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망
" 그돈으로 서울에 집을 샀으면... "
딸래미가
원망스런 표현으로 머라한다
한가위 전날 돌아가신
그녀석 친엄마 성묘땜에
만나 식사자리 후일담이다.
코로나19땜에
추모공원 폐쇄한다해서
한 주전 공휴일 날을 잡아
딸과 사위랑 만났던 것이다
그랬으면
지금의 산속에 살 일도
회사에 나갈 일도 없었겠지.
내성격에,
방랑자되어
도회를 어슬렁거렸겠지?
황혼녁이 되면,
뒷골목 찾아들어
쇠주를 빨다,
비틀거리며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적막한 시멘트 감옥으로
기어들곤 했겠지?
수년전
세속을 잊을 듯이
산속에 들어가 살기로 한 아빠를
나무라듯하더니,
이제 또, 그 푸념!
이전보다 속삭이는 톤으로
한소리는 하네
몇년전, 서울 전세값에
몇푼 더 얹었으면 살 수있었던 집
이제는 천정부지로 솟구쳐 올랐다
세상이 어찌되던
내사 뭐 세끼 굶지 않고 살면 그만
세상만사에 초연하게 사는 바램에 가까워 졌으니
머라할 생각도 없다만,
세파에 씨름하는 딸애 입장에서는
지금 뭉텅 짤라 주던지,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건덕지가 크다면
무슨 아쉬움이 있겠는가?
그러질 못하니,
그럴 히망이 안보이니
못내 아쉽나보다.
그럴만도 하지
아빠의 고집을 익히 아는 애라
지도 40줄이 가까워지니
아빠의 심정을 이해하는 듯 마는 듯
아니면 이제 아빠고집에
두손든 모습일 지?
안스런 마음이
눈으로 묻어 나온다
2. 유언
'은~혜~를 받~는~다~면
당~신~이~하~자~는~대~로 백~프~로~ 할~건~데,
백~프~로~ 백~프~...
전 마누라가
잠에 골아떨어지듯
말끝을 흐리며
'마지막 유언' 인지
'마지막 고백' 일지
그리고
이승을 하직했다.
그 슌간은 고작 1~2분내외
마지막을 앞둔
어눌한 발음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뚜렷이
아직도 크나큰 울림으로
내귀에 맴돌고 있다..
지독한 신앙인이였던 마누라
지독한 나신교주였고
지금도 그러한 나
점접이 있을 수 없는
그녀와 나의 삶
언제나 일상은
니는 니대로
나는 나대로...
하지만
불치의 병을 얻어
생의 마지막을 앞둔
처절한 순간에,
'은혜를 입어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되살릴 수 있다면,
백프로
니는 니대로
나도 니대로'를
선언하다니
지극정성(?) 수개월
아마도 그 정성에 감동인 지
두고가는 아이들 걱정에서인지
지금도
그 본 뜻이 아리송하지만
그 절박함 속에서도
아니,
생을 마감해야하는
그 허허로움속에도
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준 아내
그러나, 나는
눈앞이 눈물로 가려져,
아니, 차마, 눈 뜨고는 바라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억장을 추스리느라.
한마디 위로도 못한 채
그렇게 아내를 보냈다.
그러고 10년이 넘게 흘렀건만
저승으로 건너가던
아내의 마지막 모습은
[내게 언제나 생생한 오늘] 이다
3. 도장골 삶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안방처럼 아늑한 고을,
도장골
주변이 모두 숲으로 둘러쌓여
나라가 망한 이후에
숨어들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라는 데
좁은 나라에
산하나, 강하나 건너면
도로와 철도가 깔려 있다지만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곳이 많다
나는 무슨 업보로
이 도장골로로 들어왔나?
주말이면
산속을 벗어나
경주로 울산으로 자주 나다니지만
어둠속이
짙게 드리우는 적막한
밤에 부는 바람소리
외로운 고라니가 어김없이
여기저기 싸질러 놓고
벗하자 덤비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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