가물가물
3. 천기누설
히야, 이건 정말 천기누설인디…
글씨, 그럴까?
언젠가 기사를 보니 유명한 모모 목사님들도
자기들 과거행적에 잘못이 많았다고 고해성사를 했드구마.
하지만, 나의 경우완 천양지차로 다르지 않겠어?
‘똥물에 목욕한 것’이 어줍잖은 행동거지로 실수한 거지만,
잘못한 것은 아닐 터이지 싶고,
고해성사도 아닌 것잉께.
………..
요즈음, 과거사 청산이다, 친일, 친일해쌌는 데,
우리 집안도 친일 헀는가봐.
아무도 이바구는 안하고, 물어도 안보지만, 친일에다,
징용에다, 빨갱이 집안에다가 우리 집안도 격동의 세월의 전면에서 쬐끔 알짱거렸겠지…
거제도 하면, 일본 가깝지, 부산 가깝지……
밀항에다, 특히 공산당 지하조직 갱상도 총책이 거제도 아니였던 가배.
울 삼촌은 육이오전에 행불되어 아직도 호적에 행불이라네.
그동안 호적 정리할 기회가 있었는 데,
울 할머니, 혹시나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어느 날 불현듯이 싸릿문을 열고 들어 오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호적정리를 반대하신 게야. 그리하여, '행방불명' 처리.
그로부터 우리 집안의 고난의 역사는 끝없이 이어지고…
그 할머니, 울 할머니…
30년전의 일이 생각나누마.
그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
그때, 나이가 내나이 21이던가, 22살이던가?
내가 7남매중 4번째, 돌아가신 분까지 고려하면 6번째.
요새로 치면, 울 아버지 입장에서는 늦둥이 축에 들어 갔었겠지.
1974년 가을
우리 할머니는 돌아가신 때였는 데, 울 할머니는 88세 였다고 .
근데 글씨, 面에서 방정스럽게 내년에 100세가 된다고 하면서
88세인 울 할머니를 99세라고, 그 해 가을에 조사하고 간 거야.
그로부터 한 달 뒤에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네..
"야! 거 무신 산수가 그래?,
시방 88세때 돌아가셨다 해놓고 왠 99세 운운이여?"
혀, 들어들 보랑께.
험험, 이 이바구는 정말 천기누설인 데~~~
우리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아마 일제초기 싶푼데,
무슨 부역인가 징용인지, 안 끌려 갈려고,
일본놈 호적계에 손을 써서, 나이를 무려 12살이나 올렸다네.
그 참에 우리 할머니 나이도 11살이나 많게 고쳤다는 구만.
요새말로 바란스 맞춘다고 그랬다는게야.
법적으로 그 만큼 더 늙은이가 된거지.,
그 할머니께서 돌아 가신 날이였다네…
당시 술이라 하면 ㅎㅎㅎ…. 좀 했지.
지금 우리 딸애하고 같은 나이 때인 데……
시골이라 집에서, 집마당에서 아침부터 손님을 접대하는 디,
술이 막걸리라.
무슨 호기(?)인지, 호기로 접대상을 차려 주면서,
'왠 술이야, 이렇게 좋은 술을....'
해서 접대상에 막걸리를 부을 때,
한 잔씩 내가 먼저 마시고 차려드렸지.
당시 생각으로도 접대하기 아깝드라고.
수십 아니 수백명이 왔다갔다 했는 데.
내가 담당한 손님에게 상을 접대할 때마다 한잔씩....
잘은 모르지만 수백잔을 크억했던거야.....
오후 어스름 녁이 되자 엄청, 엄청 취하게 된 것은 불문가지.
수시로 화장실을 갔다왔지, 드디어, 어스럼한 녁에 간 화장실!!!
새마을 운동으로 가옥개량하기전 촌 화장실이라는 게,
윗부분이 우물 처럼 Open되어 있잖는 개비여? 村者출신은 다 알꺼구마.
우물가 같은 화장실가에서 오줌 똥누고 했지.
똥물이 튀어 아랫도리에 닿지 못하도록
널판때기로 경사지게 가랭이 사이에 설치한 구조가 다야.
그 밑은 진한 똥물.오줌물이 범벅이되어 썩어나는 고약한 물질들이 한눈에 바라보이고오..
村者출신, 아제들 알지요?? 뭐 아니라고?,
우린 그 정도 촌에 안 살아서 그런 험한 구조는 모른다고?
흠흠 그렇다 치자,
우리동네의 화장실 구조는 대부분이 그랬다고.
미개한(?) 동네였었지.
그래서 몇 년후, 지붕개량, 가옥개량등의 새마을 운동인가 할 때
항상 모범부락으로 그런 일에 앞장섰다 아인가배.
그 당시 개량되기전 화장실.
똥.오줌을 '장군'이라 부르는 나무로 된 오크통같이 생긴 통에 퍼서,
밭이야 논이야 뿌러주곤 했지. 거름되게 말이야.
큰 통에다가 물질을 퍼넣고 지게를 지고 일어 나는 데,
일어나기 쉽도록 지게다리 거치대라는 거이 있었다네.
근데 말이다. 나가 비틀비틀 오줌누러가다가,
똥장군질 때 편하라고 해둔 거치대에 발이 걸려 앞으로,
즉 똥통쪽으로 퐁당. 전신이 빠졌다네....
흐흐흐
통물에 목욕을 했지, 전신목욕
그때, 내 주변분들을 생각해 보드라고.
술이 취해 몸도 제대로 못가누는 넘이 똥통에 빠졌으니...
아지'라는 아명을 가지신 울 큰고모님',
'또아지'라는 아명을 가져셨던 작은 고모님이
개천으로 끌고 가서 나를 씻어줬다고.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얼매 고역이였겠어?
조카지만, 다 큰 똥통에 빠진 조카를 씻어 준다고,
고약한 냄새와 더불어 얼매 고생했겠느냐고...
그 후로 그 일로 고생시킨 데 대해,
사죄하기도 전에 두분께서 돌아가셨다네.
……..
그러고 보니,
나도 촌놈으로 많이 출세(?)했고나 ,
성공(?)했고나 싶네. 짚신대신에 구두를. 초가집대신에 아파트에,
그런 똥통화장실 대신에 수세식양변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를 이루었으니…..
더 이상 욕심내면 후대에 욕먹지 싶네.
이제 바닥이 닳고 달아서 비오면 측면으로 물이 올라오는 구두라도
짚신에, 검정고무신에 비할 바 아니니,
그 정도에 즐거워하고 만족하고 살아야지,
아파트도 좀 고물이고 오래되면 어때,
똥통에서 자란 모기, 파리들이
떼를 지어 왕림하지 않는 그런 환경을 면했으면
그 대단한 성공이지..
……..
왠 심사인지?
오늘 따라 그 똥통화장실의
고약한 냄새가 그리워지네.
그 때가 그리워지네?
(2010 년4월에 쓴 글)
'수상잡록 > 수상록.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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