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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산을물로보지마라1

질경이와 햇살나무

by 靑野(청야) 2016. 9. 17.

질경이와 햇살나무!

무척이나 인간을 닮았지만, 극단으로 다른 인간 유형을 대변하는 풀들이라네요.

질경이는 본초강목에 나오는 차전초를 말하는 데. 질경이는 이뇨, 진해 작용과 지혈, 위병과 고혈압치료에 이용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하네요. 그래서, 그러한지는 몰라도 그 옛날 할머니께서 질경이를 호미로 뿌리채 파서 고아서 그 즙을 마시던 기억이 희미하게 나네요.

시골에 살아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질경이는 시골길, 쇠똥, 개똥이 지천으로 깔려 있고, 사람들의 발길과 우마차가 거쳐가면서 흙이 다져져 빤질빤질한 길가에 지독히도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는 식물이지요. 얼마나 다져 졌는지 손으로 뽑을라 치면 예사 힘을 써야 되는 게 아니지요

우마차의 발길질과, 틈만나면, 뽑아버리고, 깔아 뭉개는 무수한 사람들과 짐승들의 홀대속에서도, 여름이면 어김없이 시골길, 특히 사람과 우마차가 다니는 길섶에 우후죽순처럼 자라는 질경이. 새마을 운동이다 하여 마을길들을 청소라도 할라치면, 부모 대신에 공동부역에 동원된 어린이들들은 끈질긴 그 생명력과 고된 투쟁을 해야 했었지요

잡초 같은 인생! 하면 이런 질경이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 태반일 터이지요

시골출신들은 질경이를 많이 닮지요! 아무리 비가 오고 장마가 와서 길이 질퍽허니 진창이 된다해도, 그 길위에서 온갖 날짐승, 들짐승, 사람들이 지겹게 뭉개고, 뭉개도, 밝은 햇살이 언젠가는 비추게 마련, 하늘을 우러러 끊임없이 살자 하고 몸부림는 질경이 처럼, 그렇게, 그런 희망(?)을 가슴 깊이 품고 살아가지요.

아프리카의 오지에 햇살나무라는 게 자란다는 구먼요. ‘유추프라카치아’, 햇살나무의 다른 이름이라네요. 그 녀석은 음지에 움추려서 오로지 맑은 물, 신선한 공기, 햇빛만을 먹고 산다는 데, 누군가가 건드리면 시들시들 죽고 만다는 햇살나무, 그래서, 사람의 영혼을 가졌다고 알려진 나무라는 데,

일단, 누군가가 한 번 그 나무를 건드리고 나서는 끝까지 보살펴 주어야지 중간에 보살핌을 멈추면 죽고 만다는 요상한 나무! 한마디로 한번 물리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런 나무라는 구먼요.

인간사에 한번 잘 못 건들여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례가 부지기순 데, 비록 몸은 아프리카 오지에 있다 하드래도 그 나무의 삶의 형태는 혼탁한 요즈음 세상을 사는 인간을 닮지 않았는 가배요?

온갖 사람, 날짐승 들짐승의 홀대와 발길질에서도 꿋꿋이 생명력을 이어가는 질경이!,

그에 비해서, 조금의 햇살과 맑은 물 신선한 공기만 먹고 사는 햇살나무, 한번 건들면 끝까지 건드린 사람을 물고 늘어져서 너 죽고 나 죽자, 아님, 너 살고 나 살자 식으로 고상한(?) 생명력의 유추프라카치아!, 햇살나무

인간들이 모두, 혹은 모든 인간의 감정이나 성격이나 자라온 역사가, 질경이처럼 잡초근성으로만 이루어 졌겠어요? 누군가가 발바닥으로 뭉개고 발길질 할 때마다, 나름대로 견딜 수 없는 아픔과 괴로움이 있겠지요, 누군가의 관심과 보살핌이 좀 그리웠겠어요?

한편으론, 햇살나무 같은 인간들도 좀 많아요? 햇살나무인들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고독함에 얼마나 고통스런 세월을 보냈겠냐고요. 또 누군가가 건들여 준다한들, 그게 생명을 줄이는 건데, 날 위해 끝까지 보살펴준다는 보장도 없고, 그런 인고의 세월을 오직 그늘속에 희미하게 비쳐오는 햇살과 음습한 밀림속에서 한가닥 생기를 이어주는 공기, 이슬처럼 찾아오는 습기에 의존하여 그나마, 운좋게 평생을 보살펴주는 자를 만나면, 행운, 그렇지 않으면, 신기루처럼 사그러들어야 할 운명인 것을…..

세상은, 세상의 진정한 모습은 질경이 같은, 잡초 같은 인간들도 있고, 햇살나무처럼 고상(?) 한 인간들도 모이고, 어울려 우글거리며 살아가는 그런 것 아닌가요?. 그랬으면 좋겠는 데…..

세월이 흐르고 흘러가면서, 하늘과 바다와 땅은, 인간들의 삶의 터전은 쏟아놓는 그네들의 찌거기로 오염되어,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구경하기가 점점 어려워 진다고 아우성이네요. 환경오염이 어떻고 대기오염이 어떻고…..마실 물에 중금속이다 뭐다…...

그 속에서 숨을 쉬며, 그 속에 양식을 구하고, 그런 변화속에 고된 생활을 해야 하는 인간들, 점점 가속적으로 변해가는 현대문명의 조급함에, 적응해야 하는 인간들이기에, 햇살나무처럼 점점 연약해지고 점점 왜소해져 갈 수밖에 없다네요. …
그런 인간들이 사는 환경은, 못된 발길질을 일삼는 인간과 짐승들이 우글거리던, 질경이가 자라는 시골길 보다, 먼 옛날의 미개한 시절의 이야기로 기억속에서 조차 희미하게 사라지는 질경이 같은 잡초가 자라던,그런 환경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척박해져만 가네요……

세상이, 환경이 그렇게 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의 끝없는 욕심이 그렇게 세상을, 환경을 만들기도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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