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았다
하늘은 나에게
아무런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하늘을 보고 아무리 외쳐도
하늘은
나의 외침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땅은 나에게
아무런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땅을 치며 통곡해도
땅은 나의 외침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하늘과 땅은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나를 떠나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나나
세상의 모든 지저귐이 존재하는 터전,
그러나,
하늘과 땅은
그 터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늘과 땅은
억겁의 세월 동안
그저 그렇게 머물러 왔고
또 억겁의 세월 동안
그저 그렇게 머물러 있을 뿐
나는
그 머무름을 스쳐가는 바람,
그 바람에 날리는
티끌일 뿐이다.
내가 눈을 감으면
그 한 순간에
하늘과 땅,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 순간에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 모든 것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하늘에 연연하지 않고,
땅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 자신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하늘과 땅 그 사이,
가득한 우주의 기운에
티끌 같은 내 기운의 들락거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2021년 11월4일
靑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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