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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12. 아빠차가 왜 고장 났어?

by 靑野(청야) 2016. 9. 18.
언젠가 이바구 올린 기억이 있잖혀? 2004년 그러니까 올 초에, 새로 중역한 사람을 뽑아서, 수인사겸, 잘해보자는 의미로 나하고 그치하고 둘이서 속닥허니 우리 숙소부근 복개천 주차장에 차를 대고, 큰 길건너서 소주 한잔을 곁드리고는 돌아오다가 아! 글씨, 바로 아파트 코앞에서 음주단속에 안 걸렸는 개비.

[알코올 농도 0.091]

[기존에 운전중 휴대폰 사용금지 벌점 15점에 움주운전 100점 토탈 115 점으로115일 면허정지에, 벌금100만원]

스그발, 좋다이거야. 지구대자슥들 한테, 70만원어치 분풀이는 혔다만, 운전면허정지를 어떻게 혀? 우리 늦둥이 한테는 당당한 식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아빠차의 운행중지!!!

카!, 난감하드라고오!. 녀석에게, 음주 운운혀서 여차저차 해도 무신 말인지 모를 거이고, 녀석이 아빠차를 얼매나 좋아하는 지 아는 나로서는 그기 젤 고민되드마. 내 출퇴근은 아무것도 아녔어!

우리 늦둥이는 아빠차가 그냥 차가 아니라 식구의 일부였다고. 어릴 때부터 '뛰뛰빵빵(Busy Buses)', 'Bob the Builder'를 보면서, 뇌리에 차들이 의인화되면서, 녀석은 아빠차를 거의 사람 수준으로 이해하는 기라. 어릴 때 어른들의 상투적인 물음인, "~~~누굴 젤 좋아혀?" 라고 물으면, "엄마, 아빠, 아빠차". "누나는?", "안좋아!"

녀석의 충격이 젤 클글로 고민이 되드마. 그래서, 생각혀 낸게, 우선 전화로, 충격완화 작전을 썼지. "빈아, 아빠차가 고장이 났어, 그래서 병원에 보낸 는데 오래 걸린데!"

'정비소에 갔어?" 녀석은 워낙 차를 좋아혀서 집부근 카센타에 출근하다시피 사는 바람에 '차병원은 정비소, 정비소는 카센터 같은 곳'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네.

"그래, 정비소 아저씨가 오래 걸린 데"

"그러면은, 다른 정비소에 가야지, 우리 집 부근에도 카센터가 있는 데에~~~" 녀석은 우리 집앞 지놈이 출근하다시피하는 카센터가가 최곤줄 아나봐.

그로부터, 석달가까이 간혹 울산 속소에서 자기도 하였지만, [부산집에서-택시-노포동 시외버스터미날-울산공업탑로타리-동료차-회사] 이렇게 출퇴근을 했는 데, 난 그렇게 불편함을 못느꼈다고오. 오히려 시외버스안에서 신문도 보고, 잠도자고 오히려 편하드구만.

문제는 늦둥이 녀석이 심심하면 "아빠, 아빠차는 ? 아직도 고쳐?" 아빠차 안부와 수리 진행상황을 묻는 기라. 특히 토요일부터는 아빠랑 차타고 놀려가야하는 데, 이를 못하니 오죽 답답할까? 석달가까이 녀석에게 원망아닌 원망성 질문에 시달렸다네. 운전면허 정지가 이런데서 곤혹스러워 질거라고 손톱만큼이라도 짐작했다면, 아마, 한순간, 한 호흡 더 신중하게 처신혀서, 여차하면 차를 버리고 도망(?)을 가드라도 단속은 피하고 봤을 거고마.

어쨌거나, 난 차가 없는 대신, 열차로, 버스로, 지하철로 녀석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이전보다 못함이 없도록 이리저리 스케쥴을 마련하다보니, 주말에 편히 쉬어도 뭐할 늙은(?) 몸이 오직 고달팠겠어? 녀석 덕분에 부산. 경남부근에 안가본 데가 거의 없다네. 부산 살면서 한번도 안가본 태종댈가서 유람선도 타보고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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