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5살되면서,
퇴근후 밤9 시 전후 일과는 녀석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네.
세상에 고역,고역해도 이것만큼의 고역이 없다 생각하네.
보통 녀석이 잠들려면 10권이상을 읽어줘야 하고, 말도 안되는 엉뚱한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줘야 하고…
소방차가 삐뽀 삐뽀하고 어쩌구 저쩌구..하다가는 여지없이 날아오는 핀잔, '아이다. 소방차는 에에~~~엥한다. 삐뽀삐뽀는 경찰차가 한다. 아빠는 그것도 모르나?"
한 두권이 끝나기 전에 내가 졸려서 눈꺼풀이 내려오고, 이 때 괴로움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마치 운전중 오는 졸음같다. 졸다가 한두번 들키면 여차없이 책을 들고는 '나 엄마한테 갈래'하고 나가 버린다.
뒤돌아오는 마누라의 잔소리 ' 으그, 애도 하나 못보고, 그저 PC앞에 앉아서 바둑둘 때는 눈에 쌍심지 켜고…….."
이 소리 듣기 싫어서 억지로 참았는 데…..도저히 안되겠기에 꾀를 냈지.
"빈아야, 아빠 배가 아프다" 좀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그러고는 신문들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그야말로 Rest하고 있었지.
그리되면, 책 읽어주는 전문가인 지 엄마한테 가겠지. 내가 배가 아파서 화장실 갔다는 데, 내 보고 뭐라 하겠어?.
흐흐 내 오죽하면, 늦둥이 앞에서 잔머리 굴렸겠냐고오~"
그때, 바로 그 때, 화장실의 문밖에서 중얼중얼하는 소리,
???
"…….우리 아빠 배좀낫게 해주세요. 중얼중얼…."
허헉, 저 녀석이 진짜로 믿고….
순간 속이 뜨끔하면서 내머리 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게 있드라구,
녀석을 속인 게 아픔으로 와 닿는 게야. 흐흐흐. 저 녀석이 저렇게 나올 줄을 꿈에나 생각 했겠어? 한방 당한 기분이었지!
부끄러움겸 감동겸 한참을 멍하니 있다 정신차리고 냉철히 다시 생각해보니,
아차 싶데.
'아이고야, 내 죽고 난 뒤 저 녀석통해서 제사밥 얻어 먹기는 틀려고마.
내 일찍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만…. 벌써 이렇게 피부에 와 닿을 줄이야…'
우리 마누라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끝내고 방으로 오다가 그 소릴 들은 게야. 녀석의 모습을 눈여겨보고는, 동네방네 소문 냈다네….내가 잔머리 굴리다가 당했다는 건 당시는 까마득히 모르고
'배가 아파 화장실간 아빠를 위해 늦둥이가 화장실 문밖에서 무릎꿇고 기도를….'
그 후론 만나는 사람마다…..
"아들이 너무 착하데요, 아빠를 위해 …"
끄엉!!!
ㅎㅎㅎ
일찌감찌 저녀석, 저 맏상주될 녀석의 기대는 말어야지!
그럼 이 고생의 보상은 어데서 받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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