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갈 때면, 집에서 바로 출장지로 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 때는 여느 출근 때보다 조금 늦게 양복을 입고 나서는 데, 이 때쯤 잠에서 깨어난 늦둥이 녀석이 으레 묻는 말이다.
“응!
“고속열차 타고 가나?”
“그래” 혹은, “아니, 비행기 타고 간다”
그리 대답하면, 으레 이어지는 생떼!
“나는 왜, 고속열차 안태워 줘? “, “나는 왜 비행기 안태워 줘?
몇번의 생떼를 “다음에 형아 장가갈 때 서울에 있는 형아(늦둥이 사촌) 결혼식에 가면서 태워주께” 하면서 간신히 달래왔는 데, 지 누나가 해외여행을 가는 바람에, 드디어 참고 참았던(?) 녀석의 생떼가 폭발을 했다.
“씨이~~ 누나는 비행기 태워주고…”
그래서, 올 휴가 때 모험 한번 저질러뿌까? 노구를 무릅쓰기가 차마 두려워서 망서리며, 며칠을 장고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녀석하고 나하고, 고속열차와 비행기표를 왕복으로 예약을 했다. 자가용으로 갔으면 했는 데, 녀석에게 차제에 고속열차, 비행기 타는 경험도 시킬 겸, 겸사겸사 했지만, 참으로 잘한 결정이었지 싶다. 피곤한 몸으로 잘 모르는 길에, 전적으로 나혼자 운전이라도 할 판이였으니…
8월 2일 고속열차로 부산을 출발해서,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를 구경하고, 8월 3일 용인의 에버랜드에가서 사파리월드랑, 여러 놀이동산도 구경하고, 8월4일 돌아오는 길은 하늘길,
드디어, 녀석에게 녀석의 오매불망, 그토록 고대하던 고속열차와 비행기를 태워주는 여행일정을 마련한 것이다.
아무리 늦둥이를 두었다 하지만,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긴 노구(?)의 몸으로 여섯살짜리와 단둘이서, 뙤악볕속에서 종일 땀을 뻘뻘 흘릴 것은 물어 보나마나고, 24시간 전적으로 보살피며, 며칠을 보낼 생각하니, 어지간한 마음자세로는 어려울 듯 싶었다. 허지만, 이 일을 저지르는 데는 내 나름대로의 인생관, 육아관이 역할을 했다.
“사람이 건물을 만들고, 건물이 사람을 만든다” 누군가가 한 말이라고, 아주 아주 옛날에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부터, 시멘트 구조물의 아파트나, 아파트가 아니라도 집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새장처럼 갖힌 공간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다 보면, 인간의 폭이 그처럼, 제한될 거라는 것이다. 현대인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싹튼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한창, 스폰지가 물을 빨아드리듯, 지식을 받아드리는 데, 뇌가 백지 같이 순수한 어린시절부터, 삼라만상이 나름대로 살아가는 모습, 가능한 한 다양한 모습과 현상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줌으로써, 알게 모르게, 뇌속에 삼라만상이 Database화될 것이고, 好.不好를 떠나, 먼 후일, 어떤 사태에 직면할 때, 깊은 고뇌를 해야 할 상황이 닥쳤을 때, 뇌속깊이 잠재한 이런 경험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줄 뿐아니라, 이러저러한 현상에 본능적으로 대처하고, 신체적으로 포기하지 않도록 耐性을 길러 줄 것이며. 이런 바탕이 인생을 폭넓게 사는 데, 밑거름이 될 게 틀림이 없을 거라는 나름대로 깨달음이고 믿음이다.
시골에서 흙내음, 두엄냄새는 기본이고, 어린 시절부터 개천가에서 손으로 고기도 잡고, 물뱀과 더불어 비록 개구리 헤엄이라도 스스로 터득한 헤엄도 치고....그렇게 평생을 살아온 촌부들은 어쩌다 도시생활을 하게 되면, 답답함, 갑갑함에 견디질 못하고, 그 옛날,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여온 시골내음의 향수에 젖어, 기가 빠지게 되고, 시름시름 하게 된다.
도심에서 아파트다 학원건물이다, 수영장이다 온통 회색의 시멘트 구조물, 문명의 결과로 만들어지고 규격화된 생활패턴에 평생으로 길들여져 오다 보면, 시골의 지저분함, 냄새, 흐트러진 모습등에는 체질적으로 거부감이 일어나게 되고, 보다 덜 인공적인, 덜 다듬어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시골의 자연스러움을 받아드리는 데,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한다. 해서, 사고의 폭, 정서에 여유와 여백이 부족하게 되고,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데에서, 스스로 톱니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톱니가 되지 않으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런 도시문명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톱니가 되어야 그나마, 이 사회의 일원으로 그나마 자부심(?)을 갖기는 하나, 그러나 그 톱니가 한순간이라도, 한 이빨이라도 빠질 수 없다는 현대문명의 생활패턴이 숙명적인 족쇄가 되어 평생을 이에 구속받아야 한다.
현대인들이 이런 문명의 패턴에 적응하려니, 점점 여유는 없어지고, 이기적이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알아야 할 지식은 점점 늘어나고, 그리하여 아는 것은 많아지나, 제대로 아는 것은 줄어 들고, 점점 지혜로움이 떨어지는 소이가 여기에 있을 터이다.
천연기념물이다, 자연보호다 하지만, 이는 현대인들적인 발생이다. 인간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이 주는 자원을 소모하는 문명을 창조한 이상, 자연은 점점 파괴되어 나갈 것이고, 자원은 언젠가는 고갈 될 것이다.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 이러한 불안감이 자연을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위하고 보호하는 척 하지만, 긴 역사적 안목으로 보건데, 이는 결국은 자연을 더 잘, 더 많이 파괴하고, 자연이 주는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자연으로부터 빼돌리기(?) 위한 인간생활양태의 한 표출에 다름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지도 모를 이런 나름대로의 엉똥하고도 공허한(?) 육아관, 인생관에 따라, 내가 운신이 가능한 날까지, 녀석을 데리고 다니자. 데리고 다니면서, 이런 저런 세상구경 시켜주자. 너무 자연적인 것을, 혹은 너무 인공적인 것, 너무 인간적인 것을 편식하지 않도록, 건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간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데 까지 해보자. 다소 감상적아고, 노년의 오기(?)를 살려서 녀석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기로 한 거다.
며칠을 나 혼자에게 늦둥이 짐을 떠맡기는 울 마누라가, 안스러웠던지, 이것저것 신경써서 짐을 챙겨줬다. 머리 염색을 하는 것 또한 빼 놀 수 없는 준비. 신경쓸수록, 내 짐꾸러미는 늘어날 뿐이지만….
8월2일
드디어, 8시 정각, 늦둥이 기준으로 아침일찍, 늦둥이와 나는 호호탕탕 아파트문을 박차고 나섰다. 9시30분발, 광명행 KTX를 타기 위해. 도착하면, 사전에 약속한 데로, 내 친구인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유난히 어린애들을 좋아하는 친구 ***을 늦둥이는 그렇게 부른다. 슬로바키아에서 개구리 인형도 사서 보내고 해서, 늦둥이에게 이미지가 좋다.
30분전 부산 역 KTX플랫폼에 도착해서 표를 끊으니, 좌석이 16호 차량이다. KTX는 전부 20량 고정인데, 16량이 객차, 앞뒤에 각각 동력차와 운전실등이 2량씩 붙어서 모두 20량. 앞뒤가 생긴 모습이 똑같다. 16호 차량이다 보니, 독수리 대가리처럼 날렵하게 생긴 뒤쪽 운전실 차량의 모습이 보인다. 녀석을 데리고 젤 뒤쪽으로 가서, KTX운전실과 늘어진 열차를 배경으로 하여 디카로 한 컷 했다.
드디어, KTX가 출발했다. 우리 늦둥이는 타 보도 안한 주제에 노상, “아빠, 세상에서 KTX가 제일 빠르제?” 하던, 그 환상(?)의 KTX가 출발을 한거다.
“와, 출발한다”, 박수를 치고 좋아하던 녀석, 조금 있다, 의문이 하나,둘 생기나 보다.
“아빠, 앞은 저기(뒤쪽을 가르키며)인데, 차가 왜 뒤로가 ?”
녀석기준으로는 사진 찍을 때 분명히 KTX앞은 앉은 자리 뒤쪽 방향인데, 달리는 방향이 그와 반대이니, 이런 의문을 제기 않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응, KTX는 앞뒤가 똑같에서, 이리 갈 때는 이쪽이 앞이고, 요렇게 갈 때는 저쪽이 앞이고…..” 손으로 차가 달리는 흉내를 내면서 열씸히 설명을 해줬다.
“응, 그래?” 숩게 알아 듣는 다 싶었더니, 다시,
“아빠, 근데, KTX가 왜 빨리 안가?’
부산-대구간은 일반노선이니, 지하철 달리는 속도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니, 녀석에게는 귀에 못박히게 들은 대로, ‘쌩’하고 달려야 하는 데, 명색이 세상에서 젤 빠르다고 알고 있는 KTX가 이 모양이니 저으기 실망 겸,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따진다.
끄응!!, (이건 철도공사에서 대답해야 하는 건데)
“응, 조금 있다 빨리 달릴거야”
그랬더니, 대구가는 동안에 몇 번을 KTX가 왜 안 빠른지 질문을 해대는 데, 슬슬 철도공사에, 정부에 짜증이 나드라고, 동대구를 한참 지나서, 제대로 속도를 내는 데도, 녀석에게는 별론 모양이야. 녀석 수준에서는 먼 경치의 흐름만으로는 차량의 속도감을 실감나게 보여주지 못하지. 결국은 굴을 통과할 때 조명이 물 흐르듯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납득을 했다네.
불란서 사는 친구, 불란서? 불새의 알을 ‘불알’ 즉 ‘불란’이라 하는 데, 좆도(朝都)의 아래 동네이니 불란서라 내가 명명했다. 화란(火卵)이기도 하고… 화란은 왜 화란이라 하느냐 하면, 불새는 火鳥 즉 불새의 알은 화조의 알 즉 불알이 불란이고, 화란이다.
그 불란서에 사는 *** 아저씨가 약속대로 광명역에 대기하고 있다가 서울대공원에 태워주기에, 리프트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가서는, 내려오면서 호랑이부터, 이런 저런 동물구경을 했다.
마누라왈, “놀이기구는 통도환타지아에도 있고, 남쪽에도 많으니, 가능한 한 놀이기구 말고, 동물이나, 자연을 보도록…” 언명을 받기도 했거니와 내 생각도 그렇고, 놀이하면 내일 에버랜드에서 본전을 뽑을 생각을 하고는, 놀이기구가 많은 서울랜드는 리프트를 타고 곁눈질로 힐끔거리고는, 녀석이 뭘 모르니 눈 질끈 감고 동물원만 오르락 내리락 했다.
녀석은 냄새 나는 동물우리를 그냥 무관심하게 지나는 둥 별로 시원찮은 눈치다. 동물을 보는 둥 마는 둥, 구석구석에 있는 간단한 놀이 기구가 있으면, 그 때사 신이 나서, 그 놀이기구에 매달린다. 어쨋튼, 작전대로 대충 오후를 떼우고, 18시 넘어 친구가 데리려 왔다.
친구집에서 하루밤을 신세지는 데, 온전히 엄마랑 떨어져 자기가 이번이 두번째다. 녀석에게 지엄마가 아빠곁에서 잘 때, 잠투정 하지 말도록 신신당부 받고 떠났는 데, ‘알겠다” 능청스럽게(?),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 떠났기에, 조금이라도 징징거릴 조짐이 보이면,
“빈아, 니 엄마랑 약속했는 거 잊지 마래이. 남의 집에가서 잠투정 안하기로 했제?”
녀석이 이제 어는 정도 철이 드는 길목에 선 건지, 약속한 대로, 밤새 투정을 참느라고 애쓰는 모습이 역역했다. 나야 하루 저녁 잠을 설쳐도, 그런 일에 이력이 났으니……..
8월3일
친구가 데려다 주는 덕분에, 에버랜드까지 편하게 갔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조사한 계획대로, 사파리 월드를 거쳐서, 몇 가지 놀이기구를 타고 오후쯤 캐리비안 베인가 뭔가로 갈려 했는 데, 12시 30경부터 소나기가 왔다. 오후 여섯시경까지.
비가 오면 야외 놀이기구이용이 제한이 될 수밖에. 대신에 비오는 덕분에 손님이 줄어서 몇몇 기구외는 별로 기다림없이 바로 바로 이용하게 되었는 데, 이게 사람 잡은 거다.
늦둥이 녀석은 신이 최고조로 났다. 비오는 바람에, 손님이 별로 없어서, 기다리기로 악명 높은 그 시설들을, 아빠랑, 같이 자유이용권을 끊어서, 별로 기다리지 도 않고, 탈 수 있었으니. 모름지기 앞으로, 손자 데리고 에버랜드에 갈 때는 비올 때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싶다.
타고 싶은 기구는 세 번이고 네 번이고 계속 집착하는 데, 이 늙으신 아빠가 힘들어 뽕 갔다. 대표적인 기구로, ‘Disco round’라고 원심력을 이용하는 놀이기구가 있는 데, 원심력 작용괘도에 의자를 중심방향으로 향하도록 설치하고는 고속회전 시키는 데, 그러면서 위로 아래로, 그리고 삐딱하게 움직이면서…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기구가 있는 데, 얼마나 고속인지, 작동중에는 가위 눌렷을 때와 유사한 기분으로 팔다리를 거진 들 수 없을 정도로 전신에 압력이 가해진다.
첫 번째는 얼떨결에 녀석이랑 즐겼지만, 출구를 나오는 데, 골이 왱왱한 게, 장난이 아니다. 해서,
“빈아야 고만 타자”, 하기도 전에 “야 재밌다, 이거 또 타자” 한다.
“니 혼자 탈래?’ 은근히 겁도 나고 해서 살짝 빼보니 손톱도 안들어간다.
두번째는 이 기구의 특성을 아니, 더더욱 겁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작동중에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압력이 온몸을 죄어오는 데, 의도적으로 심장에 관심이 가드라고, 심장을 느껴 보니, 다행이 정상적이라. 하지만, 첫 번째보단 느낌이 심상찮다. 겨우 또 한판을 끝내고 나오는 데, 녀석이 또 보챈다,
“아빠, 이거 진짜 재밋다. 또 타자”
“허허!!!”, 속으로 녀석에게 “아빠 같은 나이에 이런 기군 우험하니, 사정 좀 봐주라” 할 수도 없고,
“아빠는 무서워서 도저히 못 타겠다. 니혼 자 타고 온나” 숫제 애원을 했지.
녀석은 진짜, 아빠가 무서워 하는 줄 알고, 한다는 소리,
“아빠, 걱정마라, 내가 있잖아” 지 녀석하고 같이 타면 안 무서우니, 지만 믿어란다.
우째, 이 놀이기구에서는 주격이 전도되어 버렸다. 보호자와 보호 받는 자가. 그렇다고 무서운 걸 어떻게 타. 녀석이 혼자 타도 될 터인데 컴컴한 폐쇄공간에 혼자 들어가는 게 그랬는 지, 지 혼자는 안들어 갈라 한다.
“다른 것 타다 점심먹고 와서 다시 타자“ 하고 꼬셔서 위기는 넘겼다만
쏟아지는 비에 아랑곳 없이, 비가 그친 6시 이후에도 키 제한이나 노약자 제한 기구외 에버랜드에 있는 모든 놀이기구를 다 섭렵하였는 데, 한 기구를 평균 3-4번은 탔나 보다. 심지어는 ’PeterPan’ 이라는 놀이기구는 6번이나 탔다. Grand Stage인가 hall인가 하는 공연무대(?)에서, 춤과 노래공연도 구경하고, 자연마을, 지구마을등 온갖 마을(?) 설렵하고, 점심은 4시경에, 저녁은 숫제 잊고, 핫도그로 떼우면서까지 열심히….,
자슥이 지 돈 안낸다고 막 씨부리는 거다.
겨우 달래고 협박(?)해서 정문을 나섰다.
구경할 때까지는 몰랐는 데, 이 때는 둘 다 초주검, 아니 진짜 난 초주검이 되어, 발가락과 발바닥의 족심혈과 용천혈 부근이 욱신거리기도 하고, 에버랜드 정문을 쩔뚝거리며,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데, 목적지로 가는 안양행 버스는 끊어졌고, 애를 데리고 여관에 들어가서 자기도 뭣하고.....마침 안산행 버스가 평촌을 거쳐 가기에 평촌으로 가서, 택시로 시흥에 있는 친척집으로 가서 하루밤 실례를 무릅썼다.
여의도 유람선-서울역-경복궁을 거쳐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리라 계획을 하고 여의도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했는 데, 11;30분부터 운항한단다. 부산가는 비행기시간이 13시, 해서 계획수정, 여의도 국회 의사당으로 향햇다.
국회의사당을 들어 갈려는 데, 전경인지 국회경호원인지(이하 '전경'으로 칭한다) 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좀, 들어 갑시다”
“오늘 좀 일이 있어서 민간인들이 못 들어가는 데요!”
“아제, 이 꼬마 여기 구경 시킬려고 나 부산서 일부러 예까지 왔는데…..”
“난감한 표정을 짓던 전경, 그럼 짐 검사 받고, 들어가세요. 대신 본관 안으로 가면 안됩니다.”
그리하여, 짐 검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정문을 통과하여, 허허벌판 같은 국회의사당 앞뜰을 거닐면서, 주변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나무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아빠, 응가!”
“뭐라고? “
“응가 나온다아~~~ “
이크, 이 넓은 벌판(?)에 어디 가서 화장실 찾지? 화장실이 어디야, 본관 쪽이 젤 가깝지 싶은 데, 전경이 거기 가지 말라 했는 데, 안돼, 녀석이 바지에 팬티에 응가해뿌리면은 그 낭패가 어딨어, 무조건 바라 뵈는 본관으로 애를 데리고 갔지, 가는 중간에 다른 전경을 만났는 기라,
“아제요, 화장실?” 다급하게 외치니,
“저쪽 의원회관이 제일 가까워요 그리로 가세요” 전경이 상황을 눈치채고 친절하게 가르켜 준다.
나도, 순간적으로 본관으로 처(?) 들어 갈려면, 신분증확인이다 뭐다…..판단하여, 전경이 가르키는 쪽으로 부랴부랴 방향선회를 했다. 왠 광장이 그리 큰지, 짐을 잔뜩 맨 난 앨 안고 냅다 달리지도 못하고, 우짜던지, 겨우겨우, 녀석을 걷게 해서, 광장을 가로질러 의원회관 화장실에 당도 했다. 더운 여름, 용을 쓰니, 더욱 덥데.
볼일을 마치고, 의원회관에 들러 시원한 음료도 사 마시면서, 더위를 식혔다. 당시 경황중에 흘린 땀 때문이었을랑가. 종업원, 손님이 몇 사람도 없는 데도 오라지게 시원하게 해두었 데. 온도를 5도정도 더 올려 셋팅을 하든지, 에어컨 한 두개는 꺼든지, 하면 적절하지 싶었는 데,
이러구러, 서울에 입성하여, 한강과 난지도를 바라보면서, 여의도 땅을 밟으면서, 국회의사당을 돌아 다니면서, 이 지역을 옛날에 살았던 기억도 새롭고, 이전에 올린 내 글들에 등장하는 애꿎은(?) 지역들이라는 생각나서 늦둥이 녀석 몰래 쓴 웃음을 짓곤 했다.
언젠가는 ‘朝都見聞錄을 써서 오늘의 이 심상한 기분을 상세히 후세에 전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탑승권을 받아 들고, 개찰구 입구에서, 기다리는 데, 늦둥이 녀석, 공황에서 분주히 오가는 비행기 모습들을 넓은 창문을 통해 보면서 "야, 비행기다. 아빠, 아빠, 비행기가 날아간다." 이룩하는 비행길 손에 잡힐 듯 바라 보고는 난리가 났다. 이걸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서, 개찰업무 보는 아가씨에게 다가가서 “아가씨, 야가 내 늦둥인데, 비행기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읍시다”
그 아가씨가 나와 늦둥이를 번갈아 보더니, 다가와서, 귀속말로, ‘내가 찍어라 했다는 말 하시지 마시고, 살짝 찍으세요”
시집은 안간 것 같고, 늦둥이 또래 조카가 있나? 원래 공항 청사 내에서는 엄격히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데, 이 아가씨 기특도 하시지, 찬스다 싶어서 부성애를 발휘, 서너방 디카를 눌렀다. 녀석이 그토록 비행기, 비행기 해싸았는 데, 녀석에게 비행기 태워준 확실한 증거를 남겼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안고는 비행기 안으로 향했다.
원래에 예약할 때, 인터넷으로 자리까지 지정했다. 날개 앞쪽으로, 창문 사이드로. 녀석에게 확실한 비행기 이착륙 모습이라던지, 하늘에서 본 지상의 모습을 첫 경험시키는 입장에서 이양이면…해서 직접한 인터넷 에약을 수행 한 거다.
저녁에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수도 있었는 데, 그리되면, 첫 비행기타는 녀석에게, 공항과 도시의 야경도 그런대로 의미는 있겠지만, 밝은 대낮에 비하랴 싶어서 여행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여 다음날 한낮을 택한 거다. 덕분에, 에버랜드 놀이기구를 마스터(?)하고, 내가 녹초가 되는 것에 일조가 되었다마는....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 할려고 달려나가자, 내가 중계를 했지,
“빈아, 지금 달리는 속도가 고속열차 달리는 속도야…… 그리고 봐라 지금,,,하늘을 날았다 아이가…..”
비행기가 드디어 이륙했다.
"지금 이렇게 올라가나? " 녀석은 손으로 비행기가 올라가는 흉내를 내면서 나에게 쫑알쫑알한다.
‘야, 집이 조그맣게 보이네, 차가 깨미만 하네….” 녀석이 한참을 흥분해서 떠드는 데, 주변이 민망하드라고.
“ 우하, 아빠 우리가 구름 속을 지나네, 저기 구름, 구름이 우리 아래로 지난다.”
……….
한참을 떠들고, 흥분에 겨워 바깥 구경에 열중하던 녀석이, 비행기가 정상괘도로 순항하자,
“근데, 아빠, 비행기는 왜 속도가 느려?” 하고 묻는다.
비행기에서 바라 뵈는 사물은 워낙 거리가 멀기 때문에 느리게 이동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사실은 빨리 날고 있다는 것을 녀석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줘?
‘지금 이 비행기는 고속열차 3배나 4배로 빠르게 날고 있다”
주변을 의식해서, 별도의 설명 없이 사실관계만 간략히, 낮은 음성으로 이바굴 하는 데, 녀석한테는 아빠가 무성의하게 우긴다고 생각되는 모양이라, 더욱 큰소리로
‘아니다, 고속열차는 팍!팍!팍!팍! 불빛이 너무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데, 비행기는 안 그렇잖아? “
터널을 통과할 때 근접거리의 조명등이 물 흐르듯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드디어 KTX의 속도감을 인정하고, 그게 뇌리에 깊이 박힌 때문인지, 고공에서 비행기의 속도는 근접거리에 비교대상이 없으니 느리게 보일 수 밖에,
………
한참을 비행기 바깥 풍경을 관찰하던 녀석, 멀리 바다와 수평선을 보고는 또,
“아빠! 저게 뭐야?”
“응? 바다지”
“근데, 바다가 왜 하늘에 있어?”
수평선, 지평선 개념도 없을 뿐더러, 하늘에서 본 하늘 바다, 구름이 어울러져 한통속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하늘인지, 바다인지…바다라 하니, 그게 왜 하늘 속에 있는지, 녀석에게는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비행기를 태워주면,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가 될 줄 알았는 데, 구름 속을 날아 오르는 감동(?), 집이나 차들이 깨미만하게 보이는 사실 말고는 별로 실감이 안나나 보다. 아직까지 녀석에게는 그냥 울것불것 치장한 장남감 차량이나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울리든지, 기적소리 흉내를 내면서 달리는 장남감 기차등이 보다 감성적이다.
8월 5일
집으로 돌아온 지금,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에 올리면서, 녀석과 보낸 2박3일을 뒤돌아 보는 데, 아직도 녀석은 고속열차가 비행기보다 빠르다고 우기고 있다. 고속열차와 비행기를 태워 주기전이나, 엊그제 경험하고 왔으면서도….그 시각은 변화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지녀석 때문에, 온 몸이 물먹은 솜 방방이처럼 천근만근 무겁고 어디가서 흠씬 두드려 맞은 듯이 녹초가 된 늙으신 아빠의 성의와 희생(?) 도 무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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