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이치로에게서 옴직한 편지

by 靑野(청야) 2009. 3. 25.

한국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일본 WBC대표팀으로 출전한 스즈키 이치로 (鈴木一朗, Suzuki Ichiro)입니다.

 

저는 일본인 중에서도
과거의 한국과 일본의 역사관계를 어느정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류입니다.

또한, 제1회 WBC내지는  제2회 WBC 전후에 한 저의 발언을 두고
한국민들의 심정이 매우 불편하셨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제1회대회나 이번에  벌어진 제2회 WBC경기에서
유독 많이 저희 나라 팀과
사생결단으로 맞붙은 게임과 한국팀에 대해 느낀점이 많아서,
차제에 몇마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3년 전, 제1회 WBC를 앞두고,

"(한국팀으로 하여금) '앞으로 30년은 일본에 손대지 말아야겠다(손 댈 수 없게끔)'라고 느끼도록 이기고 싶다"

 

라고 저가 발언한 바 있습니다.  망언이니, 뭐니 말들이 많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해서, 분기 탱천하신 한국민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당시 한국팀이 분전하게 된 하나의 동기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베이징 올림픽까지 이어져,
저희나라를 꺽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보고,
저 자신 당시 그 발언을 하고 나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그런 때에,
30년정도는 우릴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한국에게
그렇게 개피를 당하고는,
이럴 때 저의 선조들은 배를 갈라 자신을 응징하는 풍습이 있읍니다만,
저도 나 자신을 응징하고 싶은 유혹에 견딜 수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나고 보면, 한국팀들도 충분히 재능있다는 것을 망각한 저의 불찰이였고,
저희의 자만과 편견의 결과가
주책스럽게도 저의 주둥아리의 놀림으로 표출된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4,000여개의 고등학교팀이 기반을 이루는 저희나라에 비해,
고작 50개정도의 고등학교 기반밖에 없는 나라에서
그 정도로 휼륭한 선수들이 배출될 수 있으리라고는,
그 정도 성적을 올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였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군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차이나 고사가 있지 않습니까? 
저의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 봐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려 봅니다.
 
고작 그런 배경의 나라가, 비록 단기전이라 하드라도.
일부 특출한 선수가 배출되는 정도가 아니라, 
팀전체의 수준이,  저희 나라수준을 꺾고 그 이상으로 올라선다는 것은
저희 짧은 경험으로 봐서, 아마도 30년 정도의 구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 것이지요.

그런 표현이, 좀 건방지게 들렸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번 제2회 WBC전에서도 한국은 이른바 위대한 도전에, 거의 성공한 셈입니다.

우승에 버금가는 준우승이라면, 충분히 위대한 결과를 얻었다 자부해도
하등 이상할 것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저희 팀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 였고,
한국과의 결승에 패한다면,
70년이 넘는 야구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것은 기본이고,
4,000여개가 넘는 고등학교 야구싹들에 안길 실망감,
1억이 훨씬 넘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낭패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떨립니다.

 

한국팀은,
저 뿐만아니라,
저희팀의 오금을 떨게 하고, 이를 악물게 한 것입니다.
저희팀 전체의 오금을 떨게하는 데, 충분한 도전자였습니다.

 

아마 이번에 마지막 결승에서 한국의 도전을 뿌리치지 못했다면,
우리 선조들이 해온 것처럼, 저 자신을 응징하는 데,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 만큼 한국의 도전은 대단한 도전이였습니다.

 

한국감독의 말씀처럼 위대한 도전이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팀은 WBC에서 한국팀의 겁없는 도전에 혼쭐이 나고서,
베이찡에서 개피를 본 후, 저희 팀들은 철치부심을 했지요.

원래, 스포츠에는 '재능있고, 배고픈 선수', '재능있고 배부른 선수'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재능있고 배고픈 선수들'은 수이 분기탱천하고, 이들이 분기 탱천 할 경우에는 실력이상, 기대이상의 성적을 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지요.

 

하지만, 이들의 약점은
그래서 얻은 결과로 인하여 알게 모르게 과신하고 자만이 싹튼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다음번에는 실망스런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반면에, '재능있고, 배부른 선수'들은 수이 분기 탱천하지 않는 법이지요, 여유가 그많큼 있다고나 할까?

MLB에서 고액의 년봉자들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배부른 여유를 수이 포기하지 않습니다.
'재능있고 배부른 선수'들이야 말로 철저한 프로들, MLB출신들이 그런 부류들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들이 분기탱천할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들이 유지하고 있는 그 부를 희생당할 계기가 오면 그들은 나설겝니다.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이런 경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네들이 분기탱천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할 것입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자기실력을 100%발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네들은 작은 명예보다는 큰 부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네들에게는 WBC우승, 국가의 자존심정도는 작은 명예일 뿐입니다.

그런 게임에서의 승패는 자기들의 부를 희생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햇으니까요.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들이  몸관리를 잘 하여 리그에 돌아가서 적응을 잘하면,
부와 명예, 돈방석이 기다리고 있는 데,
그 걸마다하고, 그 길에 도움이 별로 크지 않는 일에
분기탱천의 기백이 살아 날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그래서, 미국이나,베네주엘라, 멕시코의 MLB선수출신 선수들은,
메인리그를 대비해, 워밍업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여유와 배짱으로
준비가 덜된 몸으로, WBC에 임한다는 것이지요.

 

저도 물론 고액의 MLB연봉자 중 하나이지만, 저의 경우가 그네들과 다른 것입니다.

 

우리가 비록 우승을 했지만,
우리팀이 나를 포함 고액의 MLB출신이 몇몇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그네들에 대한 컴플렉스도 있고,
아시아의 대표라는 자존심도 당연히 유지하고 싶어하는 데,
이를 부단히, 무너뜨릴려고 하는 세력이 상존하고,
아닌게 아니라, 한눈 팔면 무너지는 경우를 여러번 당하곤 하다보니,
'재능있고 배부른 선수'들인 우리들이 분기탱천한 경우지요

 

한국이 우리들을 꺽고 두번이나 마운드에 태극기를 꼽는 것을 보고,
한국선수들은 우승 세레모니 이벤트라 쉽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저희나라가 선이든 악이든,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아시아를 지배하려들었던 그런 패기와 오기로 뭉쳐있는 나라였고,
그런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뭉쳐져 있던 후손들인 우리에게
엄청난 모멸감을 준 것은 사실이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드래도,

'두번 다시 그런일이 없도록하겠다' 고 독기를 품었지요

 

'재능있고 배부른 선수'들이 분기탱천하면 더더욱 무섭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 저 개인적으로는 무었보다도 큰 소득이라 하겠군요

 

한국과의 첫게임은 베이징올림픽에 자존심을 구긴 '재능있고 배부른 선수' 축에 끼는 우리들이
분기탱천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결과였지요.

 

첫게임에서 압승을 한 우리는  다시 '재능있고 배부른 선수들'의 여유로 돌아가고,
그 댓가로 그 때 개망신을 당한 '재능있고 배고픈 선수들의 분기탱천 기세'에 아시다 시피,
어영부영하다가, 두번째, 세번째 게임을 망쳤지요.
한국국기에 마운드를 점령당하는 엄청난 모멸감을 받았다 그말입니다.

 

그후게임에서는 이번에는 꺼꾸로
'재능있고 배고픈 한국선수'들의 분기탱천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여유를 부리는 기분이 감지 됩디다.

 

저는 느꼈지요.
이 기세라면은 저 '재능있고 배부른 MLB출신'들을 꺾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마지막 결승에 한국이 올라와서는 그 기세가  더욱 누그러뜨려져서,
한국팀입장에서는 첫점을 내준 고 먼가하는 선수의 실책에서 보듯이,
기세가 이전의 두번과 같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껴지데요.
 
우리는 미미하지만, 어떤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승리과실은  우리의 몫이 되리라고.

 

하지만, 이번에 또 저가 오판을 할 뻔했습니다.

'재능있고 배고픈 한국팀의 기세'는 순식간에 우리와 만나면,
우리팀의 여유로움을 비집고, 무섭게 솟구칠 수도 있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 것입니다..

하마트면, 9회말에 역전을 당할 번했습니다.

잠시의 방심이 천추의 화를 부를뻔 한 것이지요.

이번에 한국팀이 결승전에 패한 이유 또 하나는
'재능있고 배부른 저희팀'이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분기탱천을 격발시키도록 한 작전 덕분이였습니다.

.

마운드에서 펄럭이는 한국의 국기를 보고,
속이 뒤집어져 있는 데,
결승전인 그런 중요한 게임에
이전 게임에 저희를 몰아세웠던 그 선발을 세번이나 내세울 수 있습니까?
배짱하나는 대단하데요.
 
봉 뭔가하는 선발투수한 테, 그 한 선수한테,
아무리 우리팀이 두번이나 호락호락하게 당하였다하지만,
우리도 오기가 있는 데, 우리도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고,
사무라이 정신이 아직은 살아있다 자부하고 있는 데,
세번이나 그 선수를 선발로 내보란 듯이 내세우니,

우린들 전체의 존심이 아니 상하겠어요?

아무리 배가 부른들, 그정도로 호락호락보였다면,
여유를 넘고넘어 분기탱천이 지배하게 되지요.

결과적으로 연장전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저 나름 결론을 정리하여보면,

 

한국팀은, 마지막 게임에서,
'재주는 있어나, 배고픈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여유로워진 분위기'로 
조그씩 방심하게 되고,
세번이나 똑같은 선발을 내세워 내봐란 듯이 우리를 무시한 것 때문에
우리의 기세가 분기탱천하게 한 것이 빌미가 되어,

위대한 도전이 미완성의 결과로 멈추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감탄하건데,
한국팀의  재주, 그 기세는 무서웠습니다.

 

비록 MLB출신이라하지만, '재주는 있으나 여유를 부리는 팀' 들과의 게임이라면은
한국팀이 이들을 꺽고 우승을 넘보기에 하등의 부족한 점이 없는 팀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우리를 자극하지 않고, 우리를 깔보고 무시하여 우리의 저 마음의 저변에 있는 분기탱천의
기세를 격발시키지 않는 한, 우리도 결코 자신할 수 없는 그런 실력이였습니다.

 

저 베네주엘라나 미국,멕시코 선수들은 재능있고 재주있습니다만,
WBC나 올림픽에 올인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마음이야, 나라의 대표로서 자세는 있겠지만, 알게 모르게 MLB라고 그들이 노는 세상이 넓고, 크니,
그동네 생활속에  돈독이 올라 마비가 된 그 마음가짐이 어지간한 게기로 격발되기는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네들도 느꼇을 겁니다. 재능있는 아시아의 선수들이 분기탱천하여 덤빈다면,
그덩치값만으로는 결코 당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의 결과를 보고, 세계의 여론도, 그들의 명성에 거품이 끼여 잇다는 것,

거기에 상응하게 그들의 부를 희생하도록 할 조짐이 보입니다.

그리되면,  다음번엔 아마도 다를겝니다.

 

우리가 1라운드에서 한국팀에 모멸감을 주고 그후로 느슨히
대응하다, 마운드를 태극기에 점령당하는 수모를 겪었듯이,

그후로, 우리를 호락호락 쉽게 생각하다,
이른바 위대한 도전을 멈출수 밖에 없었던 한국팀처럼,

 

우리가 독기를 품고, 덤비듯이, 그네들이 독기를 품고 듬빈다면,
우리들이 상대하기에 이번처럼,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저는 이번을 끝으로 다음번  올림픽이나  WBC에는 나올 수 있는 나이가 아니겠지요?

 

나를 천방지축 건방지게 날뛰도록 빌미를 제공하고,
한편으로는 나에게 배를 가르고 싶은 심정이 들도록 모멸감을 안겨도 주기도하고,
나로 하여금 철이 들고, 사람이 되는 계기를 안겨준

제1회 WBC,베이징올림픽, 이번의 제2회WBC 게임,
그 때마다 상대팀이였던, 한국팀을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어쨋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겠지요?

다음번에는,

한국팀이

쉽지는 않겠지만,
언제나 한점의 방심과 빈틈도 없이,
저희 일본팀도 깔아뭉개고,
저 덩치만 컸지 물같은 MLB출신들,
그들이 진정으로 깨어났을 때마저도 꺽고,

 

진정으로 세계의 패자가 되는 것을 상상해 봅니다..

그런 패자가 한국이 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군요

 



일본국 스즈키 이치로 (鈴木一朗, Suzuki Ichiro)로 부터?

'수상잡록 > 수상록.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작, 궁극적 시작  (0) 2009.03.29
남의집 무단침입 미수죄(?)  (0) 2009.03.27
아인시타인의 예언  (0) 2009.03.18
김현희_드디어 입을 열다  (0) 2009.03.11
秋夜閒月  (0) 2009.03.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