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을 떠나는(?) 늦둥이
아빠가 문을 여는 소리만 나도, “아빠, 어디가?”, “나도 같이가!” 도시, 한 발짝을 떼도 따라 나서고, 심지어, 쓰레기 비우러 갈 때도 따라나서는 통에, 어디 잠시 다녀올 일이 있어도 숨바꼭질하듯이, 작전하듯이, 녀석 알게 모르게 집을 빠져나가곤 했던 일이 엊그제, 그러니까 조선나이로 6살 막바지까진 그랬다.
2006년 1월 그러니까 7살이 되자, 녀석보고 “빈아, 인제 7살 형아가 되었네, 아빠엄마 말 잘 들어야지…” 등등, 녀석을 한층 고무시키고, 선동을 했다. 그 저의에는 ‘녀석아, 이제 아빠, 엄마따라 나서지 말고, 니 혼자 장남감하고 놀던지,친구들이랑 놀아라, 이제, 이 늙으신 아빠, 엄마를 니랑같이 놀아야 하는 족쇄에서 풀어주라….’ 이런 간절한 소망이 내포되어 있는 거지. 녀석이 이런 심정을 이해할 리 없으니, 그런 간절한 아빠, 엄마의 소망이, 현시점에서 거진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의 다소 허탈한 감정도 포함해서..
헌데, 녀석이 변하기 시작하데. 올부터. 그것도 갑자기.
“니, 형아 되었으니, 혼자 좀 놀아라, 아빠는 사우나 갔다오께” 이런 투로 은근히 좀 떨어져 보자하고 눈꼽만큼도 기대하는 것 없이 지나가는 말투로 빼보니,
“그래, 알았다” 녀석이 두말없이 그러잔다.
“어!, 저게 아닌데..” 해서 몇번을 다짐해도, 역시 똑 같은 대답, 심지어는 귀찮다는 투로, 두세번 반복해서 물으면 대답도 아니하고, 지 혼자 딴청이다.
히야, 살다보니 별꼴도 다보는 경우도 있구나, 그 동안 간절히 바라던 시원한 마음보다, 섭섭한 감정이 크데.
방귀뀌면 뭐할 때가 되었다고나 할까. 녀석이 이제 어느 정도 성장이 무르익었는지, 아빠와 마치 거리를 두고자 하는 것처럼 뵈이데.
“빈아, ~~~아빠는 빈아를 제일 좋아한다” 어느 날은 차를 타고 가면서, 옆자리에 앉은 녀석보고, 무슨 무슨 이바구 끝에, 사랑한다는 말을 상투적으로 내 볕다보니, 녀석의 반응이, 의외로 청천벽력, “ 이제, 그 말하지 마라, 지겨워 죽겠다”
헉!, 6년만에 처음듣는 충격의 발언, 몇 번을 확인해도 비슷한 짜증스런 대답!
우와, 어디 그뿐이나!. 지 누나는 내 기억에 초등학교 2-3학년이 지나서, 아빠의 뽀뽀를 멀리 했는 데, 녀석은 벌써, “ 아빠, 뽀뽀하지 마라, 뽀뽀 싫다!”
그동안 지가 대장이고, 아빠엄마는 지 부하라고 박박 우기더니, 언제부턴가는, “아빠가 대장이다. 나는 아빠부하!” 라는 둥, 순순히 항복(?)하기도 하고,
녀석이 그동안 해오던, 탄생때부터 지금까지 써오던 생떼 패턴이 졸지에 바뀌는 단계로 뵈니, 이건 성장의 한 단계 도약이 이루어질라나? 도시 무경험 늙은 아빠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성적으로는 그려러니 한편으론 흐뭇해도, 마음한 구석에 섭섭함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건 어쩔수가 없네. 지엄마, 쉰세대로 진입하고, 나 또한 쉰세대 중반으로 질주해가는 세월의 무상함과 어울려져…
하지만, 아직은 7살, 늙어가는 속도에 비례하여 녀석이 부모와 물리적으로 멀어져가는 거야 인지상정일 진데. 나답지 않게, 어제 저녁은 이런 저런 그 동안의 섭섭한(?) 아빠의 감정이 표출된 것인지, 수양이 덜된 것인지, 녀석의 장래를 걱정하는 늙으신 아비의 노파심의 표출인지, 밤새 내내 끙끙거리며 오래간만에 반성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동안 녀석이 생떼를 부려도, 지 엄마, 특히 지 누나 눈치보며, 회초리를 들까? 어쩔까 마음속으로 궁리만하다 결국 실행을 못했는 데, 며칠 전부터 녀석이 지 교육용으로 준비한 회초리를 토막토막 내고는 의기양양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속으로 녀석을 오히려 기특해 했는 데,
어제 저녁도 녀석과 다정하게 안아도 주고, 이바구도 나누고, 약간의 장난도 치면서 침대위에서 딩굴고 있는 데, 느닷없이, 무방비의 아빠얼굴, 정확히는 이빨_이빨이 약해서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는_을 주먹으로 강타한 거다. 우선 이빨을 부여잡고 다소 과장끼있는 몸짓으로 아파서 끙끙 앓는 몸짓으로 침대에 딩굴다, 누워 있는 데, 녀석이 2차로 그 자리를 가격해오데.. 아프다고 감싸 않고 있는 아빠의 손위로, 손으로 감싸쥐고 있는 얼굴로 몸을 던진 거다. 녀석은 아빠가 장난하는 것으로 이해했나봐.
평소에도, 녀석의 표적이 아빠의 얼굴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조심하고, 장난을 치드래도, 얼굴을 때리지 마라 누누히 설명도 하고, 겁도 주고 했다., 그러면서,그 동안은 용케도 그 공습을 방어해 왔는 데, 어제는 완전히 무방비, 2차로 가격을 받고, 꼭지가 돌아 뿌리데. 평소에는 아빠 말에 씨가 먹히지 않고, 녀석이 버릇를 고치지 않아도, 저러면 안되는 데 하면서도, 녀석과 실랭이 하는 게 싫어서, ‘아빠 미워’하는 소리 듣기 싫어 결행을 못했지.
어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데. 워낙 예측불허의 순간적이였기도 하고, 녀석한테 그렇게 성을 내기는 처음. 아픈 것도 아픈 것이고, 이놈의 이런 행동거지가 지 또래 친구들한테 써먹는 폭력(?)으로 성장하면 안되겠다 싶기도 하고, 이 참에 싹을 자르자 싶어서, 내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녀석의 양 궁둥이를 번갈아가며 작살을 냈지.
흐흐, 다시는 그런 폭력(?)을 쓸 맘이 안 생기도록 한다는 나름대로 아전인수의 합리화 논리와 그보단 솔직히 그 동안 녀석에게 당한 숱한 수모(?)가 싸여서 폭발한 건지, 순간적인 감정을 여과없이 손바닥을 통해서 표출해 뿌렸네.
방안에서 순식간에 이루어진 사태에, 지누나, 지엄마는 어리둥절, ‘녀석이 엄청 잘못해서, 아빠가 저토록 화를 내는구나’ 싶었겠지. 녀석을 혼내면서, 지 엄마, 지누나 들어라고, 이 녀석을 조지는 이러리러하다는 이유로 그렇다는 것을 알리기도 할 겸, 큰소리로 녀석을 나무라고 훈계하며, 손바닥으론 궁둥이를….그야말로, 지 누나, 지 엄마가 눈치채지 못하게, 더 이상 개입의 여지가 없도록 순식간에 해치웠지.
그바람에 녀석의 울음소리가 집안에 진동하고, 다소간 썰렁한 분위기가 지속 되었다만, 속으로 ‘오래간만에 아빠노릇(?) 했다. 지누나, 지엄마 눈치 못채게 엄청 조졌다’.하는 자부심으로 흐믓해 있었는데.
이게 그게 아니드라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녀석을 조진 명분은 점점 희미해지고, 녀석을 조진 나의 감정콘트롤에 대한 미숙함이 고개를 들더니만, 잠자리에 들어서는 녀석이 안쓰러워서, 잠을 이룰 수 있어야지.
‘때린 놈은 발 오그리고 자고, 맞은 놈은 다리 쭉 펴고 잔다’ 속담이 언듯 스치는 게 무슨 심사인지,벌어진 현실로 보면, 녀석은 예의 천진난만한 천사 같은 모습으로 새록새록 잘 자고, 나는 밤새도록, 때릴 때의 호호탕탕(?)하던 기세는 어디가고,
“여보, 녀석에게 너무 심했나 싶어 잠이 안오네…” 어쩔수 없이 마누라에게 고백하기에 이르렀네. 밤이 깊어 갈수록 늦둥이를 키우는데,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등등의 모든 이성적 논리는 실종되고, 녀석의 자는 모습을 보며, 한없이 안스러워지는 것은, 이 나이의 아빠로서 늦둥이를 둔 숙명적 역할의 한계에 때문에 잠재적인 감정이 이 사건을 기화로 때이르게 표출된 것인지…
어쨋거나, 이 일로, 그 섬세한 녀석이 두고두고 아빠에 대한 마음의 거리를 더 두지 않을까 밤이 깊어가는것에 비례하여 걱정이 점점 커지데.그리 안해도, 막 아빠와 거리를 둘려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녀석의 성장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데,
“애들이 자랄 때, 이런 경험,저런 경험이 필요하고, 이런 일도 녀석이 자라는 데, 약이 될 게다” 뒤척이는 나에게 울 마누라 위로 한답시고, 평소에 내가 실천은 못하면서 주절거리던 바를 그대로 울마누라가 써먹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게지.
“미운 7살’ 이라더니, 그 시기를 지나면,
아빠 품을 언젠가는 떠나게 될 늦둥이 녀석이겠지만,이번 일이 그 시기를 당기는 계기가 되나 싶어 한편으론 시원하고, 한편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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