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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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늦둥이를 여행보내고...
● 새만금을 거쳐가다
● 김양아 ~보지가 걸렸다아~
● 완도로 가다
● 아! 청산도
● 남도 칠백리
● 화개장터에서
● 지리산을 가로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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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아~~, 보지가 걸렸다아~
다방기행!
원래 계획에 이런 게 포함된 게 아니였다. 여행계획자체가 없었으니까! 남도(南道)의 느긋한 슬로우 생활풍경속에 젖어들다 보니, 어느듯, 옛날의 분위기가 그리워졌다.
이전에는 대,중,소 도시나 도시라 할 것없는 시골이라도 제법 번화가라면, 가리지 않고, 다방이라는 것이 있었음을 40대가 넘은 분들은 모두가 기억한다.
다방은, 남여노소 만남의 장소뿐만아니라, 한량들이 시간을 떼우는 놀이터였기도 했고 젊은 남.여연인들의 만남이나, 어떤 때는 불륜의 데이트장소로 애용되기도 했다. 요즈음처럼 커피 자판기같은 발명품이 등장하기전에는, 주변의 사무소나 심지어는 농사일에 까지 커피나 차를 타서 날라주는 서비스가 유행하기도 했고. 티켓을 판다하여 동네사회의 지탄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음을 기억한다.
다방에는 항상음악이 흘렀다. 흘러간 유행가나 당대의 대중가요가 구성지고, 은은하게 울러 펴졌었다. 제법 번화한데는 디스크자키를 두기도 하고, 소도시에는 다방마담이나 아가씨가 직접 레코드판을 틀기도 했다.
다방문화의 전성기에는 김양,이양등으로 불리는 젊은 아가씨들이 많았다. 요즈음의 노래방만큼이나 다방이 많았고, 다방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사연도, 사건도 많았다. 그러던 다방이, 언제인가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 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렸던 추억의 문화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큰 도시에는 비록 변두리에라도 애써 찾기 힘들어 졌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취향이 고급화되면서, 다방을 대신하는 여러공간이나, 놀이문화(?)가 발전하고, 커피 인구는 늘어 났지만, 커피전문점이나, 카페같은 공간이 새로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도시에는 아직도 그런 장소나 문화가 남아 있을 터이다. 과연 그럴 것인가?
오래전의 것이 사라져가는 문화로는 다방이외에도 옛날 이용원이 있었다. 남자들이 머리와 면도를 해결해주는 업종이다. 요즈음은 면도는 대부분이 스스로 해결하고, 머리는 블루클럽같이 이름도 고상하게 붙인, 남자전용 헤어컷삽이나 미용원에 맡긴다. 아니면 사우나에 딸린 이용실을 이용하던지.
무작정 떠난 여행길에서 시골스런 풍경을 접하다보니, 도회 중심거리에서는 완전히 사라져간 추억의 풍경들이 불현듯 생각났다. 이용실, 여인숙, 작부집도 그런 추억의 공간이다. 그시절의 분위기가 그리워 진다. 그런 분위기의 다방, 이용원! 여인숙이나 작부집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할까? 아직도 그때 그 시절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을까?
완도, 청산도, 화개장터, 구례. 남원을 거쳐오면서 자연풍광도 풍광이러니와 추억의 이런 문화는 아직 남아 있기나 한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바뀐 것인지? 계획없이 떠나온 여행길에서, 불현듯 생겨난 궁금증, 궁금증이 일었으면 확인을 해봐야제? 체험(?)을 해보던지?
완도여객터미날 부근에 도착하자마자 '솔다방'이라는 팻말이 때뜸 눈에 띈다. 아하, 다방이란 것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 아직 현재 진행형 문화구나, 그렇다면,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 지? 옛날처럼, '김양', '이양'등 젊고 예쁜아가씨들이 커피시중을 들려나? 궁금증은 증폭한다.
시간과 여유는 많다. (세월이 좀 묵나?) 속으로 뇌까리며, 숙소를 정해, 몰고 간 차를 쉬게 하고, 짐을 풀고는, 굳이 찾아 다녔다.
알고보니 완도항에는 다방이 여럿있다. 찾아간 다방마다, 서빙하는 아가씨들, 처음에는 '달양', '별양', '해양' 이란다. 요즈음의 다방아가씨들이 이렇게 불리는 것이 통례라한다. 짖굳게도 굳이 본성씨를 추궁(?)하니, 대부분, '본성은 김이예요' 한다. '김양'이다 그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金氏家는 대성(大性)이니 예쁜 다방아가씨들을 양산하는 것인지, 본성마저 숨기고 그렇게 대답하는 것인지 알길이 없다만..
청산도에는 다방이 없었다. 주변풍경이 꼭 다방이 있을 법한 데, 물어보니 어떤 주민 말로 이 섬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하니, 이제는 오히려, 신기할 뿐이다. 화개장터에는 '태양다방' 이라는 큰 간판이 있어, 저녁 먹고 느긋하게 찾아가니 폐업했단다. 구례 화엄사가는 길에는 샘다방이라는 정말로 시골스런 다방이 있어, 냉커피한잔을 마시고 나왔다.
샘다방옆으로는 서울이용원이라는 시골 이용원이 있었는데, 들렀다가 혼비백산을 했다. 또, 서울로 오는 길목, 남원역부근에는 과거 20년 30년전의 소도시나 읍내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다방'과 오래간만에 보는 '여인숙'과 이른바 '작부집'이 즐비하다. 앞으로 계속되는 여행기에는 이곳들을 방문하며 찍어온 사진들과 사연들을 전할 것이다.
다방이야기가 나왔으니, 관련된 우스개 소리가 하나 생각난다. 옛날을 그리워하며 만든 우스개인지, 실화인지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이다.
......
어떤 시골다당에 마담과 다방아가씨로 김양이 있었다. 다방의 레코드 판순이는 김양몫이다. 어느날 노사연이 부른 '만남'이라는 노래를 틀었다. '만남'은 십수년전, 여러 주간 톱으로 유명했던 노래로 기억한다. 40~50대면 대충 이 노래를 다 알 것이다. 그 만큼 유명했던 노래다. 노래를 틀자 판이 돌아가고, 구성지게,
'우리 만남은 우연히~~' 으로 시작하여,
~
~
~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아~~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마라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가 흘러 나와야 마땅하다.
헌데, 얼마나 노래를 틀었던지, 고물이 된 축음기 턴테이블때문인지, 레코드 판이 고물인지, 축음기 바늘이 문제인지, 턴테이블에 엊혀 돌아가던 레코드판의의 미세한 홈을 따라 가며,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바늘이 '~돌아보지' 에서 홈을 따라가지 못하고 통통 튀는 현상이 발행했다.그러자, 앰프에서는
~
~
~
'돌아 보지' 다음으로 부드럽게 홈을 따라 지나가면서, 진도를 빼지 않고 '돌아보지' 부근에서 바늘이 튀다보니 앞뒤로 나온 소리를 끌며 반복하게 된 것이다.
마담이 김양을 다급히 불렀다.
'??!!'
"김양아~~, 보지가 걸렸다아~ "
'판순이 김양아, 빨리 조치해라 ' 그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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