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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자연으로돌아오라

장터를 다녀오며...

by 靑野(청야) 2017. 9. 28.


오늘 산내장날,
3일과  8일이 산내면 장날이다.
승용차로  산내면에서 30분 거리의 언양장이 2일과 7일, 20분거리의  건천장이 5일과 10일이다.
장날을 찾아다니다 보면,
여러모로 시골생활에 필요한 많은 정보를 얻는다.
생각지도 않은 기발한 정보도 있다.
오며가며, 혹은 굳이 장터를 찾아
장터국밥이나, 민물매운탕을 막걸리 곁드려 즐기는 맛이 쏠쏠하다.
인근 장날을 잘 기억해두는 것이 시골생활정착의 첩경이다.

오늘도 장터를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산 미꾸라지를 사고, 시금치, 쪽파 씨도 샀다.
10월 초순에 씨를 뿌려 키우는 채소로 뭘 심어야 되나?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도 얼어죽지 않을 겨울을 견디는 저온. 내한성 채소가 뭐가 있나 조사를 하다,
산내장날, 상인들에게 물어보자 싶어 나왔다가. 시금치, 쪽파씨를 산 것이다.

농업대학에서 배운 바도 있고, 인터넷을 뒤져도 대충의 정보는 얻는다.
하지만 이지역 환경에 경험이 많은 상인(대부분 자작농산물을 파는 농민)에게 물어 보는 것이
시간을 줄이는 첩경이고 살아 있는 정보라 생각이 미친 것이다.
물론 오류와 실패도 있을 터. 그것 자체도 배우는 바가 큰, 산경험이지 싶다

굳이 미꾸라지를 산 것은,
시골장터 산 미꾸라지를 보니, 불현듯 추어탕을 직접해 먹어보자 싶은 생각이 난 것이다
아득한 옛날, 대학시절, 파주 법원리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친구형의 목장에 놀러가서
웅덩이 물을 퍼내고 추어를 잡아 내가 직접 추어를 끓여 먹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당시, 친구집에서는 추어를 잡아 탕을 해먹는 것은 전혀 꿈도 꾸지않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였다.

그런 사실이? 밥도 재대로 못하던 내가 추어탕을 끓여?
그것은 사실이다(그 증인이 되어 줄 친구는 아직도 서울공대에 교수로 재직중이다)
아마도 그 때, 더 어린 시절, 우리 엄니가 추어탕을 끓이던 프로세스를 떠올리며
그대로 따라 했던 것 같다.
무슨 배짱과 용기로 추어를 끓여보겠다 용기를 냈는지?
지금은 알길이 없다만...


추어는 보통 논이나 시내 뻘속에 산다.
그러니 몸속에 들어 있는 뻘이나 흙먼지등을 토해내게 하기 위해
산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려  행동이 느려질때까지  둔다.
소금을 뿌리면, 놈이 속에 있는 불순물을 토해내기 때문이다.

윗 동영상은 소금을 뿌린 직후 미꾸라지들의 거동이다.
좀 잔인한 생각이 든다. 위대한(?) 포식자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생각은 아득한 내 추억을 떠올려 미꾸라지를 샀지만,
내가 이나이에 단 한번밖에 없는 경험를 기억하여
추어탕을 끓여 내겠는가?(못할 것도 없겠다 싶지만)
추어탕을 끓이는 것은 옛날처럼 내가 직접하는 것이 아니라
같아 동행한 우리 쩨자 저거 써모가 담당이다.
장터에서 동네 지인을 만났다
막걸리 한잔하자 하는 것을 핑계를 대며 사양했다.
이전같으면, 분위기상은 무조건 한잔 기우려야 되는 데.

나이가 들어서 일까?
대장 수발에 지친 몸이, 거부하는 것일까?
지난 1년간 음주로 인한 면허 취소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사실은 비내리는 어제 저녁,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막걸리를 좀 마셨더니
대낮부터 또 마시기에는 몸이 주저하는 것이다.
여태 그런 걱정은 안했는 데, 이전에 없던 현상이다.

몸은 장터에서 발길을 돌려 오면서도

왜? 마음은 오래도록 장터에 맴돈다.


어쨋튼, 1년새 내 몸과 마음의 놀라운 변화?

왠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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