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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78_감동의 아들

by 靑野(청야) 2018. 10. 28.

"고구려가 말이지, 남쪽의 백제나 신라를 평정하여 기반을 확고히 한 후에 당나라 같은 대국과 겨루워야지, 남쪽을 평정하지 않고, 큰나라와 대결을 일삼다가 신라가 당나라와 결탁할 수 있는 기회를 방치해서 결국은 뒷통수를 맞고 망했다.

광개토대왕은, 고구려 영토를 넓히고, 나라를 강대하게 했으나, 대국과 겨루기전에, 신라나 백제를 먼저 평정했어야 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국가전략이 시원찮았다.
발해도, 고구려의 전철을 밟아, 남쪽을 평정하여 기반을 튼튼히 한 후에 대국과 겨루기를 했어야 하는 데 그러질 못해 망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장수왕이 그런대로 잘했다. 한강이남의 땅을 평정하여 기반을 넓힐려고 했으니....."

어느 날 아침,

"전화받을 시간있나? " 하면서 우리마누라 한테서 전화가 왔다.
"왜?"
"빈이가 말이지, 오늘 여차저차 열변을 토했다"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다.

앞서처럼, '고구려 전략운운...' 하며, 10살짜리 초등학교 2학년 늦둥이 녀석이 지 엄마한테 열변을 토했다고 들려준 이바구란다.

그소리를 듣고, 우리부부는 '국가전략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냐?' 하면서, 감동(?)하고, 당분간 녀석을 격려해주는 의미에서, '감동의 아들'이라 칭하기로 했다.

헌데, 다음날, 지 엄마가 그렇게 칭하지 말잖다. 왜? 녀석이 발언해놓고 스스로 기분이 업된 되다가, 지엄마, 아빠가 감동한 듯이 대접해주니, 기고만장이 심해져서 감당이 안된다나?

녀석이, 수년전부터, 고구려, 발해등 고대사에 심취하여 관련된 어린이 서적들은 모조리 섭렵하고, 노상 세계지도를 펴놓고,

"우리나라는 왜 이리 작은가?" 한탄(?)하기를 수년 째,
"고구려는 그 영토을 왜 지키지 못했나?"
"고구려, 발해는 왜 망했나?"
.......

그런 의문을 종종 식구들에게 던지곤 했는 데, 식구들의 대답이 시원찮았을 수밖에, 그러자, 나름대로 생각하고, 생각하여, 결론이 선 모양이다.

그 와중에, 지난 번 언젠가, 큰 집을 갔을 때일이다, 집안 족보가 있으면 보여달래서, 집안 족보를 열람하고, 큰 어버지한테, 시조에 얽힌 사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통일신라 시대, 신라가 중국 문물을 받아드릴 때, 당나라가 유학자 12명파견하였는 데, 그 중 한명이 눌러 앉아 우리성씨의 시조가 되었다'는 요지의 설명이었다.

그러고 수개월이 지난 며칠전, 녀석이, 내가 다가와서, 뜬금없이

"아빠, '진서' 할아버지가 시조맞나?"
"?? 그래 맞다" (갑자기 왠 시조? )
"그럼 난, 성 바꿀래!"
".....?? 왜 ? "
"당나라 사람을 시조로 두기 싫어!"
"크억, 그럼 넌 무슨 성으로 바꿀건데?"
"왕, 왕승빈으로 할끼다"

고구려사, 발해사에 이어 고려사, 조선사등을 섭렵하는 중, 왕씨들의 수난을 읽고는, 수난의 왕씨가 숨어들어 바꿨다는 성씨인 우리성씨, 성씨의 일부가 野史대로라면은 원조성이 왕씨일 수도 있는 데, 녀석은 당나라 시조자손보다는 '차라리 왕씨로 성을 갈겠다? '한다.

왜소한 나라 모습에 분기탱천하여, 고구려,발해의 강대한 영토를 지키지 못한 한탄하고, 그 원인을 추구한 결과,
초기에는 '신라가 당나라와와 결탁하여 고구려를 쳐서 멸망시켰기 때문'이라하더니, 이제는 '고구려, 발해가 남쪽을 쳐서 기반을 튼튼히 한 후, 중국과 쟁패를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망했다는 고구려, 발해의 전략부재론' 을 들고 나온 것이다. 심지어는 그동안, 세종대왕, 이순신장군과 대등하게, 녀석의 우상으로 존경(?)해 마지 않던, 광개토대왕 마저도 국가경영전략이 잘못됐다고 나무라는 것이다.

"내가 왕이되면,...내가 대통령이 되면..."

종종 떠벌리는 소리가 허투루 하는 소리가 아닌 가보다. 녀석은 나름대로의 수준으로 끊임없는 의문과 씨름을 하면서, 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 꼬라지가 안타까운 심정에 차라리, 지가 왕이되었다면...여차저차했을 것이데, 하는 나름대로 공상속의 세계가 있는 모양이다

여전히, "수학과 영어는 재미없어!' 하면서 건성으로 배우고, 녀석의 관심은 온통 과거사에 집중되어 있다.
여느 부모처럼, 녀석의 관심을 수학이나, 영어로 돌리고, 공상속에 헤매는(?) 저녀석을 끌어내려야 겠는데..
꼭 그리해야 할지, 그래해도 되는 것인지, 그리할 수 있을지, 영 자신이 없다.

요즈음, 녀석에게 성장의 주요한 계기가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우째야하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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