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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철학.에세이.한시.기타자료/유익한 글모음

이상시 해설

by 靑野(청야) 2021. 10. 15.

이상

 

시 제1호

13인의 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시 제2호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시 제3호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시 제4호

ㅡ환자의容態에관한문제

ㆍ11111111111ㆍ22222222222ㆍ33333333333ㆍ44444444444ㆍ55555555555ㆍ66666666666ㆍ77777777777ㆍ88888888888ㆍ99999999999ㆍ00000000000ㆍ

진단 0,1

26.10.1931

以上 責任醫師 李 箱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1 2 3 4 5 6 7 8 9 0 ㆍ
1 2 3 4 5 6 7 8 9 ㆍ 0
1 2 3 4 5 6 7 8 ㆍ 9 0
1 2 3 4 5 6 7 ㆍ 8 9 0
1 2 3 4 5 6 ㆍ 7 8 9 0
1 2 3 4 5 ㆍ 6 7 8 9 0
1 2 3 4 ㆍ 5 6 7 8 9 0
1 2 3 ㆍ 4 5 6 7 8 9 0
1 2 ㆍ 3 4 5 6 7 8 9 0
1 ㆍ 2 3 4 5 6 7 8 9 0
ㆍ 1 2 3 4 5 6 7 8 9 0

진단 0 : 1

26.10.1931

이상 책임의사 이 상

  • 이상, 「오감도 시제4호」

이상 책임의사 이상. 마지막까지 언어유희를 즐기는 시인 이상이 생각하기에 환자의 용태는 점점 악화한다. 1234567890, 123456789, 12345678.9, 1234567.89, … , 1.23456789, 0.123456789. 책임의사 이상의 진단은 다음과 같다.

  • 0 : 1
  • 0/1 = 0

환자는 0, 즉 죽음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환자는 누구인가? 일본제국주의의 폭압 속에서 신음하는 대한민국의 민중들인가? 아니면 폐결핵 진단을 받은 시인 자신인가?

 

시 제5호

전후좌우前後左右를재除하는유일唯一의흔적痕跡에있어서

익은불서翼殷不逝 목불대도目不大覩

반왜소형矮小形의신神의안전眼前에아전낙상我前落傷한고사故事를유有함.

장부臟腑라는것은침수浸水된축사畜舍와구별區別될수있을는가.

 

시 제6호

앵무鸚鵡 ※ 2필

2필

※ 앵무는 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내가2필을아아는것은내가2필을아알지못하는것이니라. 물론나는희망할것이니라.

앵무 2필

"이소저小姐는시사이상李箱의부인이냐""그렇다"

나는거기서앵무가노한것을보았느니라. 나는부끄러워서얼굴이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 2필

2필

물론나는추방당하였느니라. 추방당할것까지도없이자퇴하였느니라. 나의체구는중축中軸를상실하고또상당히창량하여그랬든지나는미미하게체읍涕泣하였느니라.

"저기가저기지""나""나의-아-너와나"

"나"

sCANDAL이라는것은무엇이냐."너""너구나"

"너지""너다""아니다너로구나"

나는함뿍젖어서그래서수류獸類처럼도망하였느니라. 물론그것을아아는사람혹은보는사람은없었지만그러나과연그럴는지그것조차그럴는지.

 

시 제7호

구원적거久遠謫居의지地의일지一枝·일지一枝에피는현화顯花·특이特異한사월四月의화초花草·삼십륜三十輪·삼십륜三十輪에전후前後되는양측兩側의명경明鏡·맹아萌芽와같이희희戱戱하는지평地平을향向하여금시금시낙백落魄하는만월滿月·청간淸澗의기氣가운데만신창이滿身瘡痍의만월滿月이의형당刑當하여혼륜渾淪하는·적거謫居의지地를관류貫流하는일봉가신一封家信·나는근근僅僅히차대遮戴하였더라·몽몽 한월아月芽·정밀靜謐을개엄蓋掩하는대기권大氣圈의요원遙遠·거대巨大한곤비困憊가운데의일년사월一年四月의공동空洞·반산전도槃散顚倒하는성좌星座와성좌星座의천열千裂된사호동死胡洞을포도逋逃하는거대巨大한풍설風雪·강매·혈홍血紅으로염색染色된암염岩鹽의분쇄粉碎나의뇌腦를피뢰침避雷針삼아침하반과沈下搬過되는광채光彩임리한망해亡骸·나는탑배塔配하는독사毒蛇와같이지평地平에식수植樹되어다시는기동起動할수없었더라·천량天亮이올때까지

 

시 제8호

解剖

제일부시험第一部試驗 수술대手術臺 일一

수은도말평면경水銀塗抹平面鏡 일一

기압氣壓 이배二倍의평균기압

온도溫度 개무皆無

위선마취爲先痲醉된정면正面으로부터입체立體와입체立體를위爲한입체立體가구비具備된전부全部를평면경平面鏡에영상映像시킴. 평면경平面鏡에수은水銀을현재現在와반대측면反對側面에도말이전塗沫移轉함. (광선침입방지光線侵入防止에주의注意하여)서서徐徐히마취痲醉를해독解毒함. 일축철필一軸鐵筆과 일장백지一張白紙를지급支給함.(시험담임인試驗擔任人은피시험인被試驗人과포옹抱擁함을절대기피絶對忌避할것)순차수술실順次手術室로부터피시험인被試驗人을해방解放함.익일翌日.평면경平面鏡의종축縱軸을통과通過하여평면경平面鏡을이편二片에절단切斷함. 수은도말이회水銀塗抹二回.

ETC 아직그만족滿足한결과結果를수득收得치못하였음.

제이부시험第二部試驗 직립直立한평면경平面鏡 일一

조수助手 수명數名

야외野外의진공眞空을선택選擇함. 위선마취爲先痲醉된상지上肢의첨단尖端을경면鏡面에부착附着시킴. 평면경平面鏡의수은水銀을박락剝落함. 평면경平面鏡을후퇴後退시킴.(이때영상映像된상지上肢는반드시초자硝子를무사통과無事通過하겠다는것으로가설假說함)상지上肢의종단終端까지. 다음수은도말水銀塗抹.(재래면在來面에)이순간공전瞬間公轉과자전自轉으로부터그진공眞空을강차降車시킴. 완전히이개二個의상지上肢를접수接受하기까지.익일翌日.초자硝字를전진前進시킴.연連하여수은주水銀柱를재래면在來面에도말塗抹함.(상지上肢의처분處分)[혹은멸형滅形]기타其他.수은도말면水銀塗抹面의변경變更과전진후퇴前進後退의중복重複등等.

ETC 이하以下미상未詳

진단 0,1 26.10.1931 책임의사 이상

 

시 제9호

ㅡ 총구

매일每日같이열풍烈風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황홀恍惚한지문指紋골짜기로내땀내가스며드자마자쏘아라.쏘으리로다.나는내소화기관消化器管에묵직한총신銃身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매끈매끈한총구銃口를느낀다. 그리더니나는총銃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총탄銃彈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배앝었더냐.

 

시 제10호

ㅡ 나비

찢어진벽지壁紙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그것은유계幽界에낙역絡繹되는비밀秘密한통화구通話口다.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鬚髥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날개축처어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통화구通話口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드키나비도날아가리라.이런말이결決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시제11호

그사기컵은내骸骨과흡사하다. 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엿슬때 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가接木처럼도치더니그팔에달린손은 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룻바닥에메여부딧는다. 내팔은그사기컵을死守하고잇스니散散이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骸骨이다. 가지낫든팔은배암과같이내팔로기어들기前에내팔이或움즉엿든들洪水를막은白紙는찌저젓으리라. 그러나내팔은如前히그사기컵을死守한다.

 

시 제12호

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텅이공중空中으로날라떨어진다.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이손바닥만한한조각하늘저편에전쟁戰爭이끝나고평화平和가왔다는선전宣傳이다.한무더기비둘기의떼가깃에묻은때를씻는다.이손바닥만한하늘이편에방망이로흰비둘기의떼를때려죽이는불결不潔한전쟁戰爭이시작始作된다.공기空氣에숯검정이가지저분하게묻으면흰비둘기의떼는또한번이손바닥만한하늘저편으로날아간다.

 

시 제13호

내팔이면도칼을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위협威脅당하는것처럼새파랗다.이렇게하여잃어버린내두개팔을나는촉대燭臺세움으로내방안에장식裝飾하여놓았다.팔은죽어서도오히려나에게겁怯을내이는것만같다.나는니러한얇다란예의禮儀를화초분花草盆보다도사랑스레여긴다.

 

시 제14호

고성앞에풀밭이있고풀밭위에나는모자를벗어놓았다.성위에서나는내기억에꽤무거운돌을매어달아서는내힘과거리껏팔매질쳤다.포물선을역행하는역사의슬픈울음소리.문득성밑내모자곁에한사람의걸인이장승과같니서있는것을내려다보았다.걸인은성밑에서오히려내위에있다.혹은종합된역사의망령인가.공중을향하여놓안모자의깊이는절박한하늘을부른다.별안간걸인은율률한풍채를허리굽혀한개의돌을내모자속에치뜨려넣는다.나는벌써기절하였다.심장이두개골속으로옮겨가는지도가보인다.싸늘한손이내이마에닿는다.내이마에는싸늘한손자국이낙인되어언제까지지어지지않았다.

 

시 제15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室內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外出中이다.나는지금至今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덜고있다.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陰謨를하는중中일까.

 

2

죄罪를품고식은침상寢床에서잤다.확실確實한내꿈에나는결석缺席하였고의족義足을담은군용장화軍用長靴가내꿈의백지白紙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속에있는실내室內로몰래들어간다.나를거울에서해방解放하려고.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沈鬱한얼굴로동시同時에꼭들어온다.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未安한뜻을전傳한다.내가그때문에영어囹圄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어囹圄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缺席한나의꿈.내위조僞造가등장登場하지않는내거울.무능無能이라도좋은나의고독孤獨의갈망자渴望者다.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自殺을권유勸誘하기로결심決心하였다.나는그에게시야視野도없는들창窓을가리키었다.그들창窓은자살自殺만을위爲한들창窓이다.그러나내가자살自殺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自殺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거울속의나는불사조不死鳥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心臟의위치位置를방탄금속防彈金屬으로엄폐掩蔽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券銃을발사發射하였다.탄환彈丸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貫通하였으나그의심장心臟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模型心臟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내가지각遲刻한내꿈에서나는극형極形을받았다.내꿈을지배支配하는자者는내가아니다.악수握手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封鎖한거대巨大한죄罪가있다.

<조선중앙일보>(1934.7)

 

 

<작품 해설>

 

불안과 절망에 허덕이는 인생의 단면을 외형적 소묘로 그린 시로 주제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절망 의식이다. 띄어쓰기를 무시한 까닭은 모든 형식에 대한 부정이나 바발을 나타내

기 위해서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제1호> 끝 줄에서 '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라고 한 것

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자동기술법으로 표현한 초현실주의적인 시다

문제작 <오감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당초 30회 예

정이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말미암아 15회로 끝을 맺었다. 독자들의 항의는 과격하여 "

시<오(烏)감도>는 <조(鳥)감도>의 오자가 아니냐" "미친놈의 잠꼬대가 아니냐" "무슨 개수

작이냐" ""그게 대체 어쩌자는 시냐" "당장 집어치워라" 등등의 투였다. 사실 당시 우리 시

단이나 독자들의 수준에서 볼 때 이와 같은 항의에도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이 때 조선중

앙 학예부장으로 있으면서 오감도의 연재를 기획했던 이태준은 독자들의 항의 때문에 사표

를 써서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15회까지 연재를 밀고 나갔지만 더 이상 계속하지 못하

고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일화가 있다. 자기 확인의 길이 모호한 상황에 놓인 시적 자아

가 대상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주체적인 자기지각이 혼란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아해’는 시적 자아가 설정한 대상이며 아이를 어른들의 자아와 비교해 보면 불안한 자아

의 영상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즉 <시제일호>에서 표면으로 드러난 대상은 아이이며 아

이의 불완전한 자기확인의 지각이 시작품 전반에 흐르는 정서이다. 이상이 중의적이고 복합

적인 뜻이 많이 내포된 13이란 상징부호를 등장시킨 것은 그가 추구하는 세계가 모호한 불

확정적인 세계(김현호(1992) <이상시 연구-이상의 해체의식과 그의 시에 나타난 포스트 모

더니즘적 특성을 중심으로> 중앙대 석사논문 52면.)임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오감도 시 제1호 ~ 제15호 전문













오감도(烏瞰圖)
이상

시 제1호

13인의 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4일)' 발표작


시 제2호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5일)' 발표작


시 제3호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5일)' 발표작



시 제4호


ㅡ환자의容態에관한문제



진단 0,1
26.10.1931
以上 責任醫師 李 箱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8일)' 발표작



시 제5호


전후좌우前後左右를재除하는유일唯一의흔적痕跡에있어서
익은불서翼殷不逝 목불대도目不大覩
반왜소형矮小形의신神의안전眼前에아전낙상我前落傷한고사故事를유有함.


장부臟腑라는것은침수浸水된축사畜舍와구별區別될수있을는가.

'조선중앙일보(1934년 7월 28일)' 발표작


시 제6호

앵무鸚鵡 ※ 2필
2필
※ 앵무는 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내가2필을아아는것은내가2필을아알지못하는것이니라. 물론나는희망할것이니라.
앵무 2필
"이소저小姐는시사이상李箱의부인이냐""그렇다"
나는거기서앵무가노한것을보았느니라. 나는부끄러워서얼굴이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 2필
2필

물론나는추방당하였느니라. 추방당할것까지도없이자퇴하였느니라. 나의체구는중축中軸를상실하고또상당히창량하여그랬든지나는미미하게체읍涕泣하였느니라.
"저기가저기지""나""나의-아-너와나"
"나"
sCANDAL이라는것은무엇이냐."너""너구나"
"너지""너다""아니다너로구나"

나는함뿍젖어서그래서수류獸類처럼도망하였느니라. 물론그것을아아는사람혹은보는사람은없었지만그러나과연그럴는지그것조차그럴는지.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1일)' 발표작



시 제7호

구원적거久遠謫居의지地의일지一枝·일지一枝에피는현화顯花·특이特異한사월四月의화초花草·삼십륜三十輪·삼십륜三十輪에전후前後되는양측兩側의명경明鏡·맹아萌芽와같이희희戱戱하는지평地平을향向하여금시금시낙백落魄하는만월滿月·청간淸澗의기氣가운데만신창이滿身瘡痍의만월滿月이의형당刑當하여혼륜渾淪하는·적거謫居의지地를관류貫流하는일봉가신一封家信·나는근근僅僅히차대遮戴하였더라·몽몽 한월아月芽·정밀靜謐을개엄蓋掩하는대기권大氣圈의요원遙遠·거대巨大한곤비困憊가운데의일년사월一年四月의공동空洞·반산전도槃散顚倒하는성좌星座와성좌星座의천열千裂된사호동死胡洞을포도逋逃하는거대巨大한풍설風雪·강매·혈홍血紅으로염색染色된암염岩鹽의분쇄粉碎나의뇌腦를피뢰침避雷針삼아침하반과沈下搬過되는광채光彩임리한망해亡骸·나는탑배塔配하는독사毒蛇와같이지평地平에식수植樹되어다시는기동起動할수없었더라·천량天亮이올때까지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2일)' 발표작


시 제8호

解剖
제일부시험第一部試驗 수술대手術臺 일一
수은도말평면경水銀塗抹平面鏡 일一
기압氣壓 이배二倍의평균기압
온도溫度 개무皆無
위선마취爲先痲醉된정면正面으로부터입체立體와입체立體를위爲한입체立體가구비具備된전부全部를평면경平面鏡에영상映像시킴. 평면경平面鏡에수은水銀을현재現在와반대측면反對側面에도말이전塗沫移轉함. (광선침입방지光線侵入防止에주의注意하여)서서徐徐히마취痲醉를해독解毒함. 일축철필一軸鐵筆과 일장백지一張白紙를지급支給함.(시험담임인試驗擔任人은피시험인被試驗人과포옹抱擁함을절대기피絶對忌避할것)순차수술실順次手術室로부터피시험인被試驗人을해방解放함.익일翌日.평면경平面鏡의종축縱軸을통과通過하여평면경平面鏡을이편二片에절단切斷함. 수은도말이회水銀塗抹二回.
ETC 아직그만족滿足한결과結果를수득收得치못하였음.
제이부시험第二部試驗 직립直立한평면경平面鏡 일一
조수助手 수명數名
야외野外의진공眞空을선택選擇함. 위선마취爲先痲醉된상지上肢의첨단尖端을경면鏡面에부착附着시킴. 평면경平面鏡의수은水銀을박락剝落함. 평면경平面鏡을후퇴後退시킴.(이때영상映像된상지上肢는반드시초자硝子를무사통과無事通過하겠다는것으로가설假說함)상지上肢의종단終端까지. 다음수은도말水銀塗抹.(재래면在來面에)이순간공전瞬間公轉과자전自轉으로부터그진공眞空을강차降車시킴. 완전히이개二個의상지上肢를접수接受하기까지.익일翌日.초자硝字를전진前進시킴.연連하여수은주水銀柱를재래면在來面에도말塗抹함.(상지上肢의처분處分)[혹은멸형滅形]기타其他.수은도말면水銀塗抹面의변경變更과전진후퇴前進後退의중복重複등等.
ETC 이하以下미상未詳
진단 0,1 26.10.1931 책임의사 이상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2일)' 발표작


시 제9호

총구
매일每日같이열풍烈風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황홀恍惚한지문指紋골짜기로내땀내가스며드자마자쏘아라.쏘으리로다.나는내소화기관消化器管에묵직한총신銃身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매끈매끈한총구銃口를느낀다. 그리더니나는총銃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총탄銃彈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배앝었더냐.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3일)' 발표작



시 제10호

나비
찢어진벽지壁紙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그것은유계幽界에낙역絡繹되는비밀秘密한통화구通話口다.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鬚髥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날개축처어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통화구通話口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드키나비도날아가리라.이런말이결決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3일)' 발표작


시 제11호

그사기컵은내骸骨과흡사하다. 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엿슬때 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가接木처럼도치더니그팔에달린손은 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룻바닥에메여부딧는다. 내팔은그사기컵을死守하고잇스니散散이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骸骨이다. 가지낫든팔은배암과같이내팔로기어들기前에내팔이或움즉엿든들洪水를막은白紙는찌저젓으리라. 그러나내팔은如前히그사기컵을死守한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4일)' 발표작



시 제12호

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텅이공중空中으로날라떨어진다.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이손바닥만한한조각하늘저편에전쟁戰爭이끝나고평화平和가왔다는선전宣傳이다.한무더기비둘기의떼가깃에묻은때를씻는다.이손바닥만한하늘이편에방망이로흰비둘기의떼를때려죽이는불결不潔한전쟁戰爭이시작始作된다.공기空氣에숯검정이가지저분하게묻으면흰비둘기의떼는또한번이손바닥만한하늘저편으로날아간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4일)' 발표작


시 제13호

내팔이면도칼을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위협威脅당하는것처럼새파랗다.이렇게하여잃어버린내두개팔을나는촉대燭臺세움으로내방안에장식裝飾하여놓았다.팔은죽어서도오히려나에게겁怯을내이는것만같다.나는니러한얇다란예의禮儀를화초분花草盆보다도사랑스레여긴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7일)' 발표작


시 제14호

고성앞에풀밭이있고풀밭위에나는모자를벗어놓았다.성위에서나는내기억에꽤무거운돌을매어달아서는내힘과거리껏팔매질쳤다.포물선을역행하는역사의슬픈울음소리.문득성밑내모자곁에한사람의걸인이장승과같니서있는것을내려다보았다.걸인은성밑에서오히려내위에있다.혹은종합된역사의망령인가.공중을향하여놓안모자의깊이는절박한하늘을부른다.별안간걸인은율률한풍채를허리굽혀한개의돌을내모자속에치뜨려넣는다.나는벌써기절하였다.심장이두개골속으로옮겨가는지도가보인다.싸늘한손이내이마에닿는다.내이마에는싸늘한손자국이낙인되어언제까지지어지지않았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7일)' 발표작


시 제15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室內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外出中이다.나는지금至今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덜고있다.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陰謨를하는중中일까.

2
죄罪를품고식은침상寢床에서잤다.확실確實한내꿈에나는결석缺席하였고의족義足을담은군용장화軍用長靴가내꿈의백지白紙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속에있는실내室內로몰래들어간다.나를거울에서해방解放하려고.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沈鬱한얼굴로동시同時에꼭들어온다.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未安한뜻을전傳한다.내가그때문에영어囹圄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어囹圄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缺席한나의꿈.내위조僞造가등장登場하지않는내거울.무능無能이라도좋은나의고독孤獨의갈망자渴望者다.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自殺을권유勸誘하기로결심決心하였다.나는그에게시야視野도없는들창窓을가리키었다.그들창窓은자살自殺만을위爲한들창窓이다.그러나내가자살自殺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自殺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거울속의나는불사조不死鳥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心臟의위치位置를방탄금속防彈金屬으로엄폐掩蔽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券銃을발사發射하였다.탄환彈丸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貫通하였으나그의심장心臟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模型心臟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내가지각遲刻한내꿈에서나는극형極形을받았다.내꿈을지배支配하는자者는내가아니다.악수握手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封鎖한거대巨大한죄罪가있다.

'조선중앙일보(1934년 8월 7일)' 발표작




정지용이 이상을 처음 발견하고 카도릭 청년지에 작품발표의 기회를 주는 한편 9인회에 가입시키고, 또한 이태준은 이상의 오감도를 조선 중앙일보에 연재하게 하였다.

문제작 <오감도>는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당초 30회 예정이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말미암아 15회로 끝을 맺었다. 독자들의 항의는 과격하여 "시<오(烏)감도>는 <조(鳥)감도>의 오자가 아니냐" "미친놈의 잠꼬대가 아니냐" "무슨 개수작이냐" ""그게 대체 어쩌자는 시냐" "당장 집어치워라" 등등의 투였다. 사실 당시 우리 시단이나 독자들의 수준에서 볼 때 이와 같은 항의에도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이 때 조선중앙 학예부장으로 있으면서 오감도의 연재를 기획했던 이태준은 독자들의 항의 때문에 사표를 써서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15회까지 연재를 밀고 나갔지만 더 이상 계속하지 못하고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일화가 있다.


미발표된 作者(이상)의 말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 십년씩 떨어지고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 빠지게 놀고 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 봐야 아니 하느냐. 여남은 개쯤 써 보고서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믿고 굴러다니는 패글과는 물건이 아르다. 二千點에서 三千點을 고르는데 땀을 흘렸다. 31년 32년 일에서 용대가리를 딱 꺼내어 놓고 하도들 야단에 배암 꼬랑지커녕 쥐꼬랑지도 못 달고 그냥 두니 서운하다. 깜박 신문이라는 답답한 조건을 잊어버린 것도 실수지만 李泰俊 朴泰遠 두 형이 끔찍이도 편을 들어 준 데는 절한다.

鐵 - 이것은 내 새길의 암시요 앞으로 제 아무에게도 屈하지 않겠지만 호령하여도 에코 가 없는 무인지경은 딱하다. 다시는 이런 물론 다시는 무슨 다른 방도가 있을 것이고 위선 그만둔다.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고 따는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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