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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유머.개그.야담/야담객담

野王_신판 홍길동전

by 靑野(청야) 2015. 10. 20.
총명이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할 정도로 뛰어나 조국 백성들의 사랑이 깊었으나, 꼴찌를 한 팀 출생이라, 세잎을 세잎이라 부르지 못하고, 스트라이크를 스트라이크라 부르지 못하는 천대를 받았다.
 
야왕은 자신의 이러한 신세 한탄을 하다가 외쳤다.
“대장부 세상에 나매, 심판에게 깔보임을 당한다면, 차라리 강팀이 되어, 천하를 평정하는 것이 장부의 일이다. 이에 어찌 통한치 않으리오!”
하고는 야구규약집을 덮어두고 뜰에서 배트 연습을 익히니 마침, KBO 위원장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 밤이 깊도록 잠을 자지 아니하시오?”
 
그러자 야왕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소인이 평생 서러운 바는, 세잎을 세잎이라 부르지 못하옵고, 스트라이크를 스트라이크라 못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까.”
하고 눈물을 흘리자, KBO위원장은 그를 측은히 여기나, 마음이 방자해질까 두려워 크게 꾸짖었다.
 
“오심도 경기에 일부이거늘, 어찌 방자함이 이와 같으시오? 차후 이런 말이 있으면 용납치 못할 것이오!”
이에 야왕은 감히 말을 못하고 물러나 침소에 들어와 혼자 서러워했다.
 
그것을 본 KBO의 내시 한명이 KBO의 위원장에게 가서 말했다.
 “소인이 관상을 볼줄 알아, 야왕의 관상을 보니, 흉중의 조화가 무궁하고, 미간에 산천 정기 용롱하여 천고영웅이라, 장차 포스트시즌에 진출을 할것이니, 상공은 살피소서”
 
위원장은 이말을 듣고 크게 놀라 어찌 못하고 근심했다. 이에 맹인검객을 불러 야왕을 죽이라 지시했다. 야왕이 한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중, 정원석이 귀신같은 주루플레이를 선보이자 이상히 여겨 동정을 살피자, 한 사람이 비수를 들고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지라, 야왕이 꾸짖기를,
 
“네 무슨 일로 보크를 선언하지 않았느냐! 무죄한 사람을 벌하면 하늘에서 화를 내리리라!"
 
이에, 맹인검객이 말했다.
“너는 죽어도 원망치 말라, KBO가 의논하여 너를 죽이려 함이니 어찌 원망하리오!”
하고 칼을 들고 달려들자, 야왕이 요술로 칼을 빼앗고, 자객을 물리치고 KBO위원장의 침소에 나아가 하직을 고하자, 위원장이 측은히 여겨 보크였음을 인정하고 사과하였다. 이에 야왕이 노래를 불렀다

 

 

방랑시인의 로맨스


 방랑시인 김삿갓이

죽장망혜竹杖芒鞋에 삿갓을 쓰고

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을 유람하다가

함경도 단천에서 절세미인과 합방을 한 일이 있었다.

 

 청춘 남녀의 첫날밤은

시간이 천금이 아닐 수 없지 않는가. 

불이 꺼지고 천재 시인과 미인이 함께 어우러졌으니

어찌 즐거움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뜨거운 즐거움에 취해있던 김삿갓이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사람처럼 부리나케 일어나서

불을 켜더니 실망의 표정을 지으면서

벼루에 먹을 갈고 그 좋은 솜씨로 일필휘지하니...

 

모심 내활 (毛深內闊) ; 털이 깊고 안이 넓어 허전하니,

 

필과 타인 (必過他人) ; 필시 타인이 지나간 자취로구나!

 

김삿갓은 이렇게 써놓고 여전히 입맛만 다시면서

한 숨을 내쉬고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김삿갓의 그러한 행동에 여인이

 의아해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지라,

 

 원앙금침에 홀로 남아 있던 여인은

첫날밤이라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살며시 감고 있던 눈을 뜨고는

김삿갓이 써 놓은 화선지를 살펴보더니만,

 

곱게 빛나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듯 하더니

이불에 앞만 가린 몸을 살포시 일으켜 세워

백옥 같은 몸을 드러내며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거침없이 내려쓰기 시작했다.

 

후원 황률 불봉탁 (後園黃栗不蜂坼);

뒷동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지고,

 

계변 양유 불우장 (溪邊楊柳不雨長);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저절로 자란답니다!

 

 

글을 마친 미인은 김삿갓을 보며

수즙은 듯 방긋이 웃더니

제 자리로 돌아가 눈을 사르르 감고 누우며

아름다움과 여유를 내보이는 듯했다.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와 써 놓은 답글을 본 김삿갓은

잠시 풀렸던 흥이 다시 샘솟으며

여인을 끌어안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자기의 처녀성을 의심함에 화답하는

여인의 의연한 자태도 자태지만 

이에 응답하는 멋진 시상詩想은

역시 천하에 천재시인도 녹아나지 않고 못 견디지요!

 

이렇게 풍류가 있고

낭만적인 여유로움으로 시작된 그 첫날밤,

그 즐거움과 그 황홀함,

그 정도가 어디메 인고,

가늠하기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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