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님, 여기 **사장님들이랑 다 모였는데, 뭐하는 교?
퍼떡오이소. 쇠주 한잔 하이시더"
'하십시다(표준말)->'하입시다(부산 사투리)'->'하이시더(경북( 남부)지역사투리)'
종성의 발음이 대충 생갹된다.
성격이 급한 것인지, 정겨운 것인지 아직 구분이 안된다
이곳에 한 3년 살다보니,
비오고, 눈오고 공사없는 날이면
업자나 주중에는 손님없어 한가한 오토캠핑장 주인들
주변 건달들은 다 모여,
시도때도 없이 술판이다.
50~60대사람들이 20~30대 처럼 주거니 받거니
그때마다, 날 호출(?)이다.
여기서는 평소 유사장, 손사장, 이사장...하다가
술한잔 거나하면 서로들 '건달'로 부른다,
선비들이 이름석자 막 부르기 뭐하니,
고상(?)하게 이름석자는 모셔두고, 호를 부르듯이
손건달, 유건달, 이건달...
술자석에서 거나해지면, 나 역시 '건달'로 불린다.
이동네 건달 그룹에 입문한 택이다.
나이로는 행님 축인데,건달로는 막내
바다횟집으로는 경주산내면에서 우리 앞집이 유일한데,
완전히, 공사업자, 건달들 사랑방이다
왁자찌걸 공사판, 농사이야기, 정치 이야기
미쳐 돌아가는 세상만사에 적나라한 난도질...
여태 건달들의 험난한(?) 술자석에
끼어 들 엄두를 못내다가,
한 삼년 살다보니, 대충 술자석에 맞이하는 이웃 취급받는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 다는 데,
거기다, 농업대학(?) 졸업한 덕에
이제 술자석 말귀는 알아듣는 것 같다.
여기 건달들은 화끈하다
일사천리 의사결정, 일사천리 실행
미적미적하는 구석이 없다
12월12일 새벽 영하14도
산내의 찬바람이 매섭다
설마설마 보온조치 미루다가
갑자기 찬 바람불어 외부 수도관은 다 얼어붙어 버렸다
재작년, 水管凍結의 수모를 당해놓고 또...
뭉기적거리는 습성이 남아 있으니,
나 아직 진정한 산내건달 수준은 먼 모양이다
하필,그동안 미루었던 울타리 공사를 시작하는 날이라
주인이라고 방안에서 뒷짐지고 있을 수 없고
지켜보기도하고, 이것저것 동참(?)하다 추워서 얼어죽을 번 했다
'퍼떡오이소. 쇠주 한잔 하이시더'
하던 그 업자에게,
이전의 지하수배관공사하는 것을 보고
울타리공사발주를 주었다.
발주결정까지는 일사천리였는 데,
일사천리 실행이 안된 것이다.
허구한 날, 큰 돈되는 사업신경쓴다고
여기 일은 큰공사 뜸할 때 한다고, 하필 공사 날잡은 날이...
언젠가 공사업자와 주민등록증까서 나이를 비교하여,
내보고 '행님', '세이야' 카는 사인데,
어찌 나무랄 수도 없고...
오는 12월 27일은 우리집 울타리 공사업자포함,
산내사는 부산 출신들 집앞 횟집에 부부동반으로 모여 망년회를 갖기로 했다
말을 꺼내자마자 날을 잡아버린다.
분위기는 끝내주지 싶은데,
옛날 같잖아, 술을 얼마나 견딜지 미리 걱정이 된다
"세이야, 한잔~~"카면서 덤비면, 내어찌...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해도 나는 오늘 술을 마시리라'
그런 각오로 술잔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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