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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68_드디어 두 바퀴로 굴러가다

by 靑野(청야) 2018. 10. 28.
"아빠, 내일 금정체육공원에 가자"

지난 토요일 저녁, 오래간만에, 녀석이 아빠랑 같이 체육공원에 놀러 가잔다. 초등학교 입학을 하기전에는 정말 귀찮고, 피곤하게 같이 놀아주길 보채다가, 올 봄 입학하자마자, 같은 단지내 같은 반 친구들이 대거 생겨서 지들끼리 논다고, 이 아빠랑 같이 다니는 것을 사절하더니, 이 아빠의 외로움을 달려주려는 왠 심중의 변화인가? 철이 들어가는 겐가? 하지만,
"자전거가 타고 싶어서" 녀석이 흘러 뱉는 말이다.

그동안 처박아 두었던 녀석의 어릴 때 자전거를 토요일 오후에 끌고 나가서 논다더니, 바람빠진 바퀴를 끌고 고생을 많이 했나보다. 다른 친구들은 보조 바퀴마저 빼고 씽씽달리는 데, 지 녀석은 아마 그러질 못했겠지.

'녀석에게 자전거가 좀 작은 거 같은 데, 이번에 보조 바퀴빼고 달리는 연습이나 시키다가 폐기처분하고 새로 하나 사줘야 겠다' 겸사겸사 그동안 소원(?)해졌던 부자간의 우애도 돈독히 할 겸, 오래간만에, 지엄마가 준비해주는 물통, 과자류, 축구공,,,등과 자전거를 싣고 공원으로 향했다.

간만에 와서보니,Live Show 무대도 있고, 조각품들도 전시되어 있고.... 많이도 바뀌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차난이 심각하다. 겨우 한자리 비집고, 주차를 하고는 자전거빌러주는 데가서, 타이어 바람좀 넣고는 몇바퀴 돌게 했다. 그동안 난, 그 옆에 라이브쇼나 보면서 느긋이 시간을 보냈다.

년초에 보조바퀴를 떼는 실험을 하다가 실패했는 데, 그 때 수준으로 봐서 아직은 이른 거 아닌가?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어나, 녀석 또래, '누구누구는 보조바퀴 떼고 간다' 하는 소릴 듯고 용기를 내었다. 준비해간 스패너로 보조바퀴를 제거하니, 꽁달꽁달 뒤에서 붙잡지 않으면 백발백중 넘어진다. 다행이 자전거가 작고, 녀석의 발이 길어서 넘어질라하면 발을 먼저 뒤딜수 있어 심각한 넘어짐은 면할 수 있었다.

자전거 가르치기 기본은, 뒤에서 밀다가 살며시 놓아버리면, 자전거란 기게는 캐스터 기능이 있어서 속도가 날수록 직진성이 향상된다. 당연히 꽁달꽁달도 덜해지나, 처음 배우는 자들이 속도가 나면 무서워서 속도를 줄이는 데, 이러면 꽁달꽁달이 심해져서 급기야 넘어지고, 엎어지고....

팽이가 빨리돌수록 안정된 회전운동을 보이는 것이나, 자전거가 빨리 달릴 수록 안정된 직진성을 보이는 것이 역학적으로 설명될수잇는 현상들이고, 상식이다, 녀석이 몸으로 체득하기 전에 그걸 알리요? 엎어지든 넘어지든 스스로 터득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두바퀴로 지지할려고 용을 쓰는 폼새를 보니, 여간 조심하는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꽁달거리면 다리로 지면을 지지하니 엎어질리가 있나? 심각한 사고는 없을 터이나 대신에 실력이 영 안는다. 20~30분을 혼자서 낑낑거리는 것을 보다 못해, 살그머니 뒤에서 잡아주다 속도를 올려 놓고 놓아버리기를 수차례,....

겨우 자전거 한바퀴, 두바퀴...다리를 지면에서 놓고 두바퀴 자전차로 가다가 엎어지고를 반복하더니, 드디어.......시작한지 한 시간여를 지나자, 운동신경이 둔한(?) 녀석이 드디어, 혼자서 정지상태에서 두바퀴로 굴러가는 요령을 체득했다. 당연히 녀석이 환호성을 지르며 어쩔줄 몰라했고, 나도 여러번 박수와 격려로 답해줬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녀석이 지누나, 지엄마한테, 그 무용담(?)을 핸드폰으로 알린다고 부산하다.
.....

"빈아, 보조바퀴제거하고 두바퀴로 가기 힘들제?"
"응!?"

"그래, 빈이 커는 것도 마찬가지야. 지금은 아빠 엄마가 보조바키처럼 빈이를 도와주고, 지켜주니까 그렇지, 만약에 아빠엄마가 도와주지 않아봐, 두바퀴로 갈 때처럼 빈이 혼자서 해결해야 되는 데, 지금부터,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해결해야 해"

"엄마아빠가 왜 도와 주지 않는 데?"

녀석은 엄마아빠가 도와주지 못한다는 사실, 그런 경우가 앞으로 생길거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않을려한다.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속으로 이그 이녀석아,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년배라네 이 엄마, 아빠는!!)

"응, 빈이가 커서, 형아가 되면, 당연히 혼자서 해야지, 누나도 공부고 뭐고 혼자서 하잖아? 그러니, 지금부터, 잠자다가 엄마 부르고, 샤워할 때, 엄마.아빠찾고, 공부할 때마다 아빠엄마가 시켜야만 하는 습관...등을 고쳐야지. 연습좀하면 보조바퀴없이도 빈이 잘 할 수 있잖아? 그처럼, 빈이가 스스로 잘하라구, 잠자다 엄마부르지 말고, 학교숙제 미루지 말고 스스로 제때제때 처리하고....."

두바퀴로 갈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쁨에 열린 녀석의 마음속으로 시의적절(?)하게 한 교훈 새겨넣었다고 생각하는 데, 교활한 녀석, 여느 때처럼, 이 때만의 수긍일지, 상황이 닥치면 원상복귀로 돌변할 지!, 마음속에 새겨두고 행동거지에 철이 들는 데 조그마한 모티브가 될지....

어쨋튼, 그동안 관심사가 틀려 소원(?) 해졌던 부자관계를 복원하는 데, 그날은 최근래에 드물게 보는 기념비적인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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