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8월 15일, 광복절이라 공휴일인 이날, 벼르고 벼르던 금정산 등선까지 올랐던 날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일요일이면 뒤산인 금정산을 처음 오르기 시작했는 데, 그 때까지는 간혹, 중턱에 있는 약수터 다녀오는 정도였다가, 이날부터 일요일만되면, 놋정약수터를 거쳐 제3망루에서 제4망루를 거쳐 남산동 외국어대학교 운동장부지부근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거다.
처음 몇달가량은 혼자서 다니다가, 서너달지난후부터는같은 동네에 사는 김아무개동문과 지금까지 산행을 지속하고 있는데, 북문이라던지, 동문쪽으로....여러 하산코스를 다양하게 이용하다가 언젠가 부터, 하산코스가 거의 고정되어버렸다.
'밥을 먹듯이 등산가자'
등산을 재미로 하는거라던지, 맛있는 음식 찾아 다니면서 즐기는 식도락이 아니라, 맛이 있던 없던, 그게 건강의 필수고 살아가는 습관이듯이 그렇게 습관적으로 등산다니자는 게 나의 등산논리였다. 물론 친구도 이점에 동의하고, 생각을 공유하여 오늘날에까지 팀웍(?)이 이어져오고 있지만'
이산저산, 이런 곳저런곳 재미나고 흥미 잇는 곳 여행하듯, 이집저집 유명한 음식점 찾아다니면서 외식을 즐기는 것은 곧 싫증나게 마련이다, 더 자극적인 것, 더 재미난곳을 찾아다니다 보면 바쁘다는 언젠가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떤 때는 피곤하여....흐지브지 지속하지 못할 터이다.
밥을 먹듯이, 피곤하거나 쉬고 싶은 때라도 그게 밥이기 때문에, 반찬이 좀 없으면 물에 말아먹거나, 비벼먹드래도 한 끼를 떼우듯이 그렇게 등산하자 그러다 보면, 등산은 밥막고, 잠자듯이 생활의 일부가 될터이다.
그렇게 시작하고 지속한 등산이 10여년! 남들은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 유명한 등산코스를 찾아다닌다는 데, 우린 오로지 집 뒷산인 금정산을 그것도 동일코스를 10여년 반복하여 다녔다. 처음에는 게으른 나의 체질에 중간 약수터만 다녀와도 장단지가 뭉치듯 아픈 기역이 나는데, 등산을 하고 부터 중간에 3~4번을 쉬기는 하지만 3~4시간이 걸려서 내려오드래도 쌩쌩하다.
사실은 이렇게 등산을 지속하는데는 별도의 등산철학이 있다던지, 뭐 건강을 유지 하겠다는 애착이라던지이런 취향이 있어 그런게 아니고, 처음 등산을 두 친구간에 공유되는 나름대로의 한 두가지 사정이 있었다.
우선 산정에서 파는 막걸리의 유혹이다. 처음, 북문과 동문사이 제3망루 부근에 오랐을 때, 한여름이라 땀이 비오듯하고 갈증에 숨이 막히는 데, 산정에서 파는 시원한 막걸리 맛, 두부김치를 안주로하는 그 맛걸리 맛보는 기분으로 산행을 지속하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별미였다.
두번째 사연답지 않은 사연은, 두 집안식구들이 정도이상으로 열열한 크리스천들이기 때문에, 나신교주인 우리들은 영락없이 점심을 자체 해결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가고 있던 터였다. 라면을 끌여 먹던지, 사먹던지, 해먹던지, 어느 한 경우라도, 한번두번이지, 수년을 지속한다고 해봐! 이게 얼마나 귀찮고, 고통스런건지.
등산은 이런 귀찮은 일상의 사정을 해결 해주는 유용한 방법이였지. 산정에서 막걸리로 목을 추기고, 하산하여 국수다, 보리밥이다하여 한끼 사먹는 일요일날의 우리네 서글픈(?)사정을 누가 이해하랴?.
........
등산을 하다보면 가족끼리 정답게 담소하며 오르는 모습이나 산정 곳곳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여 점심을 즐기는 퐁경을 보는 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고!. 나는 언제점 저런 오붓한 가족간의 유대를 즐기게 되려나? 마누라와 딸애는 턴 것같고, 늦등이 녀석이 크면 그녀석이라도 데리고 다녀야지....녀석이 엄마따라 교회 나간다고 우기면 그도 어려울겨. 하지만, 그녀석도 남자인데, 커서 아빠가 등산가자하면 교회보단, 날 따라 나서지 않겠어? 나름대로 그런 희망을 품기도 해왔지. 그러구려 7여년.
6월초순 마침 토요일이라 교회보내야하는 부담도 없고, 한참 물오른 개구장이로, 집안을 들 쑤시고, 대학교 본과2학년인 지누나 중간고사 시험공부방해도 되고해서,
"빈아 우리 등산가자!" 하고 운을 뗐다. 지난 여름, 해그름에, 뒷산으로 산보갔다가 빈데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에 온몸을 물려 산에 간다하면 알레르기반응을 보였는 데, 오늘은 어쩔라나?
녀석을 등산 취미로 몰고가야하는 원대한 계획도, 녀석이 즐겨야 할터인데, 따라나서지 않으면, 억지로 끌고갈 수도 없고.
"그래 가자" 의외로 순순히 동의한다. 당연히 "싫어!" 할 줄알았는 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생각이 넓어진 걸가? 태권도장에 다니면서 좀 생각이 강인해진 건가?, 아니면, 평소에 아빠의 보디가드임을 자처하는 녀석에게 "아빠가 등산가는 데, 니 보디가드라며? 아빠 보디가드 해야지" 충동질이 주요 했던가!
부랴부랴 녀석을 앞세우고 출발. 산에 진입하자만자 녀석의 그 벌레 알레르기 증세를 보인다. 바닥에 기어다니는 개미, 거미등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기에, 노상들고 다니던 나무지팡이로 8자돌리기를 과장되게 하면서, "빈아 이번에는 이 지팡이로 거미던 벌이던 을 낼터니 걱정을 말어라" 과장된 모션으로 녀석을 안심시키고 진도를 뺐다. 가다가 혹시나 녀석이 "힘들다", "다리 아프다, 고만가자"등 포기 할까봐. 그럴 경우 언제든지 쉽게 하산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그럭저럭 '용두암' 까지 올랐다. 약수를 한사발을 마시고는 "빈아, 힘들면 고만가자" 하고 넌즈시 운을 떼니, " 계속 올라가자" 한다.
녀석이 지금부터 가파른 능선으로 어른도 걷기 힘들다는 것을 모르고 의욕을 보이는데, 물론 거기에는 출발부터, "우리 빈아, 형아다됐다"."빈아 정말 용감하다". '태권도 다니더니...." 입술이 닳토록 녀석을 칭찬해줬더니, 녀석이 무척업(Up)된 탓이 크리라.
"심호흡을 이렇게 20번을 하면 기분이 상쾌해 진다"하니, 녀석이 심호흡을 따라하기도 하고, 제법 가파른 능선을 한참을 따라 오른다. 물론 고비고비마다 녀석을 받쳐 주야하니, 둘다 땀이 비오듯.헌데, 얼릉뚱땅 출발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물통을 준비해오지 않은 거다. 용두암에서 물을 마셨다고는 하나, 그 후 산등성이로 오르는 길이 어른도 장난이 아닌데, 어린 녀석한테는 그것고 초행의 샌행길에 땀을 비오듯 흘렸으니,오죽 갈증이 나랴?
"아빠,물" 난감한 상황이 산등성이에 오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때마다, 여긴 약수 터가 없고, 산등성이에 가면 물이 있다"
"얼마나 더 가면 돼?", "조금만 더, 저기 훤한곳보이지 저기가 등성이야, 저기까지가면 물마실 수 있다" 언뜻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으며, 추위와 피로에 지친 군사들을 독려했다는 말이 떠오올리며, 녀석을 독려 했다.
산등성에 가까워 질 수록 녀석의 물 찾는 횟수가 많아진다. '이러다 녀석이 다시는 산행에 따라 나서지 않으면 어쩌지', '초행에 너무 험한 코스를 택했나? 아까 용두암에서 돌아 갔어야 하는 건데', '멍충하기는 어린 애를 데려오면서 물통도 준비 안하고,,,' 수차 걱정과 반성을 하면서, 겉으로는 태연히 녀석을 독려하고, 칭찬도 하면서 진도를 뺐다.
정말, 가파른 길이 닥치면, 녀석이 앞으로 산행에 지레 겁을 먹을 까봐, "빈아 업어줄께, 업혀" 옷가지를 넣은 배당을 맨 위로 녀석을 업고 가파를 기를 올라가기도 했다. 물론 먼길은 아니고 잠시잠시, 녀석에게 성의를 보였는 데, 녀석이 " 아빠 힘들잖아!" 두번째 업히면서 아빠의 숨소리가 거칠어 지는 것을 느꼈던지, 아빠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구러, 등선에 도달했다. 동래산성의 돌성을 넘어면서,엣날 왜적과 싸운 이야기도 하고, 돌덤이 위에서 아래 동네를 굽어보며, "봐라 빈아야, 저기가 롯데캐슬이고, 저기가 우리사는 우성아파트야. 우리가 너무너무 높게 올라 왔지?
녀석과 심호흡을 하면서, 녀석이 다음 번 산행에 자부심을 가지고 따라 나설거라 기대하며, 녀석에게 초행길에 산등성이에 오른 자부심을 한 껏 부풀러서, 가슴속에 못이 박히도록 새겨지도록 나름 대로 애를 썼다.
헌데, 그런 기대로 잠시, " 아빠 물, 산등성이에 가면 물 있다며?" 녀석이 초를 친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갈증나서 숨이 넘어 갈판인데, 왠 쓸데없는 칭찬? 그런거 다 귀에 안들어오니, 빨리 물있는 데 데려다 줘" 이런 투로 물을 찾는 다.
"아뿔사, 사실은 산등성이에 물나오는 곳을 알기는 아는 데, 원래는 막걸리 파는 아줌마 잇는 곳에가면 물이나 음료수를 구할 수 잇을 터인데, 요즈음 구청에 단속이 심해서 아줌마들이 단속을 피해서 장사를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이럴 어째, 녀석을 데리고 등성이를 횡단하는 큰 길로 내려갔다. "어! 비나, 여기 아줌마들이 장사햇는 데, 오늘은 안하네!, 우짜지!"
녀석에게 사기 아닌 사기를 치고, 어쩔 수없이 동문으로 향했다. 내려올 엄두는 못내고, 동문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온천장 부근으로 가면,택시나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요량으로.지금부터 녀석을 더 이상 피곤하게 하면 안될 터이다. 지금까지 온 것 만해도 엄청 성공작인 데....헌데, 동문 까지 갈려면 그도 한 참인데, 녀석의 갈증을 어쩌지? 터벅터벅 걷고 잇는 데, 녀석이 '아빠. 물, 산등성이 가면 물 잇다면?" 하고 또 따진다. 순간, 난감해 하는 데, 지나가던 아줌마 일행, "재가 갈증이 나나봐, 우린 거진 다왔는 데, 여기 이물 마셔"
한 아줌마가 친절히, 남은 물통에 남은 얼음까지 넣어서 준다. 녀석이 그걸 꿀꺽꿀꺽 한통을 거진 다마셨다.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집에 도착 했다. 오자마자 잠들었다가 깨어난 녀석왈,
"정말, 자고나니 기분 좋다." 한다.
등산하고 돌아와서 적당히 피곤한 몸이, 한 숨을 자고 일어 나면, 그럴 수 없이 개운한 그 맛을 녀석이 안 걸까?
"아빠, 토요일마다 등산가자"
녀석이 토요일마다 등산가자는 말을 한다. 얼릉뚱당 초행길이였지만 대성공이네.
역시, 칭찬은 뭐도 춤을 추게한다더니, 온 길 내내 칭찬을 해댄 결과인지, 등산의 맛을 느낀결과일지? 우쨋든 이번에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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