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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자연으로돌아오라

산내의 밤

by 靑野(청야) 2016. 9. 17.
        산내의 밤

        초여름, 해가 저물 때가 되면
        반바지 차림이  부담스러워진다
        아랫도리가 서늘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산내에 들어서면 더운 줄을 모른다

        어느날, 대구33도로  찜통이라지만
        경주는 28도, 산내는 25도 안팍이다
        새벽녁에는 보일러를 돌려야 한다.
        (겨울이  오기전에  
        대비를 단단히  하여야 하리)
        조용한 피서로는 더없이 좋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적막을 반찬삼고 안주 삼아
        하루의 삶에 주린 배를  채우고,
         
        책상머리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거나 
        앞 뜰을 거닐고 사색하는 것이 일상이 된다

        이때 쯤이면
        인적이 끊어진 대신
        풀벌레, 맹꽁이. 개구리 합창이 시작된다
        멀리, 산허리쯤 되리?
        이밤에 두견새 울음소리도 애닯다

        이놈들 소리 시끄러워 
        문을 꼭꼭 닫아 보기도 하지만
        곧 밀려오는 적막함에
        다시 문을 열어 제낀다

        어느 새, 
        어둠과 풀벌레, 밤새들의 울음소리와
        내 마음의 울림은  하나되어
        한 동안 내 존재를 망각하게 된다

        내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가?
        내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어둠, 풀벌레, 두견새, 맹꽁이, 바람, 물,  
        그리고 나...
        대자연을 이루는 일부들,

        나는 나를 잊고 시간 또한 잊는다  

        이미 나는 그들과 더불어
        대자연 그 자체가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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