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청야원(靑野園)의 깊은 밤
<문복산 위애서 세상을 굽어보는 산내의 달>
산속(山內)의 겨울 밤은 적막하기만 하다.
밤의 적막을 부추기는 듯이,
하늘에서 별들만이 소리없이 아우성이다.
어둠을 밟고 뜰에 서성이니
하늘도 땅도 나도 어둠과 하나 된듯
모두가 원래 어둠이였는 듯,
어둠의 그림자이였는 듯
일체가 어둠에 잠기다
일체가 적막에 잠기다
적막을 깨부수고 싶은 마음의 작용이 일어난다.
하지만, 내마음의 작용은
적막의 하늘에 피어나는 밤안개일 뿐이다.
하늘은 밤안개에 젖지 않는다
어둠을 깨부수어도, 어둠 뿐이다
無(무)는 깨어져도 無일 뿐이다.
하지만,
無가 없다면 有(유)도 없는 것이다
無가 있다면 有도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 어둠도, 이 적막도 영원하겠는가?
어둠 너머 밝음이 있고
밝음 너머 어둠이 있다
밝음을 맞이하려면, 어둠을 넘어야 한다.
이 겨울밤의 적막너머
소란스런 생명의 기운이 피어날 것이다.
산새소리, 풀벌레 소리,
모든 생명이 탄생하는 봄의 기운이...
봄이 오고 있다.
저 깊은 적막속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젊음을 넘어 늙음이 있다
하지만, 늙음을 넘어 젊음이 있겠는가?
시간은 미래로만 흐를 뿐이다
나와 어둠은 밤안개에 젖으며
밤의 적막에 속에 잠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밤의 적막에 잠기는가?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이밤의 적막을 즐기는가?
밤안개에 젖지 않을려면 모름지기,
하늘이 되는 수밖에 없다
2017년 2월1일 밤
靑野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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