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73_아빠는 무식하다

by 靑野(청야) 2018. 10. 28.

긴 설휴가 뒤끝의 토요일인 2008년 2월9, 내 뿐아니라, 늦둥이 녀석도 놀 친구들이 고향간다고 주변에 없으니, 따분했던 모양이다. 이리저리 동네사는 반 친구들에게 전활해도 놀만한 상대와 접선이 안된다.

"아빠, 나 뭐하까?". '엄마, 나 뭐하까?" 하고 녀석은 휴일날 놀아줄 친구가 없으면 불안증세(?)를 보인다. 이전 같으면야, 당연히 아빠랑 노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던 것이였는 데, 학교를 다니고 부터 아빠를 놀이 상대역으로 부터 해방시켜준 터였다. 하지만 간혹 이때같은 때도 있다. 친구들도 죄다 설쇠려 갔는 지, 갔다와서 쉬고 있는 지, 상대를 안해주고, 부지런히 다니던 학원가도 문을 닫고 있어니, 궁여지책으로 아빠에게 관심이 돌아 올 수밖에.
나역시, 녀석이 빈둥거리고, 호시탐탐 PC게임이다, TV를 끼고 앉아 있는 것이 싫고 해서,

"오늘 등산같이 갈래?"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니,
"그래" 하고, 내 제의를 혼쾌히 수락한다,

그리하여, 지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국을 뜨근뜨근하게 보온병에 넣고, 시간이 없어 김밥을 사들고, 사두장 (뱀대가리) 지팡이를 휘두르며, 뒷산을 올랐다.

뱀대가리 지팡이는 몇년 전부터 금정산을 샅샅이 뒤져서, 옹이가 박혀있어 마치 뱀대가리 같은 것을 고르고 골라설랑, 그늘에서 껍질채로 1주일, 껍질 볏겨1주일을 말리고, 옹이부근을 가스불로 바베큐굽듯이 살짝 태운후 니스칠을 하고, 아래부분에는 뽀족한 징를 박아서 들고 다니면서, 지팡이겸, 비상용 호신구겸 내 아끼는 기물 1호가 된 터였다.
산보같은 뒷동산 등산하는 데는 그지없이 좋은 도구라, 녀석에게, "대가리 모습이, 용을 닮으면 용두장, 뱀을 닮으면 사두장...그래서, 요놈은 사두장이란다" 설명을 곁드리며, 가파른 길을 오를 때, 습관적으로 짚고 올라가기도 하는둥 사두장의 용처를 시연도 해보이고, 녀석에게 사용해라 건하기도 했다.

녀석과 이런저런 대화하면서, 녀석에게 집중으로 오는 피로도를 느끼지 못하도록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평소 어른들끼리 오를 때보다 거진 2배나 늦게 올르게 되었다. 이전의 사례로, 녀석이 중도에 가다가 , "나 힘들어, 다리 아파 못가겠어" 하는 날엔, 몇m를 가다가 내려놓을 지언정, 녀석을 업고가는 끔직한 사태에 여러번 직면하게 되는 데, 평지에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녀석, 등산길에 업어야하는 불상사를 감당할 체력이 없다. 이즈음엔. 그게 두려운 거다.
해서 고비고비마다, 뒤따라가면서, "구서동, 장전동 부근에서 초등학생치고는 제일 등산잘하는 어린이가 빈이다.", "히야, 빈아는 정말 용감한 어린이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빈이가 등산오르는 것을 봐야 하는데..." 온갖 감언이설(?)로 녀석을Activate시키고 끝까지, 혼자, 오르도록 선동을 했다.

그래도, 딱 한번은 업어서 몇m를 가는 우여곡절끝에, 산등성이 오르니, 산밑에서는 좀 쌀쌀하다는 정도 밖에 못느꼈는 데, , 쌀쌀한 영화의 날씨가 바람이 매서우니, 그렇게 추울 수가 없었다.

오를 때는 땀이 나니, 지녀석이나, 내나 크게 못느꼈는 데, 등성이 올라서니, 매서운 칼바람에 이크 큰일이다 싶었다. 평소같으면 그렇게 분위기 상쾌할 수없는 산등성이 풀밭도 그날 따라 완전 시베리아벌판이다. 평소 명당자리도 그날 따라 앉아서 점심을 즐길 곳이 못된다. 때문에, 장시간 추위를 피해 점심을 먹을 장소를 찾아 헤메다, 우연히 평소 안가본 절벽모퉁이를 돌아서야 반은 동굴 같은 절묘한 바람막이 구석을 발견하여 한끼를 해결했다. 추위속에 쫄쫄굶은 뒤끝이라 그런지, 김밥과 보온병에 넣어간 된장국물이 평소보다 더욱 맛이있다. 정말 꿀맛이다. 녀석이, 이 추운 날씨에 낭패를 보고도 얼매나 꿀맛이였던지, 평소 국물을 안좋아하던 녀석, 후루룩 국물도 잘도 마신다. 김밥을 우물거리며, 토요일마다 등잔 오잖다.
오는 길은 동문을 지나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코스를 택했다, 가능한 빨리, 녀석을 이 추운 날씨로부터 보호하고, 내부터가 이 상황을 탈피하고 싶였다. 아무래도 그길이 보다 낫지 싶었는 데, 그게 잘못된 선택이였다. 동문까지 오느라고 내내 낙동강쪽에서 불어오는 등성이 바람을 맞아야 했다. 며칠전 고성부근에서의 선택이후, 또 한번의 졸판선택, 차라리 올라오던 계곡을 되짚어 내려가면, 바람에 맞닥뜨리는 사태는 완화되지 싶었는 데...

유달리 날 닮아서 코막히고 중이염이 잘걸리는 녀석에게 찬바람이라니, 오늘저녁 불덩이 녀석 보채는것 밤새 간호한다고, 지엄마 고생께나 시키겠다 지레 겁먹고, "아빠 추워" 하는 소리에, 외투를 벗어 녀석을 감싸서 조금이나마 찬 바람을 막고자 했다. 대신에 난? ㅎㅎㅎ 동문까지 오는 동안 얼어 죽는 줄 알았다.

그와중에 녀석은 곳곳에 금정산성, 망루, 4대문(북문, 동문,서문,남문)등에 관련된 관광안내문을 어른처럼 빠짐없이 읽고 간다. 원래 녀석이 등산길을 쉽게 따라 나선 것은, 요즈음, 즐겨읽는 "조선왕조오백년사'에 나오는 임진왜란과 그이후 축성에 관련기사 때문이다. 이전에 녀석이 몇번을 다니면서 금정산성을 보아온 터, 그걸 다시 현장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이 발동한 것이다. 꼬마둥이 녀석이, 지녀석의 기본 옷가지에, 가방을 울러메고, 그 위에 내 등산복 외투를 둘러입은 희한한(?) 모습으로, 남이사 추워죽든말든, 관광안내문앞에 턱 버티고서서, 요리조리, 훑어 본다고 추운 시간을 쪼개고 있는 모습이 가관이다. 사진이라도 몇 컷남기고 싶었는 데, 추워서 엄두가 나질 않는다.

겨우 동문을 지나, 산성마을 넘어가는 고개에 도착. 마침, 산성에서 넘어오는 오리집 봉고차를 얻어타서야 녀석이나 내나 정신이 돌아오고 살았다 싶데. 운전기사왈, "올들어 제일 추운 날씨네요" 한다. 언제인가 한 동안 영하의 날씨가 있었기는 한데, 그 때보다야 춥기는 하겠냐만은, 등성이 칼바람에 혼이난 우리는 저절로 수긍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훈훈한 차속에서 몸을 녹이며 내려오는 데, 옆에 앉아있던 녀석, 살만한지 조잘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와중에 한소리,
"아빠!"
"왜!"
"아빠는 되게 무식하데"
"???" 이 또 무슨 소린고 싶어서
"왜~?" 하니,
"아빠는 머리를 써서 몸으로 등산할 생각 안하고, 맨날 지팡이에 의존해서 등산을 하노? 그러니 무식하제"
.....
그러고는 한참이 지나서, 장난기도 발동하고, 오는 시간도 때울겸,
"니 아빠보고 무식하다 했제? 하고 시비를 걸었다.
"그래, 아빠는 무식하다 아이가. 그것도 글 올려라"
(끄응)
한방 더 얻어 먹었다.
녀석은 아빠가 자기에 대한 이바구를 써 둔다는 것을 안다. 간혹 쓰고 있을 때나 쓴 글을 읽자하고서는 어김없이 토씨하나 틀린 것도, 특히, 지녀석이 씨부랑거린 말의 표현이 부족한 것이 있으면 찝어내어,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양 떠들기 일쑨 데,
'아빠가 등산하는 데 무식하다'고 발언한 것, 오늘 등산한 내용도 글로 써두라 그말이다.
요즈음 들어 녀석의 생각하는 수준이, 상당하다. 어린애들의 단순한 발상수준을 넘어서는 경지(?)다. 복선이 깔린 발언이 많아진다. 한 꺼풀 이면의 생각이 묻어나오는 기분이다. 닥치는 데로 책을 읽고, 흥미가 가는 책은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고 소화를 하더니.....
지녀석의 물론 여자, 남자의 차이는 있다하드래도, 누이와 상당이 다른 성장궤적을 보이니, 이게 제대로 크는 건지 어떤지, 짐작이 가지 않는 다. 확신이 안든다.
'이 녀석을 우찌 (성장을)가이드를 해야하나?'
'우찌 키워야 하나?'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