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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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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77_요즈음의 우리 늦둥이

by 靑野(청야) 2018. 10. 28.


아침, 저녁으로, 나라 경제가 비틀거리며 돌아가는 이야기로 난리다.
방송이고 신문은 물론이고, 일터에서도 삼삼오호 모일 때마다 작금의 경제사정 이야기다, 아이엠에프 때는 그래도, 한국만이 어려워서, 수출길이라도 있었는 데, 요즈음은 전 세계, 그것도 미국, 중국, 유럽, 일본이 저 모양이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절단났다’, ‘내년이 더 어렵다’는 식으로 진정으로 하루 하루 공포감에 지내는 것이 요즈음 사무실 풍속도가 되었다,

나라서 이런 분위기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겠는가?
회사에 다닌답시고 녹을 먹고 생활하는 우리네들은 이런 사정에 오십보 백보 민감하기 마련이다. 은행이 돈줄을 막고 있다 하니, 대규모 투자를 벌려놓고, 벌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사장, 회장의 입장이 아니라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내년이면 더욱 어려워진다고 하나, 봄이 되면, 은행의 평가도 끝나면, 돈놓고 돈먹기가 본업인 은행이 금고 좀 열테지, 그리되면, 돈줄에 목숨거는 기업들, 사업가들 숨통이 좀 트일라나?
봄이 되면, 최소한 우중중한 날씨나 분위기는 바뀔 터, 그러다 보면, 햇볕들날이 있겠지?

요즈음 우리 늦둥이 잘 자라고 있다.
보통의 이 나이, 연배들에 비하면, 난, 늦둥이 때문에 행복한 편이다. 적어도, 우리집에서만은 우리 늦둥이 때문에 항상 봄인 것이다. 녀석이, 요즈음의 경제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지, 철이 들어가는 것인지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더없이 구엽게 군다. 지 엄마하고 실랭이 치는 경우가 잦아서 내가 지 엄마 하소연을 대신 들어줘야하는 딱한 경우나 지녀석나름대로의 변명이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경우외는.

어느 날 녀석이 내게 다가와서 은밀히 묻는다.

“ 아빠, 아빠는 손자이름 아나?”

“뭐?, 손자?”

“내, 아들말이야. 내 아들이면, 아빠 손자 맞잖아?”

“그래 맞다, 그런데, 웬 니 아들?”

“내가 말이야, 커서 장가가서 아들 낳으면, 붙여줄 이름이지!”

“?????!!!!!, 그래, 그럼 뭐라 부를 건데”

“淸明이, 淸明이다. 구슬처럼 맑고 밝은”

녀석은 뜻풀이까지 겸해서 지 아들 이름이랍시고 내게 읇조린다. 아마도 마법천자문의 ‘淸’이나, ‘明’관련 페이지에 있슴직한 연관단어를 떠올리고, 생각나는 데로 찌꺼리는 것이이라. 하지만, 단어를 후대와 연결해두기란 쉽지 않은 발상, 언듯 이해가 안된다.

“아빠가 만일에 나라를 세운다면, 나라이름을 뭐로 할래?”

“??? 난 그런거 생각 않해봤는 데?, 니는?

“대조선, 대조선국으로 할 끼다”

녀석은 조선역사에 등장하는 나라들에 대해 관심이 무척 많다. 고구려, 발해, 백제, 신라, 고려, 조선….

그리고 조선역사에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들, 장군들의 전기도 수도없이 읽고 또 읽고, 왕조룰 달달 외우고 있다.

언제부턴가, 틈만나면, 녀석이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스켓치 북에 잔뜩 뭔가 글쩍거리고 있었다, 녀석이 다가와 보기 꺼려하는 눈치라, 몇 번인가 곁눈질만 해보다가, 어느 날 정색으로 물어봤다.

“ 뭐하노?”

“이거~~~, 내가 나라를 세우면 붙여줄 왕조이름이다.”

스케지북의 장마다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고, 이를 테면, [대조선] 이라는 나라를 세우면, 붙여질 왕조의 이름이 빼곡히 차 있다. 무려 53대까지. 거기에는 신라, 고구려, 고려,발해, 조선의 왕조이름과, 지가 지은 왕조의 이름도 섞여서 짬봉이 되어 있다.

ㅎㅎㅎ

“나는 신라 별로 안 좋아한다.”

연개소문이나, 발해등에 대한 사극이 판을 칠 때 받은 선입감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신라, ‘김유신…은 나의 원수, 당나라와 결탁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구려를 멸망시킨 나라' 라고 증오심(?)을 불태우더니, 이제 어느 정도 희석이 되었는지 ‘안 좋아한다’ 는 정도로 발언 수위가 낮아졌다. 그 동안 지 엄마, 지 누나, 내가,

“신라가 어떻고, 니도 신라의 후손…” 운운하며, 그 철없는(?) 증오심을 완화시킬려고 노력한 덕분인지, 아니면, 녀석이 그 동안 다양한 서적을 통해 접한 역사지식으로 희석이 된 것일지도.

만물박사!

우리가족이 붙여준 별명이다. 고대사, 현대사, 국사, 세계사, 세계지리…. 어지간한 것은 모르는 게 없다. 버뮤다 미스터리, UFO, 비행접시, 플라톤, 그리이스 신들, 로마제국역사, 나폴레옹제국, 징기스칸.....만화로, 동화로, 어린이가 읽을 만한 거라면, 최소한 대여벗이상을 읽고 또 읽었다, 집안의 사촌, 이웃의 형아, 누나들이 물려준, 어린이 도서를 읽어, 거진 외우다시피 읽고는, 읽을 거리 없다고, 책사달라고 조른다, 심지어, 내 서고에 있는 성인용 도서(이를 테면, 칭기스칸, 연개소문…)를 읽겠다고 덤빈다.

어느 날 내가 뭐 소일거리 없나 해서, 지나가는 길에 녀석이 즐겨 읽었던 아틀란티스 관련 어린이책을 손에 잡았다. 녀석은 자기가 먼저 읽고 내용을 훤히 꿰뚫고 있는 데, 이제사(?) 아빠가 손을 대는 구나, .의기양양,

“이것 읽고 나면, 이 책도 반드시 읽어래이 " 책상 위에 앞으로 읽을 거리를 수북히 채워준다.

“그래, 그래, 읽어 보께, 니 일고 재미있었던 책들 소개 좀 해주라” 하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한다,


“빈이, 플라톤이 누구야”

“그리이스 철학자”

“플라톤 스승이 누군 데?”

“소크라테스”

……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하다가 발견한 것은 “

“부력”

“부력이 뭔 데…”

…… (아르키메데스 원리를 애들 책에 소개 했을 리도 없고, 소개 했다한들, 이해했을리도 없을껴!)

“물에 뜨는 거 아냐?”

크!, 어디서 보기는 본 모양.

“그러면 말야, 아르키메데스가 부력을 발견하고, 기쁘서 목욕탕에서 뛰어나오면서 외쳤다는 소리는 ?”
........

(‘유레카’, 요말은 모르네!)


“니 장가가서 아들 낳으면 이름을 뭐로 한다했지? “

“청명이”

녀석이 손자 이바굴 꺼낸 후, 녀석의 그 때 발언이 즉홍발언인지,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인지 궁긍하여, 상당한 시간이 지난후 옆구리를 찔러 봤다. 하지만, 대답은 한결 같다.

“딸 낳으면 우짤건데, 이름을 뭐로 할 건데? “

“'승주'로 할 거다"

“야, ‘승주’는 니 이름자중 ‘승’자가 같아서 형제간 같아 보이잖아, 곤란한 데?.”

“내 이름을 바꿀끼다” 자기 이름을 바꿀거란다.

언젠가, 녀석이 내게 다가와서

“내 이름바꿔줘” 라고 한적이 있었다.

“이름 좋은 데, 왜 바꿔?”

“애들이 놀린단 말이야, 그리고 내가 커서 이 이름으로 불릴 생각하니, 끔찍하다”

그러니, 차제에 이름을 바꿔달란다. 해서, 이름 뜻이 어떻고, 유명한 어른들의 이름도 들먹이며, 괜찮고, 괜찮은 좋은 이름이라고 진정시켰더니, 그동안 잠잠해서 그 생각을 접었나 했는 데, '이름 바꾸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접은 게 아닌 모양.
녀석에게는 아직 설명하여 이해시킬 단계는 아니지만, 실제로 그 녀석의 이름은 국어학자 이희승박사의 '昇'에, 어느 공화국의 국무총리를 지낸 이한빈 전총리의 '彬'을 떠울리고는 그대로 녀석이름으로 채용한 것이다. '昇'은 '오를 승', '彬'은 '빛날 빈'

어느 날은 녀석이 '쌍절봉'을 사달랬다.

올 가을로, 태권도장에 다닌지 2년짼가? 지난 가을에 공인 2품, 검은 띠를 따면서, 쌍절봉 다루는 것을 배우나 보다. 다니는 도장 것을 이용하다가, 내 보고 예습도 할 겸, 갖고 놀고 싶어 그려려니 해서 ‘쌍절봉’을 사줬다. 처음에는 영 어설프더니 요즈음은 제법 유연하게 여러 동작을 이어간다. 집안에서나 바깥을 나다닐 때, 쌍절봉을 들고 다니면서 틈틈히 휘두른다. 마치 내가 어릴 때, 소에게 풀먹인다고 산과들을 싸돌아 다니며, 지게 지팡이 휘두르듯이.

얼마전에 금정구 품새대회가 열렸다, 태권도 품새란, 태극1장,2장…8장, 금강, 고려, 십진,일여, 평원등…을 거쳐 비각, 한류에 이르기까지 정형화된 다양한 무술동작을 일컬음이다.

11월 어느날 유소년그룹끼리 겨루는 품새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금메달을 따고 오는 날, 아파트 입구부터 난리다. 그러고는 종일 그 기분에 들뜨지낸다.

“내, 금메달 딴 거 감동적이제?”

금정구청장이 직접 금메달을 걸어준 모양, 올림픽 금메달 딴 형아들의 환호성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녀석도 동네 메달, 그냥 격려차 주는 금메달이라도 어쨋던 기분이 상당히 업되는 모양이다.

“그래 그래 장하다, 대단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섞어서, 녀석을 붕 띄워졌다.

녀석이 무술에도 흥미가 계속 클 때까지 이어질려나? 이전에 내가 그린 이소룡 그림을 보면서

“우찌 생각하노?” 물어보면,

“별로”
언제나 반응이 시쿤둥했다. 다른 그림보다 특히, 이소룡 그림보고 더 시쿤둥했다.

이소룡의 폼에 비해서, 녀석의 유약한 폼이 너무 비교가 안되어서 어린 마음에, 애써 무시하나 싶었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공인 2품을 따고, 쌍절봉 다루는 것이 손에 익자, 지가 마치 이소룡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기에, 그 동안 그려놓고 거실구석에서 딩굴던 이소룡의 내 그림액자를 녀석 방의 침대에 누워보면 맞은 편 벽면에 걸어줬다. 녀석도 싫지 않은 눈치다. 마음속에 태권도에 대한 자신감이 나름대로 싹트나 보다. 저러다 크면, 녀석, 태권도 선수된다고 속을 썩힐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네.

녀석의 반에는 덩치값이나 깡다구가 서열로 매겨지는 모양이다.

“나 우리 반에서 4빠다”

‘빠’ 는 그런 덩치나 깡다구가 센 것을 말하고, 1빠는 제일 깡다구 센녀석, 2, 3, 4빠는 그들대로의 강다구 서열이다. 지 놈들 세계에서는 지놈들대로의 기세 겨루기가 있나 보다. 놈들이 한 반에서, 부댔기다 보면, 저절로 빠의 서열이 결정되는 모양. 처음에 ‘빠’의 뜻을 몰랐는 데, 대충 들어 보니나서, ‘빠’란 그런 것이구나 이해가 되었다.

헌데, 4빠라니?

내가 알기로 녀석이 제일 크고, 평소 침대에서 같이 딩굴면서 레스링을 하다보면, 힘이 보통이 아닌데, 4빠라니?

아마도, 키나, 힘으로는 1빠 수준은 되리라. 허나, 녀석이 소심하고, 여자애 닮은 구석이 있어, 어떤 녀석이 기세 좋게 나오면, 겨루기도 전에 꼬리를 내릴 터, 내 그것을 알기에,

(마땅히 부모된 도리로 그리하면 안되겠지만),

“야, 니 덩치에, 태권도도 2품이나 되면서, 겨우 4빠? ”

“누가 시비붙걸랑, 당당히 맞서고, 밀리지 마라, 반드시 1빠되어 온나”

ㅎㅎㅎ
좀 유치하지만, 녀석이 어떻게 반응하고 처신하는 지 궁금하여 묘한 숙제를 녀석에게 안겼다.

“아빠, 나 1빠되었다!” 4빠라는 소릴 듯고, 1빠라 되라고 선동한지 1~2주일쯤 되었을 때인 어느 날 녀석이 1빠가 되었다고 선언한다.

“정말?, 우찌 해가지고?”

“오늘, 1빠인 모모와 ****(시비)가 붙었는 데, 이전에는 내가 엉덩방아를 찡었거든. 오늘은 둘이 비겼다아이가, 그러니까 내가 1빠제? 공동1빠 ! ”

ㅎㅎㅎ,
공동1빠란다. 완전히 제압한 것은 아닌겨. 그래도 좋다. 1빠는 1빠다. 내가 아를 이렇게 키워도 되나? 괜히, 기살리려다가 싸움꾼 만드는 거 아녀? 그리안해도, 대통령->과학자-> 육군참모총장->철도기관사->… 로, 요 일이년사이에 녀석의 장래 희망목표가 하향(?)하는 추세인 데,

“나 태권도 선수될래”

하면서, 폭탄선언할라. 운동선수라고 못 받아줄 것도 없다면, 요 뺑실이 녀석, 영어고 수학이고 나름대로 책상머리 앞에서 머리 조아리는 공부하기 싫으면, 그 핑계로, 피해갈 수단으로 하는 소리, 내 모를 줄 알고.

ㅋㅋㅋ
녀석의 잔머리 수준은 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니, 그러므로,

'니는 우리 집의 만물박사! ' 라고 계속 띄워주어야 할지, 어느 때쯤 회초리 옆에 두고, 녀석을 다잡고 앉아, 실랭이를 쳐야 할지? 요즈음 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어수선한 세태에, 이처럼 그나마 녀석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을 큰 위안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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