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투스트라가 나이 서른이 되었을 때,
고향과 고향의 호수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정신과 고독을 즐기며
십 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살았다.
하지만 마침내 그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다.
어느 날 아침 동이 트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양 앞으로 걸어 나가
태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너, 위대한 별이여!
네가 아무리 빛을 비추어 준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존재인 내가 없었다면
너의 행복은 무엇이겠는가? "
보라!
나는 너무도 많은 꿀을 모은 벌처럼
나의 지혜에 지쳤다.
그러므로 이제는 나에게 손 내미는 자들이 있었으면 한다.
나는 이 지혜를 베풀어 주고 나누어 주려고 한다.
인간들 가운데서 현명한 자들이
다시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기뻐하고
가난한 자들이
다시 자신들의 넉넉함을 기뻐할 때까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기차는 열심히 달린다
고객들은 이 땅에 때어난 모든 이들이다.
출발지점은 탄생역이다
쉬임없이 열차는 출발하고 출발한다
생명들이 저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天上天下唯我獨尊]',
자신의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다
인생은 誕生역을 벗어나서,
유아(乳兒)역을 지나면서 걸음마를 시작하고
하늘과 땅의 구분이 혼돈스러운 시기를 지나
홀로서기를 하는 청춘역을 거처
어영부영하다 문득 하늘을 보면
태양은 서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는 때쯤
노자역(老子驛)에 이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행로의 열차다,
길다면 긴 열차의 행로다
노자역에 들어가는 개찰구 입구 오른쪽 편이점에는 ,
온갖 노년 생활을 위한 필수품들을 판다.
노년의 세상이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한다.
곧 비우고 떠날 것이면서 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년의 땅은 축복의 땅이 아니라
고통의 땅이 된다
노자역 앞 편이점에서 파는 물건중에는
눈에 띄는 것이 상선약수(上善若水)이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긴 여정을 견딜려면
누구나 상선약수(?) 얼마쯤 사들고 입에 우물거리며
들어가는 것이 좋다
노년에 물과 같은 유연함을 유지할려면
물을 닮아야 하는 것이다
모두들 노자역사(老子驛舍)에 옹기종기 모여
지나온 행로를 반추하고
애써 서둘고 싶지는 않지만,
가야할 길이기에 개표를 해야 한다.
마침내, 노자역을 떠나는 표를 사서
기차에 오른다.
기차는 노자역을 끝으로 이승의 역들은 끝나고,
저승으로 들어가서
천당역과 연옥역, 지옥역까지
달려가며 승객들을 싫어 나른다.
0시00분 탄생역을 출발한 열차가
어둑어둑해지면, 노자역을 지나
그날 인생의 시계가 밤12시경에 이르러
이승의 마지막 다리를 지나 저승으로 들어서
다음날 새벽, 마침내 지옥역까지 달려간다.
탄생역을 빠져 나올 때는 모두 빈 손으로
空手來(공수래)한 자들이였지만
이승의 역들을 지날 때마다 뭔가 긁어 모은 것이 많아
가볍게 空手去(공수거)하지 못한다
가뿐히 천당역에 내리질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승에서 유달리 부정하게 많이 챙겨 묵은 자들은
더더욱, 종점인 지옥역까지 끝까지 가야 한다
마침내
지나온 저승에서 닭 울음 소리 들려올 때쯤이면
지옥역을 끝으로
이승-저승 운행열차의 긴 행로를 마감한다.
여태까지는
천당역에서 대부분 내려 버리고
연옥역과 지옥역에서 내리는 이는 몇 안되었는 데,
언제부턴가 부쩍 천당역에서 내리는 이가 줄고
연옥역, 지옥역 손님이 많아진다.
최근의 일이다
저승에서 바라보는 이승의 사정이
무척이나 좋지 않나 보다.
아니면 긁어 모아 짊어지고 갈 것이 많아
차마 버리질 못하는 것일까?
버릴 수 없는 업보일까?.
왜 그럴까? 왜 그렇게 변해갈까?
귀신도 곡할 세태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어디에 지혜를 나누어 주었나?
그는 아마 쓸데없는 망상에서 해매나 보다.
진정한 노년의 깨달음에는
지혜마저 불필요하다는 것을 모르고
스스로의 지혜에 지쳤다 한다.
지혜와 지혜 아님을 구분한다면
이미 그것은 진정한 지혜가 아니다.
짜라투스트라는 초인이 아니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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