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녀석이 낚시대를 사달라고 조른 기억이 난다. 낚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낚시기술이 뭔지도 모르면서 낚시대를 사달라고 조르기에. 녀석의 이런 떼거지를 피하고 관심을 돌린다고 혼이 난적이 있다, 내가 녀석용 블로그에 모아둔 게임중에 낚시하던 것이 기억이 나는 데, 녀석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직접 낚시를 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은 게지 아니면 지들 또래가 아빠랑 다녀온 이야기를 들엇을 수도. 좀체 사그러 들지 않는 녀석의 황당호기심을 용케 억눌렀는 데, 허지만 속으로 틈만나면, 주변을 다니다가 낚시터가 있으면 눈여겨 봐 뒀다. '언젠가는 녀석을 데리고 낚시 경험을 시켜야지, 녀석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줘야지' 하면서.
낚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낚시 하니, 나역시, 아주 어린나이, 그러니까 그 녀석 만할 때, 아빠나, 형아가 만들어 줫을 대나무가지 낙싯대로 지렁이를 미끼로해서, 민물고기 낚을려고, 개천에서 용을 쓰고 심취했던 기역이 어렴풋이 난다.
빤히 들여다 보이는 물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기 떼들 틈으로 살짜기 낚시바늘을 드리우면, 고기 녀석들이 먹이를 쪼아대는 것을 보는 즐거움, 그 중에 멍충한(?) 녀석이 낚시바늘에 걸리는 것을 보는 즐거움, 낚시대에 전해지는 고기의 몸부림치는 힘, 고기를 끄집어 내어 손으로 만져지는 미끌한 감촉, 파닥거리는 고기를 잡아서 물통에 넣을 때의 그 짜릿함 감촉, 오랫 햇볕에 관리를 잘못해서 죽어버린 고기를 보고 안타깝고 안스러 했던 감정하며, 고기를 방생하면서 "잘살아라, 이제는 멍충하게 낚시에 걸리지 마라" 하고 타일렸던 그 어린 시절의 소회가 죽어버린 화톳불이 작은 불씨로 되살아 나듯이 그렇게 새록새록 살아난다.
때가 왔다. 2006년 6월6일 현충일, 지 누나가 중간고사인데, 아침부터 지누나 방에서 장난을 치나부다. 지 누나의 고성이 새어나온다.
이번에도 안되겠다 싶어, "빈아, 우리 낚시가까?" 그동안 눈여겨 봐두었던 울산광역시와 양산시 겡계지역인 웅촌면 어딘가의 저수지 낙시터 생각을 떠올린 거다. 며칠전 초행등산길을 데리고 간이유는 다 목적이였지만, 그 중 하나가 지 누나 시험공부 방해안되게 하는 거였는 데, 오늘도 역시 그런 이유로 녀석을 꼬셨다. 낚시가 무언지도 모르는 녀석이 게임에 나오는 간접 경험한 호기심으로 당연히 따라 나셨다. 이번에는 등산때의 실수를 안할려고, 김밥, 음료수를 충분히 준비하여 눈여겨 봐둔 낚시터로 간 게지.
사실 나도, 현대식(?) 낚시대로 고기낚이를 해본 경험이 없다, 낚시대를 세팅하는 방법, 미끼를 주물리는 방법, 낚시를 멀리 던지는 방법등을 낚시터 관리인에게 배워서 그대로 했는 데, 문제는 고기가 미끼를 건들릴 때 낙아채는 타이밍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녀석과 둘이서 떡밥을 맹글어 낚시바늘에 뭉쳐 붙여서, 겨우겨우 숙달한 방법으로 멀리 던지는 데, 녀석이 자기가 던지겠단다. 낚시대도 잘 못드는 녀석이 지가 던지겠다니! 몇번을 시도하게 놔 두었더니,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지 아비를 낚을려 한다. 지도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던지기는 아빠가 해달란다. 그냥 낚시바늘을 설그머니 들어올리는 수준이지만, 고기를 낚아채는 것은 지가 하겠다나?
어린 시절의 낚시는 개울 웅덩이 뚝에 쪼그리고 앉아서 슬거머니 드리우기만 하면 됐는 데, 이눔의 저수지는 물밑이 뵈지도 않고, 멀리 낚시를 던져야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나도 그런데, 어린 지놈에게 무리 일듯 싶은데, 놈의 고집이 여간아니라, 지 하자는 데로 내버려 두니, 몇번을 시도하다
떡밥을 낚시에 뭉치는 것 말고는 포기. 이번에는 아빠한테 맽겨 놓고 입으로 잔소리다.
시간이 흘러, 녀석에게 지루하리라 싶은 데, 옆자리 아줌만지, 아저씨가 연신 낚아올리니, 그게 신기한 건지, 언젠가는 우리도 낚아 올리겠지 기다림이 더 큰 지, 다행이 별로 지루함을 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두어시간이 지나서 우짜다다 소 뒷발 쥐잡기로 제법 큰 붕어가 걸려 들었다. 붕어 입장에서는 정말 재수더럽게 없는 날이엿을 게다. 이런 왕초보 낚시에 걸렷으니.
당연히 녀석에세 난리가 났다. 녀석 평생에 산고기 손으로 만져보기 처음에다, 그것도 아빠랑 합작으로 보이지 않은 물밑에 있는 고기를 낚어 올렷으니...당연히 지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렇쿵저렇쿵 중계방송을 해댄다. 난, 휴대폰 저수지에 빠드릴가봐 노심초사.
그러고는 또 잠잠, 도대체 고기씨가 말란 걸까? 고기가 물지 않은 걸까? 아니다, 옆자리는 연신 콧노래를 부르는데, 뭔가 잘 못되었다. 해서 잠시 옆자리찌를 눈여겨 봤다. 어떤 타이밍에 낚시대를 잡아채는 지....별다른 것을 눈치채지 못해도 어렴풋이, 고기가 입질을 하는 그 순간 포착과 그순간을 낚아채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녀석은 녀석대로 불만이다. 그야말로 소 뒷발 쥐잡기로 한 마리 낚고부터 몇 시간체 잠잠하니, "정신 똑바로차리고 다시해라" 녀석이 훈계한다. 태권도장에 다니고 부터 줏어들은 문구일까? "그래,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보자!"
헌데, 이 무슨 조화랴? 그 때마다 고기가 걸려던다.
"그 봐라, 내 말대로 한께 되제?" 녀석의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른다.
"그래 맞다. 빈아 말대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니, 되네!!" 겉으로, 녀석의 말에 극구 동조하면서, 속으로 낚기에서 낚아채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한번은, 녀석의 말뒤끝에, 큰 고기가 한마리 걸려들었다. "우와! 크다" "봐라 맛제! 내 말대로 하니까 되제?" 녀석의 기고만장이 점점 고조되는 데, 우째 이번 것은 이상하다. 고기는 걸려 들었는 데, 떡밥이 그대로 보인다.
'???' 우리가 던진 낚시외 찌사이에 색깔이 보다 흰색에 가까운 낚시줄이 엉켜있고, 그 끝의 낚시에 걸려든 고기가 퍼득거린다. 어린에 팔둑만하다.
추리해본 사연인즉, 어떤 낚시꾼의 낚시에 걸려든 고기가 어찌되었던 낚시줄이 중간에 끊어져 낚시바늘과 찌, 얼마간의 낚시줄을 달고 살았나 보다. 얼마나 얼마동안 불편했을 까? 그러던 녀석이 우연히 우리 낚시줄을 건드리게 되었나 보다. 찌를 맨 줄에 낚시와 줄을 맨 틈새애 끼여서 딸려온거다.
늦둥이 녀석에게 기대를 꺽지 않을려고, 한 끝 칭찬은 하면서, 고기를 달고 있는 낚시줄을 당겨서 기둥에 매어 두었다. 어떻게 하나? 요놈을 우리가 낚은 걸로 하고 녀석의 엄마, 누나에세 자랑을 혀? 녀석이 '정신 차리고 똑 바로 해라'해서 그말대로 정신차리고 낚시를 던지니 걸려 들었다 할까?
"빈아, 저고기 살려주자". 아무래도 그렇게 어렵사리 버텨온 저 붕어가 가여워서, 그냥 잡아가서 쥑이기에는 찝찝할 것 같고, 해서 그 냥 방생을 했다네.
"왜 살려줘?" 몇번을 되묻기에, "불쌍하잖아!", 이런 저런 화제를 돌려 살려주기로 동의를 받아내서 방생을 했지. 물론 그 귀찮은 낚시를 제거해준 연후에....
동화에 의하면, 그런 식으로 살려주면, 언젠가 보은을 하던데. 하기사 그 고기는 금붕어는 아니고, 또, 그동안 그 낚시를 달고 다니면서, 얼매나 낚싯꾼들을 원망했을 까? 그 원망이나마 조금 풀렸을랑가?
"빈아, 빈이 니 원하는 거 아빠가 다 들어줬제? " 돌아오면서 그동안 녀석이 원하는 장난감이다, 며칠전의 등산이다, 언젠가 낚시대 사서 낚시하러가자고 졸라대던 것등을 기억하고, 생색을 내보니, 의외로,
"응, 로보레스큐 사주는 것 빼고는" 이라 시인한다. 욕심많은 녀석이 어지간히 만족하는 모양이다.
8월20일이 녀석 생일인데, 몇달전에, 그 때 사주기로 하고, 녀석의 떼거지를 잠재워 뒀는 데, 의외로 뚜렷이 기억하고 참고 있는 모양.
"그건,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주기로 했잖아"
"그래도, 빨리 갖고 싶단 말이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돌아온 저녁, 내가 얼마나 피곤 했던지, 저녁도 굶고 곯아 떨어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다네.
아빠 역활하기도 하기도 점점 힘들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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