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면 등산, 일요일이면 낚시, 녀석이 나에게 요구한 일정표다.
하루이틀 등산을 데리고 다니면서 얼마나 칭찬을 해댔던지, 토요일이면 등산가잔다. 또 딱한번 낚시털 데리고 갔었는 데, 흥미가 있었던지. 일요일이면 낚시가자고 주중에 수차다짐이다. 낚시터 임대료만 2만8천원 근 3만원, 뭉치돈(?)이 들어가는 사정을 녀석이 알리 없지.
엊그제 토.일요일자정부터 새벽녘에 걸쳐서 한국팀을 포함한 관심있는 월드컵 예선이 집중적으로 열리는 날이라, 녀석을 꼬셔서 아파트단지 부근 놀이터에서 간단히 떼울 요량인 데,
"나, 열나고 많이 아프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지가 열나고 아프다고 떠들고 돌아다닌다. '
"어! 그럼 빈이 등산 못가겠네? "아빠로 부터 이말을 듣고 싶어 '등산가기싫다'라고 직설적으로는 이바구 못하고 수를 부린거다. 녀석의 수단이 보통이 아니다. 그 정도는 넘겨집고 수를 부릴 줄 안다. 아무리 애라도 지가 철석같이 약속한 '토요일 등산' 일정을 깨어버리려니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모양.
그날은 어영부영 떼웠는 데, 그 다음날도 녀석이 나다니기를 싫어한다. 낚시대신에 그 동안 애용하던 금정체육공원에가서 경륜구경도 하고, 엄마몰래 비밀리 아이스크림도 사먹자고 운을 떼봐도 싫다하네. 이럴 때 억지로 끌고 나가면, 꼭 탈이 났다. 귀가 아픈다든지, 코피가 터지든지...녀석의 컨디션이 안좋기는 안좋은 모양하지만, 겉으로야 멀쩡한데....
무슨 속셈일까? 테레비 보고 싶어그러나? 나도 피곤한 김에, 저녁에 봐야할 월드컵예선전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녀석의 희망대로 TV의 어린이 프로를 보게 했는 데, 몇시간 녀석이 푹 빠지는 게, 이게 아니다 싶어서, 꼬시고 달래고, 겁도주고 하여 아파트 구석의 놀이터로 끌고 나왔다. '모자를 눌러 써서 햇볕을 가려야지, 그러지 않으면 토고 선수들 처럼 깜둥이 된다'하여 그렇게 싫어하는 모자도 쒸우고 놀이터 모래밭에서 모래놀이도하고 그네도 타는 동안 난 등나무 그늘에서 준비해간 책을 읽었지.
녀석이 언제부턴가 스스로 그네를 탈 수 있게 되었나 보다. 요 몇주일 동안 놀이터 그네에서 논 기억이 없어 잘 모르는 데, , 녀석이 스스로 그네를 타는 것을 터득한 모양. 이전처럼 밀어주는 수고가 없으니 한결 수월하다.조금있다, 유치원 같은반 여자애가와서 놀다가 가버린다.
"왜 같이 않놀지? 동주는 빈이 안좋아하나봐?" 내가 넌즈시 놀이동무를 붙잡지 않은 녀석에게 한마디 건냈더니,
"나 동주 안좋아 한다"
"그럼 누구 좋아하는 데?" 조금 진도를 빼보았다.
"나는 ***, *** 좋아한다"
들어보니 사내애들이다. 아마도 또래 개구장이들이리라.
"여자애들은 안좋아해? 약간 장난끼가 발동해서 물어보니,
"응, 여자애들 안좋아한다. 하지만, 여자애들이 나를 좋아한다"
"누군데?"
"아무게, 아무개다. 개들이 나보고 크면 결혼하자한다"
몇년전에 선교원에 다닐 때, 여자애들이 다투어 녀석을 좋아해서 3각관계의 스캔들(?)이 있었다.
"우리 결혼 할거에요" 하면서 선생들 앞에서 제법 진지한 뽀뽀도 태연히 해댄다고, 선교원 선생들과 남.여애들 집안 어른들을 웃기고 걱정(?)스럽게 한 일이 있었다.
지금은 일곱살 그 때보단 2~3살 더 자랐고, 그만큼 사리분별도 Up되었다. 다니는 곳도 다른 유치원, 하지만,여전히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있나보다. 세태가 그런지, 가문에 없는 일이 어린 녀석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게 무슨 조화랴? 어린 애들 소꿉장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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