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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80_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

by 靑野(청야) 2018. 10. 28.

“ 빈이 좀 깨워서 학교 보내라”

울산에 일이 있어 일요일밤을 집에서 보낸 어느 날, 월요일 꼭두새벽부터 남의 회사를 찾아가는 게 예의가 아니니, 느긋하게 출발하고자 하는 데, 우리 마누라 그러니까 늦둥이 엄마의 명령(?)이 떨어졌다. ‘자기가 깨워서 학교 보내면 되지 왜 나에게?’ 하는 의문이 살짜기 들었지만, 어째 목소리가 까칠한 게 정상이 아니니, 이전의 예로 짐작컨데, 뭔 일이 있었나 싶어 군소리 없이 녀석의 방으로 갔다.

학교갈 시각인 데 녀석은 그냥 자는 척하는 지 이불속에 퍼져 있다.

“빈이 학교 안가?,”

“빨리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이빨딲고, 학습도구 챙기고 할 일이 많은 데, 아직도…..해서 내 목소리에도 평소보다 약간의 에너지가 더 들어 가서 옥타브가 높아졌다.

“내 학교 안간다”

“헉!” 이 무슨 소리.

“학교를 안간다고? 왜?”

“왜 학교 안갈 건데?”. 옆자리에 누우며, 원인이나 알자하고, 재차 물어보는 수 밖에

“나는 꿈을 포기 했다”

“???”

원래 녀석은 너댓살부터 과학자, 대통령, 육군참모총장된다고 떠벌리다가 올해 들어서는 철도청장이 미래의 되고싶은 모델로 거의 굳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녀석의 미래 꿈은 수시로,약 6개월주기로 바뀐다). 녀석은 어릴 때부터 '토마스와 친구들' 같은 어린이 동화비디오나 장난감을 너무 좋아하했고, 증기기관차, 디젤기관차, KTX등 실제열차에 관한 책을 그 특유의 집착력으로 파고 들며, 틈만나면, 이곳저곳 열차박물만, 열차테마공원등을 구경시켜달래서 둘러봤다.


최근에는 KTX가 전기기관차인지, 디젤기관차인지 물어보기에 '전기기관차'라고 대답해줬더니, 한 쪽만 찍힌 사진그림을 들이밀며 전기공급선(?)이 없다며, '전기기관차가 아니다' 우기는 데, 부산진시장에 가는 기회에 부산진 시장부근 건널목에가서 KTX가 지나가는 걸 살펴보기도 했다.

현재의 KTX에는 앞뒤에 각각 붙어 있는 기관차포함 총20량 한 열차를 이루며 달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서울서 오는 열차의 앞쪽에는 전기공급선이 없고, 뒸쪽에 붙어 있다. 반쪽을 확인하고도 한쪽에 없다는 핑계로 완전히 수긍하지 않는다. 디젤기관차도 디젤엔진은 발전용으로 쓰고, 동력은 모터구동으로 쓰인다는 나름대로 상식이 있지만, 확고하게 자신이 없어 녀석을 완전히 제압하는 데 실패했다.

어쨋튼, ‘철도청장이 되면, 자기가 원하는 열차테마공원등을 마음대로 세우지 싶다’하며 최근의 꿈이 철도청장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야, 니 대통령도 되고, 과학자도 되고, 철도청장도 되겠다? 그 꿈을 포기한다고?”

평소에 커서 뭐가 되겠다고 떠벌린 것을 되새겨주며 왜 그 ‘꿈을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능청스럽게 내뱉는 녀석의 심리 상태가 자못 궁금하여 다구쳤다.

“대통령도 하기 싫고, 과학자도 싫고, 철도청장도 싫다”

녀석이 달관한 사람처럼, 눈도 채 떠지 않고 잠꼬대 비슷하게 중얼거린다.

‘그래서 학교도 안가도 될 것 같으니, 학교가란 이바구 하지마라’ 그말이다.

녀석을 깨워 학교보내는 일보다 녀석이 그렇게 생각하는 심리상태는 물론이고, 그렇게 내뱉게 된 배경이 궁금해 질 수밖에. 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 데”, “왜 꿈을 포기하는 데”

녀석의 속셈을 알 요량으로, 한 껏 목소리를 부드럽고 다정하게, 팔로 목을 감고 감싸면서 달래듯이 은근하게 물었다.

“나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꿈도 포기하고, 학교도 안가겠다 는 녀석의 의중이 반쯤드러났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생각하게 된 동기가 또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된 동기는 뒷전이고, 우선은 녀석을 빨리 학교에 보내야 했다

녀석의 의중의 꼬리가 잡힌 이상, '내가 그놈의 의중을 눈치챈이상, 게임은 끝이 났다' 그렇게 자신하며, 녀석을 설득했다.

“어이 빈이, 초등학교 2학년만 다닌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 아냐, 요새 평범한 사람은 최소한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한 사람들이야. 얼마전에 신문 봤잖아? 박사출신이 환경미화원 모집에 지원했다는 거. 니 도 봤지? 신문에 80%이상이 다 대학간다고 신문에 쓰여 있는 것 못봤어? 그사람들이 특별한 사람이야? 아빠, 누나, 엄마가 다 대학나왔는 데, 특별한 사람이야? 평범한 사람이잖아? 초등학교2학년 학력으로는 저 쓰레기 청소하는 직업도 택도없고 아마, 청소부아저씨들이 흘리고 간 쓰레기를 뒤따라 가면서 줍는 그런 일 정도나 할 일이 있을란가?. 새벽부터 신문돌리는 일도 초등학교 2학년 공부가지고는 택도 없다. 그런 학력으로 평범한 사람이 된다고? 평범한 사람이 될려면 적어도 고등학교 대학은 나와야지, 안그래 ? ………”

녀석이 산전수전 다겪은 이 아빠의 수단(?)에 녹아나지 않을 재간이 아직은 부족할 터.
이윽고, 녀석은 못이기는 체, 이불을 기어나와 학교갈 준비를 한다.

ㅎㅎㅎ

간단하게, 해결을 했지만, 시간이 없어 서둘러 녀석을 학교로 태워다 주고 와서, 지 엄마한테 녀석이 오늘의 한 행위의 배경에 대해 알아 봤다. 오늘의 행동이 어릴 때부터 굳어져 온 응석일지, 아니면 녀석에겐 이러한 생활패턴때문이, 스트레스를 안겨주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생기는 몸부림일지? 미련하게도 이 아빠에겐, 아직은 판단이 안선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행동일지라도, 나로서는 세태를 거슬르고, 녀석에게 지 하고 싶은 대로 풀어서 키울 배짱과 방도가 없기는 하다만....

어제는 , 모처럼 녀석을 영화관에 데리고가서, 2004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했다는 케이트 디카밀로의 동화 '생쥐 기사 데스페로'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작은 영웅 데스페로' 를 봤다. 녀석이 꿈을 포기하고, 학교를 안가겠다 벋댄 헤프닝은 여기서 출발한다.

녀석에겐 지 엄마가 정해논 규칙이 있다. 그것은 ‘토요일, 일요일만 테레비와 PC게임시간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 시간도 각각 30분정도’ 나머지 시간은 학교나 학원숙제, 학원, 도장다니는 일등으로 아빠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니, 허용받은 주말 약 30분 씩 1시간, 이틀이니 총 2시간정도가 녀석이 일주일간 즐길 수 있는 황금시간이다. 그래서 우짜다가 이 시간대를 다른 일로 넘기면, 왕짜증에, 심지어 대성통곡, 난리를 피우는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놈의 영화보는 일때문에, 테레비와 PC볼 시간을 날려버린 것이다. 원래는 지 누나가 보여준댔다가 펑크내는 바람에 대타로 내가 보여준 것이지만. 영화를 보고 저녁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는 다음날 학교숙제나 학원갈 준비에 시간을 할애 해야하는 데, 녀석은 낮에 못한 PC게임을 하겠다고 주장하니, 지 엄마가 잘 시간도 되었고 해서 허용을 안해준 모양이다.

그리하여, 녀석과 지엄마는 잠자리에서부터 티걱태걱(?) 한 것이다. 그 때부터 학교안간다고 떼를 쓰니, 지엄마도 화가나서 속앓이를 하며, 그럭저럭 밤을 보냈는 데, 두 사람다 아직 그 티걱태걱 감정이 사그러들지 않고 아침까지 남아있었던 것이였다.
그럭저럭 하루를 보네고 그날 저녁에 보니, 아침의 그 자포자기(?) 모습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간곳없고, 명량하고, 개구장이 기질이 만개한 모습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언제나 처럼, 녀석에게 ‘또 낚일 번했다’는 생각이 든다. 녀석은 그런 엉뚱한 몽니를 통해 뭔가 얻을 것을 챙기는 데, 특별히 PC게임시간을 연장받든지, 선물을 얻든지 하는 것이다.

보통 때는, 지 엄마나 아빠는 알게 모르게 녀석의 수법에 걸려든다. 하지만, 녀석이 이번만큼은 화두를 잘못던지고, 시기를 잘못택한 것이다.

평소 녀석의 수단이 보통이 아니고. 매번, 그 수단이 높아져 간다. 하니, 언제쯤 녀석의 그 교활함(?)을 강력하게 응징을 해야겠다하며, 그 시기와 대를 저울 지라고 있는 터이다. 녀석은 이 아빠의 속셈을 아는 지 모르는지, 옆으로 지나가며, 옆구리에 강력한 어퍼컷을 날린다. 아빠하고 친하다는 표시가, 태권도장에서 배운 주먹질이다.
지 엄마가 '아빠에게 주먹질 하지 마라' 라고 그만큼 주위를 줘도, 지엄마 안보는 틈을 타서, 축구선수반칙하듯이 반칙을 해댄다.
'으기! 차제에 이걸 그냥....'
하지만, 수년을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참았다. 참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녀석을, 뻔히 알면서(?) 녀석을 잘못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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