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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산을물로보지마라1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by 靑野(청야) 2016. 9. 17.
당나라 시인 東方虬(동방규)가 지었다고 알려진 '한시(漢詩)'가 있다
      昭君怨(소군원)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하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을.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하니,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을.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으리.
      자연히 옷에 맨 허리끈이 느슨해지는데
      이는 가느다란 허리 몸매를 위함은 아니라네
漢(한)나라 元帝(원제)때의 宮女(궁녀) 王昭君(왕소군)은 절세의 미녀였는데, 元帝는 궁녀가 많아 일일이 얼굴을 볼 수 없었으므로, 화공을 시켜 그녀들의 얼굴을 그려 바치게 하고는 그림을 보고 마음에 드는 궁녀를 낙점하였다. 궁녀들은 당시 궁중화가였던 毛延壽(모연수)에게 뇌물을 주면서 자신의 얼굴을 예쁘게 그려줄 것을 간청하였다. 그러나 도도했던 王昭君은 毛延壽에게 뇌물을 주지 않았으므로, 이에 毛延壽는 그녀의 얼굴을 몹시 추하게 그려 임금에게 보였다. 당연하게도 그녀에게는 한번도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漢나라는 역대로 匈奴(흉노) 문제로 늘 골치를 썩였는데, 그때 마침 匈奴王 胡韓邪(호한야)가 한나라의 미녀로 왕비 삼을 것을 청하므로, 元帝는 못생긴 王昭君을 그에게 주기로 하였다. 그런데 막상 王昭君이 장차 오랑캐 땅으로 떠나려는 즈음, 그녀를 보니 여러 궁녀들 가운데 제일 가는 미인이었다. 그녀가 毛延壽에게 뇌물을 쓰지 않아 추하게 그려진 사정을 뒤늦게 안 원제는, 격노하여 毛延壽를 죽여버렸다. 마침내 그녀는 쓸쓸히 匈奴 땅에 들어가 마음에도 없는 오랑캐의 왕비가 되었다. 졸지에 흉노의 땅에 와 흉노왕의 왕비가 된 그녀는, 말도 통하지 않는 답답함 속에 버림받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봄을 맞았으리라.

그녀의 가슴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동방규는 계절은 꽃 피는 시절이 벌써 왔건만 삭막한 북방에는 꽃이 피질 않으니 봄은 봄이로되 봄 같지가 않다고 읊었단다.


'낙안(落鴈)'이라는 칭호를 얻은 왕소군(王昭君)

'왕소군의 미모에 기러기가 날개짖하는 것조차 잊은 채 땅으로 떨어졌다.'
한나라 원제가 북쪽의 흉노과 화친을 위해 왕소군을 선발하여 선우와 결혼을 하게 하였는데, 이때 집을 떠나가는 도중 그녀는 멀리서 날아가고 있는 기러기를 보고 고향생각이나 금(琴)을 연주하자 한 무리의 기러기가 그 소리를 듣고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에 왕소군은 낙안(落雁)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오랑캐 땅에서 마음에도 없는 오랭캐 임금의 왕비가된 왕소군!
일찌기, 중국의 고금 4대미인으로 추앙(?)받는 아까운 미녀를, 모연수라는 쥑일놈이 그 따위로 장년을 쳐?
지금 생각해도 괜히,분기탱천하네...

요즈음 한국사회에서도, '春來不似春'입장에 처한 이들이 많다한다.
마음이, 왕소군이 마음을 삭인 저 오랭캐 땅보다 더 삭막하고, 막막한 이들이 많은가 보네,
2007년 3월 11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로드리게스'라는 한 연구가의 기고문을 통해서, `성공이 한국인을 죽이고 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한국 사회에서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의 원인을 이렇게 짚었단다.

"다른 경쟁 상대인 선진국에 맞서 경제기적을 이룬 중심에는 근면정신이 한 몫을 했으며 지난 40년간 일에 파묻히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희생한 결과 형편이 나아졌다"면서 "하지만 1997년 갑작스레 닥친 경제 위기에서 거의 35년만에 실질수입이 감소한데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높은 신분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버리는 등 낙관적인 태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남범우 건국대 심리학교수의 경우 "사람들이 좌절감을 느끼면서 왜 열심히 일해야 하냐"는 회의론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고 사회학자인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미 1979년초에 "언젠가 벽에 부닥칠 것"이라고 예견했다고 전했다.
지난번 한국방문시 서울대 사회학과 장경섭 교수가 "한국 문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빠르게 이룬 경제적, 물질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현대화를 추구했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서양의 철학을 담지 못한 채 오로지 물질과 기능적인 면만 따라갔다"고 평가했다는 것.

로드리게스 연구원은 "경제발전을 이루는 동안 국민들은 사회체계의 불평등이나 엄격한 신분 성향을 기꺼이 무시하고 받아들이지만 계속되는 극심한 경쟁
속에서 더 이상 경제발전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은 정신적 불안감을 야기하게 되며 그 결과 사회를 변화시키려 애쓰기 보다는 쉽게 아이를 적게 낳고 자살을 택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장 교수의 의견으로 결론을 맺었다.

이 글이 아니드래도, 대한민국에 오늘을 사는 누구나는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사회현상이다. 언젠가 정다빈과 유니라는 왕소군 빰치는 미인들이
자살했다기에, 무척 안타갑고 아까운 느낌과 의아함이 교차했었다만, 외국신문에 이정도로 대소특필될 정도로, 한국사회는 문제가 크긴 크나보네.

'한류' 가 어쩌고저쩌고 해서, 막연히 한국인들의 끼가 먹혀들어가나 싶었더니만, 이런 저런 정신적공황속에서 몸부림치는 절박함이 이런 문화로 표출되는
거 아닐까?

차마
, 다빈과 유니의 대열에 동참은 못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랑캐땅의 왕소군처럼, '봄이 와도 같지 느껴지지 않는 기분' 으로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을 지?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그에 대한 걱정으로 잘키울 자신이 없는 , 애를 무책임하게 낳아 놓지만은 않겠다? 심지어는 스스로의 남은 미래에 대한 절망감(?)으로 자살을 택하는 방법을 택한다하니.....

우짜다가, 금수강산 좋을시고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정서가 이 정도로, 매마르고, 이사회가 경직되었는지!
물질적 고도성장만 부추기고, 그에 편승한 정치,경제,문화,교육제도나, 제도를 개선하지 못한 관계자들의 책임이 너무도 크다.
아침 저녁으로 아랫도리를 훑고 지나가는 매서운 바람이, 예전같이 통과의례로 지나가는 꽃샘추위로만 느껴지지 않네.
'春來不似春'이라.

군왕의 선택이 보장되는 기회를 차버리고, 뇌물이나 바라는 모사꾼에 아첨하기를 거부한 그 기개를 높이사야 할지?
오랑캐에 팔려가면서 금이나 연주하며 여유(?) 부리지 말고 자진이라도 했어야지하고 천하의 미녀를 나무라야할 지?
헷갈리네,

그런 봄같지 않은 봄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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