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요즈음 바쁘다. 아침9시반쯤에 유치원에 가면, 2시반쯤 집와서 간식을 먹고 4시반쯤에 태권도장으로 간다. 그러곤 1주일에 한번씩 다녀가는 '튼튼영어',, '구몬학습지'에서 매일매일 할당하는 숙제도 해야하고, 틈틈이 나가서 놀기도 해야한다. 그리고 지가 좋아하는 TV만화영화도 보곤하는 데, 이러다보니, 나름대로 녀석의 하루 일과가 제법 빡빡하다.
튼튼영어나 구몬학습지는 내가 퇴근하는 시간쯤부터 자기전에 시작하는 데, 이게 나로서는 영 마특잖은 상황전개다, 꼬맹이 녀석이 공부랍시고 펴놓고 있는 데, 오락프로는 말할 것도 없고 하루종일 굶주린 뉴스나 스포츠중계본답시고 TV를 켤 배짱이 없다. PC를 켜기도 두렵다. PC를 켜면 쪼르르 달려와 붙기 때문이다.
지엄마 눈초리가 무서워서 참고참고 있는 데, 아빠가 PC를 켜면 찬스다 싶어서 PC앞에 먼저 앉는다. '로보레스큐',. 'Bob The Builder'등 어린이 오락.게임 프로그램이 좀 많나? 언제 이런걸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찾기도 잘 찾는다. 그동안 어께 넘어로 검색하는 것을 배웠나 보다. 한글을 자유자재로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독수리타법 비슷하게, 자판을 두들겨 검색을 하여 찾아간다. 이러니, 언제부턴가 아빠가 가족용 블로그를 만들면서 꼬맹이용 카테고리를 만들고, 녀석이 좋아할 만한 내용들을 모아두었다. 싶게 찾도록.
주제에 검색한다고 이리저리 뒤지기에, 차라리 흥미 있을 만한 것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직행하도록 유도하는 데, 이번에는 틈만나면, PC를 켜는 기미만 보이면 쪼르르 달려와서 선수를 치니, 오락이나 게임에 더잘 접근하다. 결과적으로 잘핸 짓인지, 잘못핸 짓인지....
"아빠, 빈이랑, 구문학습지 좀봐주세요" 지 엄마가 부억에서 내뱉는 이 말씀! 그리고, "아빠! 책 읽어줘", "아빠 이야기 해줘!" 녀석이 잠들기전에 부탁인지 요군지 해대는 이 소리!
이전에는 이런 요구를 곧잘 즐거위 수행해왓는 데, 언제 부턴가, 이런 일이 고역이고 고통인 일로 바뀌였다. 녀석이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던지, 책을 읽어 주다보면, 채 10여분이 되기도 전에, 나의 몸 컨디션에 상관없이 영락없이 고개를 떨구게 된다. 잠이 쏟아지는 게지.
이게 얼마나 고통스런겐지, 수년을 반복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로다.
"나, 아빠하고 공부안해", "엄마, 아빠가 책 않읽어주고 먼저 자요!" 영락없이 늦둥이의 고자질이 이어지고, "에그...." 마누라의 질책이 뒤따르게 마련.
더구나, 이바구를 해달라고 조를 땐, 잠자는 조건으로 이바굴 해달라고 할 때는 더 난감하다. 재탕 삼탕 이야기꺼리밖에 없는 입담실력에, 창작능력도 안되고, 녀석이 막무가내로 조를 땐...
오즉햇으면, "빈아, 아빠가 배가 아파서 응가좀해야겠다. 화장실 다녀와서...." 하면서 화장실로 피신했을 까?
이전에는 녀석과 같이 나도 책을 읽기도 하고, 우짜던지 모범을 보이는 수단을 강구해왔었는 데, 이도 시들!, 최근에 녀석의 공부(?)를 무료히 지켜보고 있다가, 한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림을 그려보자!'.
녀석은 지 엄마 표현대로, 지 엄말 닮아서 겉으로야 잘한다하지만, 사실은 어리다 봐 주드래도, 그림을 못그리는 축인데, 그렇거나 말거나 남의 눈 의식 안하고 녀석은 잘도 끌적거리고, 끌적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온 벽에 스케치북에, 낙서투성이다. 당연히 아빠가 아무렇게나 끌적그려도 관심이 많고.
"빈아, 연필 좀빌려주라" 며칠전에 그림을 그려볼 양으로 녀석에게 연필을 빌릴려고 했다.
"뭐할려고?" 이제까지 아빠가 연필들고 뭐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는 녀석이 궁금하여 묻기에,
"아빠가 그림 좀 그려 볼라 한다. 열심히 연습하여 엄마도 그려주고, 빈이도 그려주께" 해서 어렵게 어렵게 지녀석의 필통을 열게하여 연필 한자루를 빌렸다. 그것도 몽당연필! 좀 길고 새것은 자기가 써야하니, 이걸 빌려준단다.
"쓰고 난 후 여기에 넣어서...." 녀석은 지 녀석의 관할구역을 잠시 벋어나는 애용하는 물건의 안위(?)가 되게 걱정되는 모양으로, 필통하며, 필통을 보관하는 서랍하며 상세히 설명해준다.
평소와 딴판으로 시키는 자외 따라야 하는 자가 전도된 거다.
"알았다" 고 몇번을 다짐을 해주곤 겨우 겨우 사용허가가 떨어지네. 며칠후 내 전용 4B와 지우개를 사기까진 빌려주는 자, 그것도 겨우(?) 몽당연필 한자루 빌려주는 자의 당당한 횡포에 제법시달려야 했다.
아래 그림은 그런 수모를 겪으며 끌적거린 작품 몇점.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장대하리라" 경구를 되새기며 끌적거려 봤다.
<오드리햅번 원본>
<오드리햅번 습작>
굳이 세기의 미녀들을 그려보고 싶은 것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뭘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왕이면, 미녀를' 하는 심정도 쬐금은 있고. 그리고 언젠가, 늦둥이 엄마, 늦둥이누나, 그리고 늦둥이, 가족사진을 보고 그림으로 남겨보리라 원대한(?)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필로 그림그려본 기억이 중학교 때밖에 없는 중늙은 촌부가 사진을 스케치로 표현한다는 게, 얼토당토 않는 너무 당돌하고 큰 욕심이지 하면서도, 얼마나 잘그릴려고, 내수준으로 그리는 데 까지 그려보자하는 심정으로, 먼 후일 늦둥이 녀석이 불가능에 도전한 아빠의 도전정신도 전해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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