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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76_이 일을 우찌할꼬

by 靑野(청야) 2018. 10. 28.

오래간만에 우리 늦둥이 이바굴 좀 해보고자한다.


녀석이 초등학교 2학년이된지도 어언 1개월이 지났다.

지난 학년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녀석 나름대로는 정말 바쁜 일년이였으리라 짐작이 된다. 녀석이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다니고 있는 방과후 일들을 보면, 영어학원, 태권도장, 컴퓨터교실(토요일방과후만), 축구교실(토요일 방과후), 버그박사(방과후)수업, 미술학원, 속셈학원, 집에서 하는 눈높이 과학...영어학원은 한차례 바뀌었고, 논높이 수학이 눈높이 과학으로 바뀠다. 수학이 어려워서 못해겟다나?

그 와중에도, TV어린이 프로, PC게임은 심심찮게 즐기고, 만화나 동화책, 위인전도 열심히 읽는다. 특히 고구려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어린이용 역사서를 수십번 반복해 읽고서는 식구들에게 역사질문을 해대고 못하면 깔깔거리며 즐기는 영락없는 개구장이, 악동이다.

이 아빠로서는, 녀석의 학교생활이라는 게 어떻게 꾸려가는지, 집에 앉아서는 제대로 알길이 없다. 간혹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선생님에게 벌을 서는 것은 대놓고 하는 모양이다. 1학년 때는 지말로는 3대 개구장이가 있었단다. 자기는 그중 3번째 즉 셋중에는 그나마 제일 양호한 편이라고 의기양양하는 데,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 어떨지?

보나마나 선생님 말씀 잘 안듣고, 흘려들을 게 뻔하다. 그러니 무슨 집중력이 생기고, 숙젠들 제대로 챙겨 가겠는가? 때문에, 지엄마는 녀석대신에 매일 학교에서 학급홈페이지에 올려놓는 주간학습프로그램을 수시로 참조하여 다음날 등교시까지 준비하는데 정신이 없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초등학교 1~2학년 주간학습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이게 학생 숙제인지, 부모숙제인지 구분이 안간다.

그러니, 녀석이 선생님말씀을 애써(?) 흘러듣는 것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어차피 내가 못할 숙제, 엄마가 챙길게 뻔한데, 왜 놀기도 바쁜 내가 챙겨? 이런 교활한 심뽀가 작동하고 있슴직하다. 틀림없이 그럴게다. 그정도로 녀석이 교활(?)하다는 것은 이 아빠가 잘 안다.

어쨋튼, 그럭저럭, 적응하는 겐지 어떤지, 그러구러. 세월은 흘러갔다. 4월초, 그러니까 이달 초, 드디어 평가가 시작된 모양이다. 학교에서 수학시험을 친 것이다. 간단한 더하기 빼기 셈이였던 걸로 아는 데.....,

헌데, 녀석은 20여문제중에 3문제를 맞추어 그러니까 17개나 틀려서 꼴찌(?)를 했다하네. 아마 그 3개도 요행수로 맞았을 게다. 참으로 황당한 결과다. 두자리 숫자 더하기 빼기도 아니고, 한자리 숫자 더하기 빼기를 그렇게나 많이 틀렸는지?
녀석은 숫자노음을 싫어한다. 더하기 빼기 반복학습을 지독히도 싫어해서, 어지간하면, 뚜껑을 닫아버린다. 뚜껑을 닫으면 1+1도 '모르겠다' 식이다. 행동거지가 천방지축 녀석이 문제를 맞추고 틀리고 하는 개념마저도 없다. 아무렇게나 대충 계산하고 생각나는 데로 그냥 적었을 결과일게다. 구몬 수학, 눈높이 수학을 거쳐 결국은 수학은 재미없다해서 눈높이 과학으로 바꾸었는 데....이 녀석 반복 숙달에 적응하지 않으면, 매 이모양 이꼴일 터인데, 우째야 하나?

평소 행실로 봐서 공부는 그렇고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꼴찌를 했다하니. 지놈이나 우리 부부 모두 영 기분아 아니다. 기분이 유쾌할 리 없다. 천하의 녀석도 반에서 쪽을 팔았던 모양이다, 보나마나 조속한 여자애들한테 시달렸을 게 뻔했을 게고.

그날 저녁, 분위기를 파악했슴인지, 허탈해하는 지엄마에게,

"나, 이제, 수학공부좀 해볼까?" 라고 했다나!

지엄마 말로는 "찬스다. 녀석이 이번에는 쇼크를 받은 모양으로 이제 정신을 좀 차릴 모양이다. 이 때 수학공부좀 시키자...." 그동안 녀석의 뺑실거림에 얼마나 속을 태원는지, 녀석이 쇼크먹고 비틀거릴 때, 잡자는 심뽀다. 찬스는 찬스네. 이 말을 전하면서 지 엄마는 신신당부다.

"절대 애한테 아는 체 하지마라. 모르는 걸로 해둬라"

(속으로) '천만의 말씀, 그만큼 겪고도 또 당하네 지엄마는' 녀석의 그 결심이 며칠을 가겠나? 어린 녀석에다 교활(?)하기까지 하니....

어쨋튼, 성장하는 과정이라 이해하고 있어니, 이 녀석을 잡아족칠 수도 없다, 족쳐서는 될 일도 아닌 것 같고, 어렵네. 어떻게 저 노는 습관을 공부분위기로 돌려 놓을까? 자나깨나 그 생각이다. 어떤 때는 저 녀석이 정말로 石頭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간혹 스쳐가기도 한다. 녀석의 결심(?)을 못이기는 척 믿어봐?

아마도 이 녀석의 이런 행보는 성씨의 시조이래 일천여년의 가문의 유구한 역사속에서, 처음있는 일이지 싶다. 우찌 그런 일이, 내자식대에 찬연히(?) 들어나는가? '앞으로로 이런 식이라면 한국땅내에 약 30,000명 미만의 종씨들 뵐 면목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어디부터 잘못되었는가?
아니면 이게 정상일까?
걱정이 기우일까?

어린 녀석의 성장과정중에 일어날 수 있는 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는 일까?

모든 조건, 여건이 그런 험악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그런 방향이 전혀 아니라고 자부하는 데, 결과가 그렇게 나오니 저으기 당황스런 것이다. 오죽했으면, 지녀석도 '이제 공부좀 해볼까" 했을까?
요며칠새는 꼴찌의 충격 때문인지, 지 엄마하고 씨름하는 소리가 덜하다마는, 언제 저 개구장이 기질이 발동할지?
(자꾸 그런 결과로 나올 때는 용서안한다. 내가 직접 기합을 불어넣어야 겠다.) 속으로 다짐하며, 참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현재로서는 녀석도 작으나마 인간인 이상, 당연히, 이런 결과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게다. 혹시, 그것이, 그럴리는 없다고 자신은 하지만, 우리 부부도 모르는, 우리부부로부터 물러받은 자산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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