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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40. 아빠머리를 감기면서

by 靑野(청야) 2017. 10. 1.

녀석이 7살이 되자, '미운 7살' 표를 어찌나 내는지!


'손발을 씻어라', '세수해라', '이빨을 딲아라', '목욕하자!' 녀석의 입장에서는 엄마.아빠가 한다는 소리가 온갖 잔소리로 들리겠지. 놀러갔다오자마자, 모래장난을 했던 말던, 테레비에 나오는 어린이프로가 급한데, 잠깐!, 손발씻고 테레비보라는둥, 심지어, 모래 뒤집어 썼으니 목욕하지 않으면 테레비 못본다는 둥,,,,

어지간하면, 엄마의 단호함에 테레비 프로의 육혹을 뿌리쳐야 정상인데, 지금도 녀석은 무조건 떼를 쓴다. 안통할 줄 뻔히 알면서. 테레비 보고 목욕하겠다거나, 숫제 목욕하기 싫다고 어거지 셍떼다. 아빠는 그래도 나은 데, 지 엄마야 용서가 없지. 결국은 목욕을 하던지, 손발을 씻던지 하면서.... 한참을 실랭이를 하다보면 궁둥이에 불은 불대로 나고, 시간은 시간대로 깨먹고, 결국은 녀석만 손핼 보는데, 그래도 일상 되풀이되는 녀석의 생떼. 녀석의 버릇없슴이 도를 지나쳐도, 다른 것은 몰라도 위생관념 그것 하나만은 울 마누라 철저하지.

녀석의 생떼 뒷끝은 울고불고 난리인데, 지 아빠 닮아서(?) 고집이 어찌센지, 성질낼때는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안중에 없다네. 아빠미워, 엄마미워...

는 기본이고, '나 아빠아들 안해!','나보고 빈아라 하지마라'.....

대부분이 그런데 간혹, 순순히(?) 목욕을 자청하는 경우도 있다. 어제가 그랬다, 교회엘 가 있는 녀석을 데리려 갔었는 데, 뒤에 오겠다는 엄마왈,

"빈아, 논다고 흙바닥에 뒹굴었으니, 집에 들어가자마자 목욕하고 테레비봐야 한다"
'테레비 봐라'는 소리에 고무되었는지, "집에가자마자 아빠랑 목욕하자"
"그래, 그러자"

둘이서, 옷을 벗고 목욕탕을 들어 갔다. 우선은 나란히 서서 오줌을 누는 데, 누가 먼저랄 것없이,

"아빠랑, 빈아랑 너무 비슷하다" 라고 이구동성.

우린 같이 오줌을 누는 경우가 있는 데, 그 때도 오줌누는 시스템이나 모습이 비슷하여 한동안 녀석이 노상 떠들고 다녔지. "아빠랑 나랑 비슷하다(오줌 누는 모습이)"면서

오늘은 특별히 둘다 목욕한답시고 옷을 걸치지 않았으니, 더욱 가관이였겠지? 녀석과 거시기를 털고 나서, 녀석을 먼저 목욕을 시켰지.

"빈아 나가서 아까 준비해둔 옷입어라"
"응, 근데, 아빠머리 내가 감겨줄께" 녀석이 굳이 아빠머릴 감기겠단다.
"그래? 감겨봐라" 하고는 녀석의 키높이에 맟추어 허리를 낮추고 머리를 숙이고 있는 데, 녀석이 부시럭부시럭하면서 뭔가를 뭍혀 듬벼들데

"빈이 뭐하노?"하면서 쳐다보니, 녀석이 지 머리감는 어린이용 삼푸를 짜고 있네.
"임아 그것말고 어런 삼푸해야지"

그러는 데, 또 굼지락 굼지락, 이번에는 등어리를 손으로 문댄다.

"뭐하노? 머리 감긴다더니"
녀석이 삼푸를 짜네어 이번에는 내 등어리에 떡칠을 한다.
"임마 그건 머리감는 삼푸야, 머리 감는 데 써야지"
........

우여곡절을 겪고 녀석과 목욕을 마치고 나왔는 데, 한참을 지나서 녀석이

"아빠, 아빠머리 참 많이 셌네!"

"끄엉, 녀석 땜에 다 센 머리, 검은색 염색하고 다니는 바람에, 녀석이 쳐다보기에 그런대로 검은 머리라고 유지 햇는 데, 우연잖게, 늦둥이 녀석 아빠머리감기겠다는 시덥잖은(?) 재롱받아 줬다가 속알머리가 흰머리 뿐이라는 게 들통만 났네.

녀석이 머리가 셌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할련지? 어쨌튼 방법이 있나? 다른 때보다 주기를 당겨 염색이나 열심히 해보는 수밖에.
한편으론 뭔가 씁쓸한 기분이기도하고, 한편으론 '녀석이 벌써 이정도로 자랐나?'하는 기이한 기분이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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