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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씰데없는 소리하고 있네.

by 靑野(청야) 2021. 8. 11.

“내 죽고나모, 마.. 묻어도 좋고 뿌려도 상관없따. 

너거들 편한대로 조치해 다고-”

서토같은 경우는 자식을 비롯, 남아있는 자들에게 

뚜렷히 남겨준 족적이나 반추할만한 추억이 별반 없으니 

그들이 죽은 나를 발로 차서 굴리건, 태워서 강물에 뿌리건 

그 어떠한 바램이나 이기심을 전할 자격이 부실한 사람이지만 

옥자의 경우는 저와는 많이 다르다 하겠습니다.

특히 빈이의 경우 어릴때부터 늦둥이로 

아버지 혼자서 큰 사랑으로 키워온 자식 아니겠습니까. 

그 정황상 아버지의 사랑과 정신을 많이 이어받은 인물이라 하겠지요.

따라서 최소 빈이가  마음이 내키면 언제라도 다가와서 

돌아가신 아버님과 무언의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고저녘한 장소가 마련될 수 있다면 더 좋지않을까 합니다.
마치 서토가 때로 시골의 아버님 묘소로 발길을 돌리듯.. 

신앙인들에게 메카가 존재하듯 말이지요.

빈이에게 그런 선택권마저 박탈하는 일은.. 

암만 생각해봐도 너무 이기적인듯 하군요.
더군다나 곧 죽을 자가  말임미다.^^

 

내가 보내준  '어느공동묘지에서의 아침' 을 읽고

이처럼 서토거사가 심한(?) 나무람을 전해왔다.

그래서 내가 서토거사에게 변명비슷 답글을 보냈다

 

15년전의 내글에 서토거사가 깊이(?) 반응하고, 

깨달음이 촉발되는 것 같아서 즈윽한 감동이 일고 있슴미다. 

 

하지만,

석가가 예쁜 마누라가 미워서

마누라를 내팽개치고 출가를  했겠습니까?
깨달음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현실의 집착에 머물면 그 깨달음마저 얻지 못하겠지요?
내가 그리 유언글을 남겨도 먼후일, 우리 빈이가

 

 "아빠는 돌아갈때도, 잘랑척하네, 아빠 말대로 안해, 엄마옆에 묻을거야" 

할 것을 알기 때문에 유언이나마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펴본 것입니다

지금 읽어보니  아즉도 글쓸 때  그 마음이 변치않고 있음이라...

 

지금도 언뜻언틋 마음의 갈등이 있는 것이, 
나의 전 마누라가 받아줄지 모르지만,

 

전 마누라가 묻힌 곳 옆에, 내가 묻힐 자리가 있고, 
지금의 마누라는 저거 전 남편 묻힌 곳 옆에 묻힐 자리가 있으니,  

 

지금의 할매가 돌아가시면

할매의 전 남편 옆자리로 가게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먼저 가서 내 전부인 옆에 묻히면,

지금의 우리 할매는?

공중에 붕 뜨지 않겠습니까? 

 

그리되마

자식들이 알아서 전남편 옆에 묻어주겠지만,

얼마를 더 정들게 살았느냐에 따라

우리할매가 갈등하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니면,

 

그건 내 부질없는 감상이고

내가 젙에 살아 있으마, 답하기 곤란하던 차에,

할배가 먼저 가삤으니

마음편히 나하고 '빠이빠이'하고 

"전 남편묻힌 곧에 묻힐란다" 할란가?

 

어느날 

이런저런 이바구끝에 슬그머니,

 

"할매야, 아무래도 니가 먼저 돌아가면, 전 남편한테 묻어줄께, 
나가 먼저 돌아가모 , 

우짤래, 새로 우리둘이 보금자리 분양받아두었다가 그리로 갈까? 

아니모 산에 들에 뿌려뿔래? 

 

나는  화장해서 산에 들에 뿌려뿌라 하고 시픈데,

당신도 따라오던지, 전 남편옆에 묻히던지,

어느 쪽?"

하니,

"씰데없는 소리 하고 있네, 

밥이나 묵어라"

아아들이 알아서 할낀데, 

그야말로 씰데없는 소리일지도 모르지요

 

어영부영, 한 쿠사리 얻어먹고 그날은 넘어갔지만

그 숙제는 내 마음속에 미제로 남아있다.

 

전 할매랑 27년을 같이 살았고,

지금할매는 전 남편과 10여년 살고

나와는 4~5년정도 살고 있으니

 

두사람 밑에 자식들이 없으마, 

'저동네 가서도 우리 둘이 살자' 하고

언약(?) 할 수 있겠지만,

 

각자 밑에 자식들이 있으니

그들이 알아서 할까? 

그러기에는 무책임할 것 같다.

 

생각난 김에 

"씰데없는 소리"가 

"씰데없는 소리"가 아니 되도록

정리를 해두어야겠다.

 

* http://chsjinok.egloos.com/1075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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