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7일 설날이다.
큰 집에 들러고, 거제 선산의 녀석의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를 둘러보고, 마산에 있는 외가집을 다녀오기로 오래전부터, 늦둥이녀석과 스케쥴을 잡았다..
녀석이 아토피성 질환도 있고, 옻나무가 지천으로 깔려 있어니,옻을 타는 지도 모르겠고, 뱀이나 벌, 벌레등에 물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낭패보지 싶어서, 여름날이나, 벌초때에는 묘소에 데려가지를 않았는 데, 대신에 이번 설날, 노상 어리광만 부리는 녀석에게 조상묘소도 알리고, 비석에 새겨져 있는 녀석의 이름도 보게 하여, 뭔가 뿌리에 대한 의식이 싹트는 계기가 필요하지 싶어서 스케쥴을 잡았다.
좀 늦게 예약을 하는 바람에, 진해 '안골포'에서 출발하여 거제 장목면 '간극' 을 다니는 카페리, 가는 편은 예약이 되었는 데, 오는 편이 매진이란다. 안골포에서 진해를 거쳐 마산으로 가는 것이 이상적이지 싶은데, 오는 편이 모두 매진이라하니, 고성을 거쳐 마산으로 오는 코스를 잡을 수밖에.
"아빠, 내가 차에 대해서 많이 아니까, 나를 물로 보지마라"
집에서 큰 집으로 출발하는 아침, 지엄마를 뒷자석으로 밀어내고 조수석에 앉아서는 "내가 조수다"고 선언하더니, 이어서 하는 말이, 지가 (장난감?)차를 갖고 놀면서 차에 대해 아는 게 많으니, 물 조수로 보지말라고 건방을 떤다.
큰집에서 설을 지내고, 계획대로 지 엄마를 다시 집에 데려다 준 후에, 안골포를 거쳐, 카페리로 거제로 가서 묘소를 둘러보고는 마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진(대전에서 진주까지)고속도로가, 충무까지 연장되어 고성부근에, IC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터. 거제대교를 건너고 얼마가지 않아, 대진고속도로를 타니, 충무시 외곽을 거쳐가지 않아서 좋았다. 명절이라하지만, 고속도로에 차라고는 띄엄띄엄 고성까지 20여분을 단축되었지 않았나 싶었다. 고성IC를 내릴 때까지는 룰루루루였는데....
고성IC를 지나면, 마산에서 고성오다가 진주로 빠지는 삼거리가 있다. 여기 부근이 문제였다. 나라에서도 문제점을 알기에 부근에 대규모 도로공사가 진행중인 모양이지만, 적어도 이시점에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밀린다. 경부고속도로 정체는 양반이라 할 정도다. 고성과 배둔 경계쯤 어딘가에 공동묘지가 있어 그 여파로, 예전엔 공동묘지 전후도료만 정체된 걸로 알고 있었는 데, 웬걸, 고성IC에서 내려와서 몇 Km를 못가서부터, 숫제 주차장이다.
마산-충무길이 왕복4차로지만, 워낙 꼬불길이니, 앞길이 예측이 안된다. 이러다 곧 소통이 원활해지겠지, 막연한 기대와 기다림속에 가다서다 반복하는 소걸음 진행이 두어시간을 넘어갔다.
옆에서 조잘거리며 잘도 놀던 녀석 슬슬 짜증을 부리더니, 우려하고, 걱정했던대로, 급기야 난리가 났다. 원래 녀석이 이번 코스에 쉽게 응하고 따라 나선 것은, 보통은 설날 오후2~3시정도면 도착하여, 사촌형아가 항상 준비해두는 새로운 게임을 열심히 즐길 판인데, 이번에는 운전사인 아빠가 시골을 둘러 오겠다는 데, 지놈으로서는 다른 초이스가 없었다.
해서, 시골 할아버지산소를 둘러오는 것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시간이 상당히 까먹는 판에, 정체라....
지놈도 답답하던지, 언듯 조금 빨라보이면, 저 차선으로 변경해라, 이래라 저래라 짜증이 말이아니다. 정체속도를 보니, 이래가지고 오늘 저녁 길거리에서 다보내지 싶었다. 보내는 것은 보내드래도, 게임시간 다까먹는다고 방방 뜨는 저 녀석 성질머리 우찌 감당하노? 걱정하다, 궁리를 냈다.
우회하자, 평소의 지론대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니, 우회하면 살아온 인생경험상, 반드시 고성앞 바닷가로 비록 꼬불꼬불길이나마, 길이 나을 터. 사람이 살면, 통행이 있을 터이니, 길도 있을 것이다. 그길로 가자, 이렇게 정체구간에서 시간을 까먹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낫지 싶다..
운전댈 돌려서 우회길로 접어드는 데, 녀석이 질겁을 한다. '1차선 2차선 바꿔가며, 가던 길로 가지, 가야지, 웬 우회로냐' 한다.
(흐흐흐, 네 녀석이 도로망에 대해 뭘 알겠어?) 속으로 이런 생각으로 녀석을 무시하는 마음도 있고, 우짜던지, 정체때문에, 게임시간 깨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녀석에게 계속 분위기를 반전도 시켜줄겸,
"빈아, 이길로 미련하게 가는 것 보다는, 우회하자. 꼬불꼬불해보여도, 이 길이 훨씬 낳을 게다. 봐라, 차가 없잖아"
얼마간은 정말 한적하다, 때문에 의기양양,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빈아 ! 아빠의 이 탁월한 선택에 대해서 우찌 생각하노?"
???
헌데, 꼬불길의 모퉁이를 돌아서자마자, 시야가 훤히 내려보이는 넓은 들판이 나타나고, 그야말로 꼬불꼬불 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데, 아득하게 차들이 꼬리를 물고 꼼짝도 않고 있다. 아뿔싸!. 차라리 가던 길이 훨씬 낫겠다. 하지만, 우짜던지, 이 우회로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아 볼려고 해도 도무지 가망성이 없다.
우짜노? '돌아가자!' 우물거리다가는 더 큰낭패볼 게 틀림이 없다. 내심 차를 돌려야 겠다고 작심을 하고, 차를 겨우겨우 돌려 나오는 데, 오는 길이 또 장난이 아니다. 왕복 2차로에 한차선에 동네차들이 주차하고 있어니, 돌아나오는 차선이 불통.
다시, 시간을 엄청 깨먹고, 우찌우찌해서 처음 우회했던 지점으로 다시 나왔다. 피같은 1시간 가까이가 지나버린 거다.
"아빠의 선택은 탁월한 졸판선택이였다" 녀석의 핀찬이 송곳처럼 날아든다. 핀찬은 핀찬대로, 듣고,
녀석 달래느라고,
"빈아, 오늘 저녁은 어짜피, 게임하기는 텄다. 밤 10시에 도착할런지, 11시에 도착할런지, 오늘은 포기해라. 대신에 내일 오후 3시에 출발할 터이니, 내일 아침부터 실컷 게임하면 안되겠어?"
참 엄청난 양보다. 녀석이 정체구간 차안에서 짜증을 넘어, 드디어 성질머리 폭발하면 어쩌나 싶어서,
지레 겁먹고 항복(?)한 거다.
'알았다, 대신에, 7시반부터 늦어지는 만큼 늦게 출발해야 한다?" 이 와중에서도, 녀석 특유의 협상이다.
그 때가 7시쯤이니, 30분만에, 마산도착이 불가능함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능큼스런 녀석의 속셈을 이 때만은 알길이 없다.
"내를 물로 보지 말라고 했제, 이제부터 이 조수말씀대로 운전해라" 완전히 약점잡힌 아빠에게 한방더 멕인다.
"알겠다"
그로부터, 1차선으로 , 2차선으로 똥개훈련시키듯, 녀석이 가자는 대로 차선을 변경하며 운전하기를 얼마안가, 정확히 말해서 진동터널을 지나자마자, 길이 뚫렸다. 생각보다 빨리 뚫린거다.
"봐라, 내가 가자는 데로 가니, 안 막히제?, 내말이 맞제?"
???
길이 뚫린게 지 녀석의 선택의 결과인양, 의기양양이다.
노상 카페리로 사전에 예약하여 다녔는 데, 이번에 게으름 피우다, 예약을 못하고, 멀리 둘러오다, 혼이 단단히 났다.. 차가 밀려 혼나고, 늦둥이 녀석에게 탁월한 졸판 선택이라 조롱(?)당하고, 이래라 저래라, 꼬맹이 녀석한테, 로보트처럼 취급당하고,
완전히...
오늘은 영....
'늦둥이양육 > 늦둥이養育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74_김유신은 나의 원수? (0) | 2018.10.28 |
---|---|
73_아빠는 무식하다 (0) | 2018.10.28 |
71_담덕이 바라는세상이 왔다! (0) | 2018.10.28 |
70_편향된 역사관 (0) | 2018.10.28 |
69_위기에 봉착한 늦둥이의 조기(?)영어교육 (0) | 2018.10.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