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33_회초리를 들다

by 靑野(청야) 2016. 9. 26.

우리 집안의 내력이 그렇다.

“절마는 국민학교 4학년 땐가? 십리나 떨어진, 다공리, 지 친구집까지 칼을 들고 쫓아가서….지 친구 내놓으라고, 난리를 친 놈이야”

우리 큰형께서 나의 과거사를 들먹일 때마다 빼놓지 않는 단골 메뉴.

아마, 친구중에 다공리 사는 누군가가 날 되게 화나게 했던 모양이지, '그 쌔끼 꽉쥑여버린다'고, 그 놈집까지 칼들고 쫓아갔다는 게야. 워낙 유사한 개구장이짓이 비일비재 했으니까, 난 기억이 없다., 우리 큰 형께서, 약간의 뻥(?)도 곁드렸지 싶은 데, 명절날이나 친지들 모임이 있을라치면,, 특히 울 마누라와 딸애 면전에서 왕창 내 표를 깨뿐게지

옛날 시골집은 너무나 자연친화적(?) 이라, 닭, 개, 소들과 그들의 분비물 냄새와 어울리고 뒤섞여 살았다.. 심지어는 모기, 파리, 참새는 기본이고, 지네,개미는 물론, 구렁이등도 심심찮게 지붕을 타고 넘기도 하고, 울타리를 기어 다니기도 하고…..

“진이는 얼마나 개구장인지, 5살 땐가? 집안에 독사뱀이 나타 났는 데, 겁도 없이 ‘귀신 나왔다’ 하면서 꼬쳉이로 독사를 때리고 쫒을려고 하드라니까? 물리면 바로 갈텐데….”

장조카의 개구장이 시절을 이바구 할 때 장조카의 아버지 그러니까 우리 큰형의 또다른 단골 메뉴. 그 뱀이 ‘독사’ 인지는 역시 다소 과장이나 뻥이 있었겠지만,

야튼 내가 생각해도, 장조카 녀석이 대단한 개구장이었던건만은 분명하다. 내가 내 어릴 때 개구장이였던 것은 잘 기억 못하니까, 나와 스스로는 비교 할 수 없을 터이고….

헌데, 우리 큰형은 나보다 12살이나 위이니, 나의 어린 시절을 또렷이 기억한단다. 따라서, 큰형의 온갖 중상모략(?)에도 속수무책인 데, 큰형이 항상 내리시는 결론은, “개구장이 하면, 니를 따라 갈 놈이 없지!” 하면서 예의 그 ‘칼 휘둘러’사건을 들먹이시는 게야. 나도 기억이 안나는 데, 다소 억울한 기분은 들지만, 몇몇 단상으로 어렴풋이 짐작하건 데, 어느 정도 수긍은 하지.

우리 큰 형의 나에 대한 비난(?)에는 ‘니 자식이니 별 수 있나. 빈이도 지 애비 못지 않는 개구장이가 될 게다’ 이런 확신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할 터.

아니나 다를 까, 녀석이 커 갈수록, 걷잡을 수 없는 개구장이 기질이 나타나고, 특히 6살 여름부터는 그 기질이 만개하는 기분이다.
녀석의 건방이 끝간 데 없이 자라도, 지 엄마 논리대로, 난 타이르기만 할 뿐 절대 성질을 내서는 안된다는 게야. 특히 지 누나의 특별한 압력으로 난 녀석이 점점 날 닮은, 아니 나이상의 개구장이로 변해가도 속수무책이였다.

‘악역은 엄마가 ‘ 이런 임무 분담을 알게 모르게, 이심전심으로 정했는 데, 속으로 난 ‘흐흐 집안의 내력을 몰라서 그렇지, 그 정도는 녀석의 길을 잡는 데, 택도 없을 걸, 우리 집안 남자들은 어렸을 때는, 매(회초리)를 들고 조 패야 한다구. 지 엄마가, 아마 곧 항복 할 걸?’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할 뿐, 내색은 않고, 언젠가 ‘지 엄마가 항복하면, 내가 뽄때를 보여줘야지, 요놈아 기다려라’ 하고 있는 데,

………

어느 날,

늦둥이는 소파에 비스듬이 않고, 난 방바닥에 앉아서 소파에 기대어 아무 생각없이 테레비만 바라 보고 있는 데, 갑자기, 내 뒤통수로 녀석의 발이 날라 왔다. ‘테레비가 잘 안보인다’는게 그 이유었다. 테레비보는 데, 내 뒤통수가 얼쩡거리니, 집중할 때 방해하면, 짜증이 심한 날 닮아서….

녀석이, 앞에 앉은 아빠의 뒤통수가 배구공으로 보인 모양이지? 아직 어려 축구공 대신 배구공으로 차기 놀이를 많이 해오면서, ‘내일 모레 축구공으로 바꿔야지’, 생각중으로 녀석의 킥력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대단(?)한데, 그런 녀석이 오른 발을 들어, 내 뒤통수를 갈긴 거다. 이유라는 게…..

갑자기 눈에서 불꽃이 틔데. 그 보다, 오래 전에 묻어둔 그 성질이 거진 폭발한 거야,
녀석의 건방이 이 수준에 이르렀으니……

“요놈의 자슥,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너 잘 걸렸다 혼나봐라(속으로 외쳐대며)’, 엄마!(지 엄마한테, 요놈 이러저러해서 혼내니, 말리지 마라, 사전 승인 요청도 겸해서 불렀지), 이 녀석이 여차저차해서, 도저히 이래 두면 안되겠는 데, 회초리 어딨어 ? “

하면서, 등긁는 도구를 찾았다. 딱히 매라고는 없고, 녀석이 하도 괴롭히면, 등긁는 걸 들고, 간혹 겁주는 용도로 사용하곤 하는 데, 그나마, 지 엄마, 지 누나가 있을 경우에는 정말 순수하게 겁주는 용도외는 내려 칠 수가 없었지. 다행이 그날은 지 누나 여행중이라 강력한 방해(?)자도 없고….

헌데, 그날 따라 그 놈의 도구가 어딨는 지 안 보이는 가야. 요놈을 이 찬스에 한방 갈길려고 급히 찾으니 더더욱 어디 있는 지 보이질 않네. 그러다, 순간적으로 치솟았던 화도 수그러 들고, 어영부영 평범하게 궁둥이 몇자리 갈기는 시늉만하다가 끝냈는 데.

“흐흐 뻔하지, 아빠가, 날 어떻게 내려쳐? 귀여워하는 걸 보면, 알지, 맨날 폼만 잡았지, 날 혼내지는 못한다구…. 그나 저나 오늘은 뭐 좀 세게 나갈 것 같은 에감이 들었었는 데… 역시나네. 내일 모레 누나가 오면, 그도저도 없을껴…..”

마치 이러는 것 같는 기라. 웃을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어지는 녀석의 미소와 웃슴이 순간적으로 사악(?)하게 느껴지드라고.

조용히 반성을 했지, ‘이래 안된다. 회초리를 들자. 제대로 된, 회초리를 준비하자.”

회초리라는 것은 때릴 때 따금하게 아프고,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나드래도 몸에는 멍이 안드는, 무리한 충격이 안가는 그런 게 상품이지.

다음 일요일 날, 등산을 갔다 내려오면서, 유심히 나무 등걸을 훑어 보면서, 가늘고, 낭창낭창한 회초리될 만한 걸 찾았다.

어린 시절 기억으론 시골에서 이런 최상품의 회초리로는 ‘싸리나무’가 제격이지, 빗자루하는 그 싸릿대. 한 다발의 싸리대를 마련해 놓고, 어떤 때는 그 싸릿대가 뿌러지도록, 장단지가 터지도록 맞기도 했는 데, 그렇게 훈육(?)을 받았는 데…..그런 생각을 하면서.

‘금정산엔 뱀이 없다’ 이런 안내문이 등산로 곳곳에 붙여져 있다네. 금정산 토질이 ‘石雄黃’이라서 뱀이 기를 못편다나? 내가 금정산만 십여년을 다니면서 3 번인가 뱀을 봤기는 봐도, 살모사나, 독사는 아니고, 그나마 본 그 뱀녀석들이 내가 보기에도 비실비실, 관광안내문이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라도,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네.

그런 금정산에 싸리나무가 안자라고 있네. 내 눈에 안 띄어서 그려러니 하면서도 등산로 가에서 싸리나무를 찾아도 없네. 해서 어느 계곡을 지나면서 꿩대신 닭이라고, 곧고 가는 나무를 발견하고 두어 개를 꺽였지.

그 때 지나가는 일행중 웬 아줌마가, “ 약초캐는 겁니까? “ 하고 묻는다.

“아뇨, 우리 늦둥이 교육용 회초리입니다.”

“?????”

그렇게 준비한 회초리를 들고 집에 와서는 나만이 아는 곳에 숨겨두고…..간혹 꺼집어 내서, ‘요녀석 걸리기만 해봐라’ 벼르면서,

“버릇없이 굴면, 요놈으로 혼낼 꺼야! “ 엄포를 놓는 데, 녀석은 전혀, 두려움을 못느끼나봐!

‘저게 뭔데, 설마, 저걸로 내려치겠어?’ 혹은 ‘보아하니, 내려쳐도, 내 체격(?)에 저 정도야뭐, 눈 질끔 감고, 용 몇번 쓰면….’, 별로 걱정 않하는 눈치라.

그러구러, 녀석 입장에서는 몇 번을 위기 상황이 도래했네.
한번은 내가 PC 하드디스크 Back up을 받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진행중이였지. 수십Giga 데이터의 Back Up은 시간단위의 소요가 필요한데,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신신당부를 했지,

“빈아, 지금 PC가 일하는 중이니까, 절대 손대면 안되!, 손대면 진짜 혼날 줄 알아라!”

그래 엄포를 놓고, 일을 보고 오니, 아니나 다를 까, Back up중지, 지금까지 1시간 넘게 소모한 시간이 도로아미타불,

꼭지가 돌라하데,

“너 손댔지?” 드디어 녀석을 조질 꼬투리가 생기나 싶어, 기대반, 성질반 녀석에게 물어보니.

“아니, 나 손 안됐다. 나 안그랬다아~” 애답지 않게 얼굴표정하나 안바뀌고, 능큼스럽게 잡아 떼는 기라.
결론은 버킹검, 녀석이 손 안됐으면, 저절로 컴퓨터가 멈췄을리 없고…..

“솔직히 말해” 몇 번을 윽박질러기도 하고 추궁하니, 녀석 한다는 소리가, 태연스럽게,

“나는 절대 손 안댔고, 이 발이 저절로 가서 대였다”

녀석이 의자에 앉아서, 예의 그 오른발로, 자판을 눌러 버린 기라.
맞기는 맞다. 손대지 말라 했어니, 손은 안된게 맞다. 비록 발은 댔어나, 그 발도 ‘저절로 발이 가서 대인 거지, 나하고는 상관없다. 그러니, 날 나무라지 마소’ 이러는 표정이라. 의기양양하다 할까, 능큼스럽다 할까?.

우하!, 요놈봐라, 요걸 거냥, 꽉! 하다가, 녀석의 말이 어째 보면, 그 녀석 수준으로돌아가서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이걸 그냥, 내 논리대로 녀석을 추궁하였다간, 아빠만 이상한 사람되기 십상이고, 틀림없이 조목조목 따지고 대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글코, 녀석의 능큼스러움이 하도 리얼하여, 화가 안 나데. 이 件을 가지고는….

으기….결정타를 날려야 해. 요놈이 뭐라 뭐라 변명하면, 변명의 구실을 주면, 그 만큼 역효과,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만, 와그르르 할 터이니…

“소파에 바로 앉아라” 몇번을 타이르다가, 한방 갈기면, “ 아빠도 그랬잖아” 하듯이 대들면, 도로아미타불.

‘요놈에게 결정타를”

호시탐탐 기다려도 아직은, 기회가 오질 않네.
하지만, 이렇게 벼르고 있는 이상,
네놈은, 네 놈의 개구장이 짓은…..이제 좋은 시절 끝났다고 봐야 할걸!!!

(????)………………………………

요즈음,

녀석과 나는 모두, 어딘가에 회초리가 있다는 것만은 공유하면서
서로,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다네.
우짜면 결정타를 날릴까?
우짜면, 저놈의 회초리를 피할까. 없애버릴까?

녀석이 ‘회초리가 어디 숨겨져 있는 지 꼬치꼬치 캐묻고, 감춰둔 곳, 있음직한 곳을 기어 올라 갈려고 시도도 하는 폼이, 불길한(?)_ 예감이 들기는 하지만,,,,,

그 때까지만이라도, 녀석의 장난기는 조금 수그러들란가? 그리만 되어 준다면, 난 결국 늦등이와의 게임에서 승리하지 싶은데,….
아무래도, 아무리 이 방면에 너무나 오래된 OB라도
눈치만은 내가….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
(하지만, 늦둥이 녀석도 나름대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기분이 드네)

ㅎㅎㅎ


'늦둥이양육 > 늦둥이養育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35_증산정책 소고  (0) 2016.09.27
34_열받는 산아정책  (0) 2016.09.26
32_뇌리에 맴도는 대차대조표  (0) 2016.09.26
31_늦둥이와 보낸 휴가  (0) 2016.09.25
30_녀석과 비디오  (0) 2016.09.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