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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산을 물로보지마라3

12. 心心心難可尋(심심심난가심)

by 靑野(청야) 2020. 11. 5.

 

12. 心心心難可尋(심심심난가심)

 

‘마음이여, 마음이여, 마음이여, 종잡을 수 없도다’

 

세상에 거울이 없다면
당신은 당신의 눈을 볼 수 있겠느냐?
그렇지만, 당신의 눈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신의 눈을 본다

당신이 볼 수 없는 당신의 눈으로,
그 조그마한 눈으로 당신은 세상을,
저 넓은 세상을 다 본다
그러니 당신은 눈이 없다 할 수 없다

당신의 행동이 없다면,
당신의 마음을 엿볼 수 없다.
'
행동은 마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신의 마음은 존재한다

당신의 행동이 분주하니,
당신의 마음은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당신이 볼 수 없다고, 당신의 마음이 없겠느냐?
그렇다면, 어디에? 어디에 있느냐, 당신 마음은?

당신의 육신속에?
천지에 비하면 티끌같은 육신, 그속에 갖혀 있겠느냐?
아니면 이 우주속에?

心心心難可尋(심심심난가심)
寬時偏法界(관시편법계)
窄也不容鍼(착야불용침)

'
마음마음마음이여, 종잡을 수 없도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 다 뿜을 듯하고
좁아질 땐 침하나 꽂을 틈이 없구나'

달마대사의
禪門撮要(선문촬요)에 나오는 글이다.

'
마음은 좁은 의미로서, 육신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
지각능력을 중심으로 인식되는 개념이기도 하고,
넓은 의미로서 우주와 일치시키는 유심론적(
唯心論的) 세계관의 개념이기도 하다'
(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
唯心論 : 우주의 본체를 정신적인 것으로 보며 물질적 현상도
정신적인 것의 발현이라는 이론

'
梵我一如(범아일여)'

작은 눈이 저 넓은 세상을 보듯
작은 눈속에 저 넓은 세상모습을 담듯

'
세상과 나는 하나'
세상과 하나되는 것,

육신은 세상의 티끌같은 일부일 뿐이니
유심론(
唯心論)적 관점으로 '범아일여' 당신 마음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세상과 하나되는 그 마음속에
당신은 무엇을 담고 있느냐?
무엇인가 담고 있는 그 마음은 무엇이냐?

천지만물을 담고 있으면
그 마음은 이 세상이고, 이 우주이다.

똥물을 담고 있으면
그 마음은 변기그릇에 불과할 것이다

마음이 이 세상이라면,
육신이 사라지더라도,
마음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천지만물의
本然 우주로 돌아갈 것이다.

말은 겉으로 드러나는 생각의 조각이다.
생각이 담기지 않은 것은 소리, 말소리일 뿐이다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꺼집어 내는 말들을 보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듯하다.

'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은 존재한다'

라고 데카르트는 말한다.

생각하는 것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존재의 필요충분조건임을 말한다

그러니, 똥물을 생각해도 생각하기만 하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만으로 모든 것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란 말씀이다.
당신앞에 바위덩어리가 존재하지만 그것이 생각하지 않는 존재이듯이

그렇다면, 생각은 어디서 오는가?
두뇌의 작용인가? 마음의 작용인가?

데카르트 가라사대,

'
나는 나 자신에서 유래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것에서 유래하고, 다른 것에 의해 지탱되어야 한다.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내 안의 모든 것을,
적어도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크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생각하는 존재이므로, 나를 가능케 하는 자도 생각하는 존재여야 한다.
내 안에
()의 관념이 있으므로,
나의 존재를 가능케 하고 지탱해 주는 것도,
관념 안에 있는 모든 완전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 완전성을 가진 것은 밖에 없다.
그러므로
存在한다.'

내가 보건데,


'
나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가 반드시 생각하는 존재이어야 한다는 것',
'
나를 지탱해주는 것이, 신의 관념안에 있는 모든 완전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
'
완전성을 가진 것은 신밖에 없다'

데카르트의 전제가 성립한다는 전제로
데카르트의 명제도 성립한다.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전제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받아드린다.
그러므로, 데카르트의 명제 또한 혼쾌히 받아드리지 못한다.

'
無所不在 無時不在(무소부재 무시부재)'

인간이
(), ...을 설명할 때, 굳이 사용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이것은 특정한 실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서 어느 때나 먼지 같은 작음속에 존재하기도 하고,
대자연 그 자체이기도 하다는, 세상만물이 존재하게 하는 원리로,

이를테면 우주원리라 할 것이다. .

데카르트가 그것을 '
'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그의 전제도 명제도 굳이 이해 못하고, 동의 못할 바는 아니다

우주원리, 그 원리가 자아속에 깃든 것이 마음,
그 마음이 없다면, 마음의 작용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이 없는 존재이며, 존재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존재하는 한 작용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마음의 작용이 바르게 일어나면, 바르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똥물을 생각하면 당신의 마음이 그렇게 작용한 것이고
당신의 마음속에 담기는 것은 똥물일 뿐이다.

당신이 눈을 감는다 하여
세상이 보이지 않지만, 세상이 없어지지 않듯이
당신이 눈을 뜨면, 세상모습을 다시 보듯이

생각이 한결같이는 일어나지 않을 지라도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면, 당신은 생각하고,
그러므로 존재하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의 작용
그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는
한 순간의 시간이기도 하고 온 공간이기도 하는

그 세상이 당신 마음이다.
그 세상의 크기가 당신의 마음의 크기이다.
마음씨는 그 마음의 모습이다.
천지만물을 담고 있는 그 마음씨는 이 세상의 모습이다

향기를 머금고 있으면
그 마음씨는 봄의 정원같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밭의 모습이다.
똥물을 담고 있는 마음씨는 변기그릇 모습이리라

당신의 마음씨가
아름답고 선한 생각으로 아름다운 물결이 되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2015 0317

靑野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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