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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79_세계를 움직일 위대한 전략

by 靑野(청야) 2018. 10. 28.
"아빠가 저녁 먹고나면 '세계를 움직일 위대한 전략 '에 대해서 강의를 하겠다"

2009년 구정휴가로 서울서 내려온 날이다, 며칠전 '감동의 아들'이라 부를 정도로 우리 부부에게 감동을 줬던 이바구를 생생하게 기억을 하며, 저녁 8시쯤에 도착하자마자, 녀석을 찾았다.

"어이 감동의 아들!'

지 엄마가 기고만장한다고, 감당이 안되니, 그렇게 띄우지 말라했지만, 오랜만에 녀석을 보는 내 기분은 그렇지 않다. 반가운 기분에, 좀 띄워주면 어때? 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불러줬다. 헌데, 이게 사단을 일으킨 것이다.

"오늘은 말이야 '세계를 움직일 위대한 전략에 대해 강의를 하겠다"

"???"

"2월에는 '로마와 카르타고, '3월에는 '히틀러와 독일', 4월에는 '나폴레옹 황제' 5월에는 '몽골과 징기스칸에'에 대해서 강의해 주께"

마치 오랜전에, 시중의 이른바, 명강사에게 '뭘 강의하실래요?' 하고 사전에 준 숙제에 대답이나 하듯이, 단숨에, 앞으로 우리를, 우리가족을 훈육(?)시킬 강의제목을 읊조린다. 녀석이 '강의'라는 구체적인 용어까지 구사하면서....

'세계를 움직일 위대한 전략',
'로마와 카르타고'
'나폴레옹황제'
'히틀러와 독일'
'몽골과 징기스칸' 이라.

요녀석이 이런 유행의 세계나 한국역사책을 읽기는 읽은 것으로 아는 데, 얼마만큼 소화했길래, 요렇게 광오하게 나오나? 누굴 닮아 이런 광오함이냐? 이러니, 지엄마가 감당이 안된다고, 녀석을 띄워주지 말라고, 그랬구나.하지만, 호기심은 더욱 발동,
"그래, 어디한 번 들어보자, 저녁먹고 나서 강의 한번 해주라" 했다.

내가 저녁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녀석은 가정학습용으로 지공부방에 있던, 조그마한 화이트보드판과 마크, 지우개를 들고 나와서는 소파에 걸쳐 놓고, 테레비앞에 방석 3개를 깔아주고는 앉아서 들어 보란다. 그러니까, 녀석은 소파에 앉고, 우리 가족은 테레비를 등지고 바닥에 앉아서, 영락없이 옛날 서당의 학생들처럼,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녀석의 강의를 듣게 된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별로 생각없이, 그저 녀석의 재롱을 즐기는 간단한 이벤트 정도로 가볍게 앉았다.

헌데 웬걸, 떠듬떠듬 시작한 강의(?)가 무려 한시간 50분정도나 이어졌다. 그러니까 저녁 아홉시쯤에 시작한 녀석의 강의가 강의마지막에 키즈까지 푸는 시간을 포함해서, 무려 1시간 50여분. 11시가까이,시간상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한 제대로 된 강의시간에 진배없는 시간이 소모된 강의였다.

헌데, 내용은? 한마디로, 녀석의 나이에 비해, 상상을 불허하는 내용이였다면고 할 수밖에.

지엄마는 말할 것도 없고, 나도 생전 듣도 보도 못한(아마도 너무 오래전 이바구라 내 기억에서 살아졌을) 이바구, 가장, 최신 교육을 받았다는 지 누나도 감당이 안되는 그런 고전적이고, 현확적인 용어를 거침없이(?) 구사하며, 녀석의 강의가 이어진 것이다.
녀석의 강의중에, 너무나 많이 등장한 국가와 국가들의 성립배경, 침략전쟁의 원인과 결과들이 등장한다. 녀석이 읽은 책의 내용을 통째로 외우지 않고, 그 내용을 나륻대로 소화하지 않고는 말로 풀어내지 못할 그런 용어들이고, 내용이다.

춘추시대의 연나라(전연), 삼국시대의 연나라(후연), 몽골, 흉노, 요동, 요하, 요서,위, 촉, 오의 삼국과 조조, 유비, 손견, 남옥저, 당, 송, 남송, 고구려,신라, 백제, 발해, 후백제, 태봉, 고려, 조선등과 같은 국가와 민족, 주요 지명들, 그리고, 광개토대왕,장수왕, 동천왕, 발해의 문왕등 고구려, 신라, 발해의 주요왕들, 조선 태조 이성계등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핵심인물들.....

녀석의 강의에 등장한 용어들이다. 녀석은 학생들의 이해를 돕도록, 고맙게 스리, 하이트 보드에 나라들을 그리고는 이야기 전개가 진행되는 대로, 지우고, 새로 그리기를 끊임없이 한다. 주요 등장인물이나, 지명, 자기 의견을 핵심적으로 표현할 때는 꼭 하이트보드에 기록하여 이해를 돕는다

"흉노는 나라가 아니고, 세력이 큰 집단이다" 흉노를 이야기 할 때, 흉노는 나라이름이 아니고, 북방지역에 살았던 세력집단이라고 누구도 문제제기 하지 않앗는 데, 스스로 보충설명한다. 설명하는 지도로 고구려가 1차 2차.. 위나라에 침공당하여, 밀려나가는 세력 경계선, 동천왕이 쫒겨간 동해안부근의 위치를 하이트 보드에 표시하며, 나름대로 설명을 보충한다.

"베이찡 북족에, 고려성, 고려xx등 고려라는 말이 들어간 지역이 있는 데, 이것은 고구려의 준말이 틀림 없으며, 이것은 당시 고구려영토가 베이찡 북쪽까지 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읽은 책의 어디 주석란에나 있을 법한 그런 내용까지, 상세설명을 덧붙인다. 통째로 외우는 것인지, 이방면의 대가가 태연하게 밝히는 견해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녀석이 정말 자연스럽게, 우리를 향해 설명하는 것이였다.

어디 그 뿐이랴? 녀석은, 강의중간중간 뭐든 질문하란다. 지엄마와 아빠는 어안도 벙벙하고, 기억도 오래되었을 뿐만아니라, 지금생각하니, 그정도에 답할 정도로 상세히 안배운 같기도 해서 묵묵부답, 주로 지 누나가 질문을 했 데, 무슨 질문을 하든, 녀석의 설명에는 막힘이 없다.

이를테면, 지 누나가 전연과 후연의 관계를 묻자, 전연은 춘추시대 연나라고, 후연은 어쩌고저쩌고...거침없이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동천왕이 위나라 장수 관구검에 쫒겨 남옥저로 피신하여..."라는 설명에,

역시 지누나가, " 당시에 옥저라는 나라가 남아 있었나? " 하고 자신이 없어 대충 궁시렁거리는 수준의 질문을 했다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는 지긋이 지 누나를 노려보고 한다는 소리,

"나라 옥저말고, 옥저는 일찌기 망했고, 남옥저라는 마을이 남아 있었다" 고 해명한다.

이게 맞는지, 녀석의 임기응변인지, 알길이 없다. 부여 옥저..등등이 고구려 이전이나, 고구려 초기 지금의 함경도나 그 북쪽의 해변가 나라 이름들이지 쉽운데, 학생들은 기억에 가물가물, 녀석의 당돌한 해명을 판단할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

" 발해가 망한 것도 고구려와 같이, 남쪽을 평정하여 기반을 구축하지 않고, 대국과 전쟁하여 망했나?"

지엄마가 나름대로 근사한 질문이라고 던졌더니

"아니다, 발해가 망한 원인은 좀다르다. 발해가 망한 원인은....." 녀석은 머뭇거림 없이 단숨에 발해사 전공의 대가가 설명하듯 단오하고도 명쾌히 설명한다.

녀석의 강의와 질문에 대한 녀석 답변을 요약하면,

"위나라는 삼국지에 나오는 그 조조가 세운 나라인데 고구려 동천왕 때 관구검을 보내서 거의 고구려가 멸망시키기 직전이였는 다가, 고구려장군(밀우)의 계략으로 싸움에 지고, 그 휴유증으로 약해져서 나라가 망했다"

"내가 이야기 하고 자하는 결론으 말하자면, 고구려는 광개토대왕때, 백제.신라를 그대로 두고, 당나라를 수차레 공격하느라고 나라의 힘이 빠지는 바람에 얼마 못가서 망한 것이다"

"장수왕의 남진 정책은 잘한 것이다. 광게토대왕 다음 장수왕이였는 데, 내 생각으론 장수왕이 먼저고, 그 다음 광개토대왕이였다면(순서가 바뀠다면), 고구려가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발해는 10대 문왕 때부터 '해동성국' 이라 불렸는 데, 발해가 망한 원인은 고구려와 좀다르다. 문을 중시하고, 군대를, 나라의 힘을 기르는 데, 소홀히 하였기 때문에 망한 원인이 크다"

..............
처음, 시쿤둥하게 생각해서, 카메라를 준비못했는 데, 아뿔사, 선생님의 명강의(?), 희귀한 강의를 그냥 놓치다니...강의를 시작하고 몇분이 지나지 않아, 후회를 막심하게 하게된다. 하지만, 녀석의 열변에 초를 칠까봐 그냥 듣자듣자 한게 1시간반을 넘겨 2시간 가까이

<두번째 강의주제 '로마제국과 카르타고'를 시작하기전에 전날 강의한 내용을 학생들의 요청으로 복습강의하느라 준비하는 늦둥이 . 이번강의장면을 남기지 못해, 복습한다는 핑계로 다시한번 강의토록 하여 찍은 한컷. 동영사 강의는 다음에 공개된다.>

평소같으면, 재워달라할 시간에, 내복바람으로 비스듬이 앉아 보드마커와 지우개를 양손에 갈라쥐고, 보드마커를 까닥거리며, 학생들을 향하여 지적하는 용도로도 쓰기도 하고, 영락없는 강사를 흉내내는 모습에다, 그 앞에 어른3명이 머리를 조아리며, 잡혀앉아 있는 풍경이, 상상이나 되는가?

'세계를 움직일 위대한 전략'에 대한 강의라 해 놓고, 이른바 삼국시대 전후 동북아 국가들의 쟁패와 나름대로 그 결과에 대한 녀석의 의견이다. 왜 세계전략이 아니고, 고대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이바구냐? 의문이 살짜기 들긴 했지만, 우리 가족 학생들에겐 그게 주요한 것이 아닌 것이다 10살짜리 꼬마녀석이, 여러 역사책을 통째로 외우다시피하지 않으면 안되고, 나름대로 이해했던지, 소화하여 자기 의견을 표출한다는 사실에 우리가족이 그저 감동만한 것이다.

"오늘 강의는 이만, 퀴즈를 내겠다" 드디어 강의 종료선언, 하지만, 강의 내용을 다지는 키즈라. 다니는 학원에서 들은 수법인지, 녀석의 강의마무리 솜씨가 여간아니다. 하이트보드를 돌려세우고는 열심히 껄적거리고는 다시돌려 세워놓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사람이 먼저, 번호를 선택하란다. 번호옆에 음영처리를 해놓고, 번호를 선택하면, 그 음영을 실제 문제분야로 표현해주는 것이다.
그 문제 분야가 (1) 세계역사 (2) 중국역사 (3) 한국역사 (4) 상식 4분야인데, 이게 다 밝혀진 것은, 퀴즈문답이 다 끝났을 때였다. 그러니까, 녀석은 이 4분야에 질문을 한가지씩 미리 생각해두었다가, 누가 번호를 선택하면, 그 분야를 적고, 문제하나를 내서 알아맞추게 하는 형식이다.

퀴즈문제 형식이 테레비에서나 봄직한 퀴즈풀이 보는 듯하다. 녀석이 내는 문제도 수준급이지만, 퀴즈내고 알아맞추기를 게임하듯이 운영하는 솜씨가 제법이다.

10시 50분을 넘어서서야 강의가 끝났다. 9시경에 시작하여 거진 두시간 가까이 걸린 것이다.

"강의 끝"하는 소리에, 우리 식구들은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는데, 격려의 의미보다는 사실은 감동의 박수, 감격의 박수였다
" 내일은 오늘 거 복습하고, '로마와 카르타고' 에 대해 강의를 해주겠다"

녀석이 오늘 강의하면서, 학생의 관심과 격려에 고무되었는 지, 2월 주제를 당겨서, 오늘 강의 복습하고, 강의 시작하기젠에 2월에 하겠다는 강의를 바로 시작할거란다.

"빈아, 역사공부도 좋은 데, 뒤에 자연현상이나, 과학, 우주에 대해 공부해서, 강의 좀해주라"

녀석의 강의끝에, 지엄마가, "빈이 과학이나, 수학등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고, 파헤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데..." 하면서 귀띔이다.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녀석이 수학, 과학에도 역사에 빠져들듯이 몰입하게 해주었으면하는 하는 바램이다., 내가 넌즈시, 녀석을 떠 본거다.

"수학은 좀 생각하야 겠고 6월달에 우주에 대해 강의해줄께".

6월달 주제로 우주에 대해 강의 해주겠다고 대답이 거침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처음에 매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는 녀석이 강의준비(?)한다고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가 보다했는 데, 2월주제를 내일 하겠다는둥 녀석은 이미, 앞서 주제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아는 지식이 넘쳐나는듯, 언제든지, 시간만나면, 강의로 풀어 낼 요량인가 보다.

ㅎㅎㅎ

앞으로는 꼭 동영상을 찍어 기록과 증거를 남기리라 다짐하며, 이 날은 그러구려 지나갔다.
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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