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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자연으로돌아오라

자연은 배려하지 않는다?

by 靑野(청야) 2016. 7. 17.


        아침에 일어나

        연습용 텃밭에 물주고 풀뽑고 있는데

        "비비비비"
        "비비비비", 

        비비샌지 웬 이름모를 작은새2마리가 날아와 
        내내 기뭄 으로 빌빌거리다 부랴부랴 물을 주고 보살펴,
        이제 겨우 기지개를 캐는
        봄에 심어둔 메타세콰이어가지에 앉아
        몇마디 지저귀다 날아가네?

        "안녕, 잘 잤어?" 하는 것인지
        "너는 누구냐?"하는 것인지..

        알듯말듯 아직은 알아들을 수 없네?
        "(나무에 물 주어 )생명을 살리는 것은 것 참 기특한 일이야"
        하는 듯한 지저귐은 알아 들을 듯도 느껴진다?

        묘종을 옮겨 심어
        시들어 죽은 줄 알았던 어성초, 상추, 애호박이,
        거시기 푹 죽어 있다 살아 나듯이,
        수그렸던 고개를 처들고 제법기운을 차렸네.
        식물이나 인간, 인간의 거시기나 우찌 그리 처신이 닮았을까?

        제법 파릇파릇 잡초를 뽑으면서
        '자연이란 무엇인가?' 내내 뇌리속에 맴도네.
        자연속에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연이면서,
        언제나 떠올리는 퀘스쳔, 스스로의 본질 에 대한 의문,
        자연은 관조만 하기에도 벅찬 것인지?

        나무에 주다 물이 스며 진흙탕이 된 잡초밭을
        손끝으로 헤집으며 온몸으로 느낀다.

        나의 인생은 갖추어 놓고 즐기는 삶이 아니라
        하나하나 자연과 동화되는 과정을 일구는 삶으로 가꾸어 가야겠다.

        묘종이 옮겨 심겨진 후
        겨우 기지개를 캐고, 대지에 뿌리를 내리듯,
        그렇게 한 걸음 한걸음 자연과 하나 되는 삶,
        내가 대지에 몸을 영원히 뉘일 때는,
        그때를 알지 못할 정도,
        삶인듯 자연인듯 그런 자연화되는 삶을 살으리...

        오늘 나무와 텃밭에 물주고
        두어시간 넘게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으며
        문득 가슴을 울리는 깨달음이랄까 느낌이랄까?

        가뭄이 심하니 그 덕(?)에,
        더 자주 물을 주게 되고,
        나무와 풀과 대지의 속삭임을 더 가까이,
        더 자주 보고 들을 수 있는구나!
        늦게 조성한 밭이라 3~4월 새싹 돋듯,
        이제사 움을 틔운 싹들이 파릇파릇 대지를 덮기 시작한다.

        그 싹들이 하루가 다르게
        주변의 이미 무성한 수풀을 닮아간다.

        대지의 미소가 새싹으로 피어나는 듯,
        대지의 속삭임이 이름모를 새소리로 들리는 듯,
        대지의 교황곡이 조용히 울려 퍼지는 듯하다

        문득. 노자의' 天地不仁'의 말씀을 떠올린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배려하지 않는다.
        자연은 어떤 생명을 위해서도 배려하지 않는다.
        자연은 그저 자연일 뿐이다.

        자연는 미소 짓지 않는다,
        자연은 속삭이지 않는다.
        자연의 이치같은 것 없는 것이다.
        그저 자연은 자연일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자연의 미소가 들리는 듯 하고,
        자연의 속삭임을 보는 듯 하는 것은
        인간이 그렇게 느끼는 것 일뿐.

        자연에 이치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자연을 담는 인간의 그릇의 크기로 재단되는 자연의 가지일 뿐.
        그것은 자연을 너무 왜소하게 받아드리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과연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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