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_담덕이 바라는세상이 왔다!

"담덕이 바라는세상이 왔다!"

2008년 2월6일 설 전날 저녁, 늦둥이 녀석과 부자지간에,

나란히 소파에 등을 기대어,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 대 투르크메니스탄 과의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데,

늦둥이 녀석이, 뜬금없이 외치는 거였다.

"???"

"드디어, 담덕이 바라는세상이 왔다!"

담덕이라면, 광개토대왕의 어린 시절의 이름이다.

 아시다시피, 작년 하반기에 대하역사드라마 ' 태왕사신기' 가 방영된다고, 세간에 떠들석했었지!

그 드라마에서나 나옴직한 대사를 녀석이 읊조리는 게 아닌가.

하지만, 녀석이 주말드라마 '대조영'을 보면서 드라마에 빠져드는 것이 염려되어,

평일에 방영되는 태왕사신기를 알게 모르게 작전을 써서 보지 못하게 했었는 데,,,

그렇다면, 어디서 저런 명 대사(?)를?.

주몽연속극이 방영된 이래, 오랫동안, 고구려 역사에 녀석의 관심이 지대한 것은 우리가문에 널리 알려진 사실.

그중에서도 광개토대왕에 관련된 자료는 닥치는 대로 섭렵해 왔다.

녀석이 막, 글을 읽고, 역사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나이에,

'주몽' , '연개소문', '광개토대왕', '대조영',태조 왕건등 고구려관련 드라마가 연속으로 방영되고,

관련 서적이 범람하니, 그걸 섭렵하는 과정에, 아마도, 그 중 어딘가에 있었겠지? 담덕이 바라는 세상이라...

"담덕이 바라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 데?"

 녀석의 평소의 개구장이 모습과 동떨어진 발언에 약간은 의아함을 느끼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을 죽이지 않고, 무기를 들고 싸우지 않고도 승패를 가리는 세상!, 그게 담덕이 바라는 세상이다"

"???"

이 녀석이 이 나이에 벌써 맛이 갔나?

왠 주문 같은 현학(?)적인 발언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 설파한 손자병법을 본 것도 아닐 터인데,

그런 분위기의 발언아닌가?

"생명을 죽이지 않고, 무기를 들고 싸우지 않고도 승패를 가리는 세상은 바로 스포츠다.

봐라 저 축구게임을. 생명을 죽이지도 않고, 무기를 들고 싸우지 않고도, 승패를 가리는 것이 스포츠아이가? "

이렇게 씨부랑거리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맞네!! 맞아!! )

뒤늦게 중계방송관전에 참가하다가 이 소릴 들은 마누라와 나는 이구동성으로 감탄(?) 연발,

모르긴 몰라도, 담덕이야, 뒤에, 광개토대왕으로 진정한 북방의 강자였지만,

고대의 삶이라는 게, 먹지않으면 먹히는 세상,

선대부터,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고 피흘려서 영토를 확장하는 것을 보아 왔을 터,

그걸 보면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보다는

모름지기, 德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백성을 다스려야 하겠다는 대왕의 재목답게

앞으로 펴야할 정치의 이상을 다짐삼아 표현한 것일 터.

거기에 '스포츠'라는 단어,

생명을 죽이지 않고, 무기를 들고 싸우지 않고도 승패를 가리는 세상이 '스포츠다'라는 말이 나올 턱이 없지 않는가?.

언제, 어디서 읽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광개토대왕 관련 서적중에, 그런 문장이 기억되었다가,

웬 동기로 그 순간에 튀어 나왔을 까? '담덕...'운운 소리도 소리거니와, 그것이 스포츠라니,

 스포츠의 정의에 갖다 붙이는 녀석의 응용력(?)에 마누라와 나는 솔찍히 속으로 놀랜거다.

'생명을 죽이지도 않고, 무기를 들고 싸우지 않고도, 승패를 가리는 것이 담덕이 바라는 세상이라는 것,

바로 요즈음의 스포츠가 있는 세상이 그런 세상이라는 것.'

이 나이에, 늦둥이 한테 한 수 배운 셈.

"역시 우리 아들은 고구려 박사"라고 엄청 칭찬해줬는 데,

평소에는 띄워주기 칭찬이였지만, 이번 만큼은 진정으로 감탄해서 칭찬해준 거다.

녀석을 키운이래, 진정으로 칭찬해준 것은 지금까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부터, 골폭풍이 이어져서 한국이 4:0으로 대승했다

이래저래, 오래간만에 기분좋은 저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