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어둠을 가리는 장막일까?
어둠이
빛을 가리는 장막일까?
이번의 장마비는 끝났을까?
이 때쯤,
산골에 밤이 들면, 에어컨이 작동한다
산등성이를 넘어오며 열기를 떨쳐낸
자연, 천연의 에어컨이다
이 때가 되면
우리 노부부는 매일 어김없이
잔뜩 재낀, 비치의자에 누워
낮동안 고생한 전신에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샤워를 하며
초롱초롱별들을 헤어보기도 한다
매월 한번 정도 우리집에 와서
훌라를 즐기던 前會社 OB들이 사다준 비치체어
한여름 비치 파라솔밑에서
제 역활을 해야할 것이,
우리집 마당에서, 여름 밤마다
우리 노부부의 등쌀에 시달리는 것이다
문득 별하나
떨어져 눈앞으로 다가오며 어른거린다.
춤을 추는 것 같다
오늘 밤처럼
장마 뒷끝이라
더욱 청량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일 때 나타나는
'춤추는 별'
이런 산골에도
좀 체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 별이다
별을 닮아
나는 ‘춤추는 별’ 이라 불렀다
‘반디불이’
오래간만에 찾아온 반디불이
날 놀리듯 눈앞에서 춤을 추다,
어느 새 허공으로 날아간다
핸폰을 빛의 속도로 집어 들고
찰깍,찰깍...
반디불이 날아가는 밤하늘을 향해
허겁지겁 셔터를 눌렀다
별하나, 별둘, 별셋...
춤추던 별인지,
하늘에 빤짝이는 별인지
구분이 안된다
구분할 필요도 없다
반디불이 발광이
사진으로 찍기에는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찍힌 별들…
이 별이 저 별인들
저 별이 이 별인들
이별, 저별, '춤추는 별'이
얽힌들 어떠리
어두운 밤
방안에 빛이 들어오면
방안 주변을 밝게 하지만,
창문 바캍의 세상은 더욱 어두어진다.
날이 밝아오면
가까운 대지와 하늘은 밝아지지만
대신에,
초롱한 별들도, 은하들의 모습,
우주(宇宙) 의 모습은 사라진다
시야에서 사라진다
빛의 장막이 이 땅을 덮어 씌운 탓이다
사람들은
어둠의 장막이 대지를 덮어
밤이 온다고 하나
빛의 장막이 거두어진
저 어두운 하늘을
고개를 들어 바라보라
비로소
광대한 우주,
수많은 별과 은하들
심우주(深宇宙) 본래의 모습이 들어 난다.
거기에는 어둠의 장막은 없다.
빛만이 장막일 뿐이다
빛은 세상을 밝히지만,
심우주를 가리는 장막이기도 한 것이다
빛의 장막이 걷히면
비로소
심우주는 내 앞에 모습을 들어낸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속삭이듯 다가온다
'춤추는 별' 처럼 다가온다
빛의 장막이 걷히면
내 일상은
아름다운
꿈속이 된다.
2022. 7.5
靑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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