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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여행견문록

남도여행기5

by 靑野(청야) 2012. 8. 1.
 
남도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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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늦둥이를 여행보내고...
새만금을 거쳐가다
김양아 ~보지가 걸렸다아~
완도로 가다
아! 청산도
남도 칠백리
화개장터에서
지리산을 가로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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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청산도
 
완도항에서 아침 9시 30분, '청산아일랜드' 카페리호에 차와 함께 몸을 실었다. 배는 주도섬과 완도항을 뒤로 하고, 미끄르지듯 바다로 나간다. 차는 1층에  내버려 두고, 선상갑판에 올라가니, 호수같은 바다, 바다에는 섬은 섬을 돌아 구비구비 수백리요,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바다에 떠있는 섬들처럼  떠 있다.
 
거제 고향앞바다를 닮은 바다풍경이다. 바다라고 다 이런 풍경은 아니다. 거칠고, 황량한 바닷가, 망망대해로 팍 터인 바닷가, 끝없는 갯벌로 이어진 바닷가가 있는 반면에,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감상을 불러 일으키는 이런 바닷가도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한산섬을 안고 있는 거제와 충무 앞바다'나 '가덕도에서 장목면으로 들어가는 진해만 바닷가', 그리고, '여기 완도 앞바다 같은 바닷가'가 그런 곳이다. 오래전에 가봐서 기억이 없다만, 아마도 한려해상공원의 끄터머리인  여수앞바다도 이런 곳이 아닐까?
 
<완도군과 대도해 해상국립공원 중심지 청산도>
 
청산도는, 완도항에서 남동쪽으로 약 19.7km지점에 위치하며 동쪽으로 거문도, 서쪽으로 소안도, 남쪽으로 제주도, 북쪽 으로는 신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면적은 41.92평방km, 2009년 통계자료인구는 약2.590명  해안선길이 42km, 여서도등의 5개 유인도와 무인도를 포함하여 23리로 이뤄져 있다, 주도인 청산도는 남쪽에 최고봉인 매봉산384.5m 과 보적산 330m 북쪽에 대봉산 379m이 솟아 있고 평지는 읍리와 양중리 부근에 발달 하였다, 주요 농산물은 쌀,콩,마늘 등이며 근해에서는 멸치,문어,삼치등 어로가 성하고 김,미역,전복등의 양식이 활발하다, 면소재지인 도청리와 완도 사이에 정기여객선인, 카페리호가 왕복 10번을 오간다.
 
<완도와 청산도를 이어주는 카페리호, 이런 카페리호가 하루에 10번을 왕복한다>
 
하루 10여번이면, 교통편은 괜찮은 편이다. 2011년에 10만여명이 다녀갔다니, 하루에 300여명 꼴이 다녀간 것이다. 주민, 2,500여명에, 매일 평균 300여명이 들락거렸으니, 제법 붐빈다 할것이다. 
 
카페리라면, 나는 익숙해져 있다. 거가대교가 놓이기전,  벌초를 다녀오거나 친지를 방문할 때, 진해 용연의 안골포에서 거제 장목면의 황포까지 운행하는 카페리호를 자주 이용한 바 있기 때문이다. 
 
50여분의 항해 끝에, 나를 실은 청산아일랜드 호는, 청산도 도청항에 도착했다.
 
<카페리호에 내리지마자 이곳이 청산도임을 알려주는 표지석>
 
<청산도임을 알려주는 표지석 옆으로 방파제 구실을 겸하는 등대>
 
아! 청산도!
 
이곳이 바로 청산도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우시티 청산도!

하늘도,
바다도,
산도 푸른 곳,

산과 바다와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도라 한다. 아닌게 아니라 청산도의  높은 언덕에서 굽어보니, 사방에 푸른바다가 넘실대고, 멀리 북쪽으로는 육지인지, 섬들인지 푸른 병풍을 두른 듯하고, 대낮인데에도, 흰 운해가 산허리를 길게 감싸고 있다.
 
<당리 서편제 촬영장 언덕에서 바라본 서북쪽바다 의 풍경>
 
 <당리 서편제 촬영장 언덕에서 바라본 서북쪽바다 풍경을 클로즈업>
 
<서편제 촬영장에서 굽어본 도청리 마을과 도청항>
 
청산도는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 '하동군 악양면'. '예산대흥면', '전북 전주 한옥마을', '남양주 조안면' 과 함께 국내에 선정된 8곳의 슬로시티중의 하나다. 곳곳에 '슬로길'이 조성되어 걷기 길이 이어여 있다. 문명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각박해져가는 생활터전을 보전하고, 그럴수록 느리게, 여류롭게 살자는 운동이 슬로시티 운동이다.
 
<'슬로시티'를 알리는 입간판이다. 도청항 바로 옆에 있는 등대 모델에 숙박을 정하고,
모델뒤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것을 찍은 것이다> 
 
청산여수슬로길 전체지도
<청산면의 슬로길, 2011년에 10만여명이 다녀갔다한다. 매일 300여명이 다녀간 길이다>
 
서편제 촬영장과 여기서 시작하는 슬로길을 둘러보다, 점심때가 되어, 도청항 해변에 늘어선 식당으로 들어갔다. 싱싱한 해산물요리가 지천으로 많다. 싱싱한 해산물,  해초로 담근 반찬이 얼마나 상큼하고, 싱그러운지, 이런 류의 반찬은 오래간만이다. 대충 어림짐작컨데, 40~50여년전되었지 싶다. 거제도에서 바닷가가 이랬다. 아침, 저녁으로 미역, 파래, 콤푸, 톳등의 해초로 만들고, 담근 반찬들이 주식이였던 시절의 향수가 몸에서 먼저 느낀다. 혀끝에서 먼저 알아본 것이다. 
 
내가 오래간만에 고향에서 즐겨 먹던 톳나물을 자꾸 더 달라하니, 이상하게 바라본다. 이곳 아지매가, 내가  거제촌놈출신이라는 것을, 톳나물이라면, 사족을 못쓴다는 것을 알리가 없다.
 
반찬을 나르는 아줌마들의 몸매도, 해초 못지않게 싱싱한 것같다. 한여름 더위에 못이기는 척, 반은 벗은 상의에, 반찬을 놓는다고 구부리면서, 은근슬쩍 흘려주는 (?) 가슴팍의 풍경들이 수족관의 고기들처럼 뛰노는  것같다. 내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제미! 막걸리 한잔  안할 수 없네.
 
'아줌마, 여기 막거리 한병 주소!' (안주는 그기면 딱 좋겠는데...)
 
DSC01779.jpg
<도청항구 모습>
 
DSC01778.jpg
<도청항구앞에 즐비한 식당가, 해산물 요리가 일품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느긋이 차를 몰고 청산도를 곧곧을 둘러봤다. 여객터미널 인근, 도청리에서 당리, 옵리, 구장리, 청계리, 중흥리, 신흥리, 진산리, 국화리를 거쳐 도청리로 되돌아 온다. 
 
당리 고개에 서편제 영화촬영장이 꾸며져 있다.  고인돌 공원도 있다. 여기서 부터, '슬로길'의 시작이다. 청산도 전체를 둘러 볼수 있도록 이어져 있는 슬로길. '슬로길'은 '느리가 가자'는 운동이 일환이다. 이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푸른 바다와 산과 하늘의 기운을 가슴깊이 받아드리고, 폐부속에 찌들어 잇는 탁한 공기를 내뱉으며 걷는 길이다.  끊임없는  파도소리, 갈매기소리가  리드미컬하게 들리는 외딴 청산도, 대낮인데도 멀리 육지를 가리는 운해를 바라보며, 숲속으로난 길, 푸른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 꼬불꼬불 해안가를 돌아가는 길, 사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길이다.
 
청산도는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경관과 섬 고유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곳으로 청산도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슬로길(11코스, 42.195km)이 특히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으며 봄과 가을에 절정인 유채꽃과 코스모스는 청산도의 백미라한다. 언제 시간나거던, 봄이나, 가을에 와봐야지, 내심 다짐한다.
 
하지만, 때는 삼복더위, 열사병이라 걸릴 각오가 아니라면, 이런 더위에, 찻길을 차로 다녀야지,  걸어서 갈 엄두를 못낸다. 엄청나게 무덥다. 찻길을 천천히 차를 몰고 다니며, 따가운 햇살을 피하니, 와중에서도 기분은 상당히 상쾌하다. 싱싱한 공기 덕분인지, 평소 무겁게 누르던 눈까풀 무게도 사라지고, 알레르기증상으로  근지럽고 답답하던 시야도, 씻은 듯 사라지졌다. 강진땅으로 들어설 때 부터 그런 기분을 느꼈었다. 이곳 청산도에서 청량한 바닷바람 탓인지, 더욱 기분이 상쾌하고, 그만큼 눈도 밝아진 것 같다. 아니, 실제로 밝아졌다. 
 
<청산도 슬로길, 청산도 전역이, 이런 슬로길, 왕복2차선 찻길이 어우려저 있다>
 
저녁이 가까이 오기전에, 머물 곳을 정해야 겠는데....군데, 군데 펜션이 쉬어가라 유혹한다. 결국, 선착장 옆의 등대모텔에 짐을 풀고, 지리청송해변, 진산리 갯돌해변을 비롯하여 구석구석 해변가를 때로는 차로, 때로는 걸어서, 쉬엄쉬엄  일주를 하다보니, 해질녘이 가까워진다. 
 
그 유명한 청산도의 일출!
 
사실은, 오래전부터 들어온, 청산도 일출을 꼭 경험하리라 하고 여기로 온 것이다. 여기로 온 계기가 된 것이다. 섬이니, 일출이 있으면 일몰도 있겠지? 일몰과 일출로 유명한 곳을 알아봤다. 일몰로 유명한 곳은 '지리 청송해변' 일출은 진산리 '갯돌해변'이라 한다..
 
녁이 먼저오니, 일몰을 먼저 경험하자, 우선, 지리 청송해변으로 향했다. 청산도의 일몰도 일출 못지 않는 장관이다.
 
청산도의 일몰!
 
찌는 듯 더운 한여름 종일 열기를 품어내던 태양은 하루의 생을 마감하고  물러 가는 데, 더위는여전히 버티고 있다. 서쪽바다 비단결같은 물결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노라니, 어느듯 어둠이 밀려왔다.  
 
<청산도 청송해변부근에서 찍은 일몰의 장관 >
 
<동영상: 청산도 청송해변부근에서 찍은 일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내던, 지나온 세월, 먼저간 마누라, 어린시절, 무전여행다닐 때의 감상이 새삼 가슴을 저며온다. 언젠가 들었던  '트럼펫'의 멜로디가 마음깊은 곳에서 부터 울러 퍼진다. 밝음은 물러가고 어둠이 밀려오는 자연의 섭리를 새삼 절감한다.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찬란히 떠오를 태양, 지는 모습을 담았으니, 떠오르는 모습도 담아보자. 청산도를 일주할 때, 청산도 일출로 유명하다는 갯돌해변위치를 확인해두었기 때문에, 아침에 늦지 않게 갯돌바위로 달려가면 될 것이다. 하절기 해뜨는 시각을 모른다. 모조건 빨리일어나자. 빨리 일어나는 것은 이력이 나 있으니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우선은  저녁부터 해결하고 볼 일이다. 낮에 갔던 식당을  다시 찾아  식사를 해결했다. 매끼니가 싱싱한 해조류와 해산물의 맛이 내 발길을 다시 인도한다. 이보다 더 좋은  웰빙음식이  따로 있겠는가?
 
< 정박하고 있는 배, 숙소인 등대모텔 창문으로  선착장이 바로 코앞에 바라뵌다>
 
< 마지막 떠나는 배, 왠지 나그네의 마음도 심란해진다>
 
일몰을 동영상으로 담고, 저녁을 먹고, 술한잔을 걸치니  다방기행시간이다. 여기도 다방이 있나 하고 수소문해봤다.  사실은 낮에, 청산도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다방간판이 있나 둘레둘레 해봤지만, 찾지를 못했다. 그래, 주인한테,  물었더니,  여긴 청산도에는 다방이 없다한다. 제기럴, 분위기로는 다방문화가 만개해야 하지 싶은 데, 전혀 오염되지 않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술이나 한잔 더 걸치자!
 
장거리 운전에다, 며칠째, 대취하다보니, 몸살인가?, 온 뼈마디가 아프다. 술을 삼가하라는 신호다. 하지만, 어찌 이 허허로운 감상을 가슴에 묻고, 이 순간, 여기서 한잔 술을 마다하겠는가? 한 잔술이 어찌 또 한잔으로 그치겠는가? 다방이나 술집은 아니다만, 더워서 반이나 벗어 째낀 건강하고 예쁘장한 젊은 식당 아지매의 구수한 청산도 사투리(?)의 권주유혹(?)에,  또 다시 정신이 실종할 수 밖에....
 
마침, 올릭픽 기간이라, 하지만, 한참인 올림픽경기를 보는 둥 마는 둥, 잠을 자는 둥마는둥 하다가 다음날 새벽, 일출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갯돌해변으로 달려갔다. 아마도 5시가 되기전에 출발했지 싶다.
<일출의 장관. 실제로는 빨간 사과같은 태앙색인데, 갤럭시에는 노랗게 변한다. 너무 밝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객럭시 카메라 기능에도 필터링기능이 추가되겠지? >
 
<동영상: 일출의 장관>
 
<'청산도 일출'이라 소개된 플래쉬 화면(펌)>
 
바로 위 화면은 인터넷에서 '청산도 일출' 이라 소개하며, 플래쉬처리된 영상이미지 화면이다. 
 
'청산도, 덕적도...는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은 ....'   
 
일기예보를 할 때 서남해 해상의 일기예보에는 청산도가 언제나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부터 뇌리에 밖혀버린 청산도, 언제한번 가보나 하고, 아련한 기분을 갈무리한 채 이때까지 잊고 살아온 것이지만, 최근에 기회가 왔다. 사실은 '청산도 일출'의 이 영상이미지 화면을 트럼펫소리로 들어면서, 아름다운 청산도  황혼녘 해변을  직접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이 다시 싹튼 것이다.
 
화면이야,  찍는 사람의 취향이나, 원근, 위치, 방향, 거리의 선택에 따라, 똑 같을 수 없을 것이다.  느낌도 다를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청산도 해변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산도 해변이 아닌들 어떠리, 이 화면으로 인하여 내가 여기 왔고, 어제 오늘 느껴본 이토록 아름다운 청산도 일몰, 일출의 장관을  두고두고 또 다른 감흥으로 마음속에, 뇌리에 갈무리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로서 족하지 않는가?
 
언젠가 다시오고 싶은 청산도, 꼭 일몰이나, 일출의 풍경만은 아닌 것이다. 높지도 낮지도 않는 푸른산, 푸른하늘, 푸른바다, 맑은 공기, 아름다운 슬로길과 주변의 여유롭고 한가한 풍광, 아직도 옛바닷가의 비릿한 내음의  잔재가 남아 있는  분위기 하며,,,
 
슬로우시티 청산도, 청산도를 통하여 과거를 보고, 
 
'성장을 포기하고 느리게 가는 사회'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청산도를 통하여,
 
인류의 미래까지는 아니라해도,
 
어쩌면,
 
남은 내 인생의 미래를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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