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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세월아 우찌 이리 더디 가노?

by 靑野(청야) 2017. 9. 26.

          <집앞 뜰에 핀 금목서(金木犀) 꽃, 사넬향이 진하게 진동한다하여. '

          만리향'이라 별칭이 붙은 나무, '천리향 은목서'도 보이지는 않지만

          맞은 편에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백리향이라  불리는 동목서

          (구골못서)도 있다는 데...>



          '푸른하는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한마리...'


          중국시인들이나 이를 인용한 우리나라 시인들의 글귀를 추적해보면

          목서(木犀)를 계수(桂樹)에 비유한 사례가 빈번하다한다.

          신위(申緯ㆍ1769-1845)는 그의 시 '암계(巖桂)'에서

          "화분은 만리 뱃길로 옮겨 온 것(盆景移來萬里船)"이라 노래하며

          '세간에서는 계수를 목서로 부른다(俗呼爲木犀)'고 주석했다.

          목서가 계수라는 뜻이다.(이상 펌)


          실제(학명)로 계수나무는 다를 지 모르지만,

          달속의 상상의 나무와 황금빛과 넓게 펴지는 향기가 일품인

          금목서의 분위가기 일치하여 그렇게 부른게 아닐까?


          이때쯤이면 산내의 우리 집에는 

          계수나무로 불린다는 그 금목서 향기가 진동한다.

          밤바람이 금목서의 향긋한 사넬향기를 실어오는 데,

          어두운 하늘가 은하수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 노래를 떠올리며 상상속에 노닐어야 할 때에,

          지금은 속세에 내려와서

          더디가는 세월 탓해야 하다니...


          우리 아들은 현재 고2,

          둘밖에 없는 우리집의 대장이다.

          시집간 딸까지 우리는 그놈을 대장으로 모신다.

          대장의 갑질은 어느 박모 진짜대장 사모님 빰치는 수준이다. 
          우리대장이 하자는 말씀이면, 

          아무리 힘들고 피곤하고 싫어도 두마디 째

          "알았다"

          하며 항복선언을 내뱉는다

          속으로 울분(?)을 삮이면서도 겉으로는 한 껏 부드럽고 절제된 음성으로

          항복한 사건이 한번두번이 아니다


          녀석이 고등학교 들어서 부터 내뜻대로 해 본 역사가 거의 없다.

          귀찮다고(아빠랑 같이 하기싫다고 ) 공휴일 내내 집에서 대충 먹겠다는 녀석을 

          억지로 끌고나가서 한끼를 사먹인 딱 한번 빼고는.


          방학때는 말할 것도 없고, 시험기간에도 악몽(?)이다. 

          시험 끝나는 시간이 12시, 평소 기숙사에 지내는 평일인데도 이때는 집에 오겠다 한다.


          엇그제 공휴일 저녁에도


          대장)  "아빠"

          나)     "와!"

          대장)  "시험기간때 집에 왔다가 가고 싶은 데 그래도 되나?"

          나)     "그래?" 

                    (이크, 큰일났다. 집에 오면 그 먼 거리를  아침마다  우찌 태워 주노?

                    끼니 챙겨주는 일은 좀 피곤한 일인가? 하지만,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

                   "그래라"

          대장)  "집에 오는 것은 나가 알아서 하께"

                   "화요일만  (오후)4시에 태워줘"

          나)     "화요일은 시험때도 아닌데 집에 온다고?"

          대장)  "수요일이 영어시험이이라 과외 쌤이 (쪽집게) 수업해준다 했다"

          나)     "(그러면, 화요일도 와야지). 그래?, 4시까지 데리려 가께" 


          지놈도 양심이 있는지 下校는 버스,지하철,버스 타고 스스로 해결하겠단다.

          하지만, 저녁밥과 저녁내내 수발과 다음날 깨워서 아침밥과, 등교시키는 일은  내몫이다


          내가 거주하는 곳은 경북 경주시 산내,

          녀석이 거주하는, 자기 집이라고 우기는 곳은 부산시 기장군 정관에 있는 아파트,

          학교가 있는 곳은  거가대교 직전의 가덕도,


          이 세곳을 이 나이에 매일 운전하고 2번이나 돌아 다니기에는 무리

          그걸 아는 지, 시험기간중 하교는 스스로 하겠단다. 

          녀석이 생색을 내는 것이다. 생색을 낼 줄 안다.

          그렇지만, 매일 등교만 시킨다 해도 나에게는 엄청난 육체적 부담이다.


          하는 수 없다. 대장앞에 힘없는 이 아비가 우짜겠는가?

          녀석의 갑질요구에 응한다 해놓고

          빈이 시험기간 일정을 짜서 대장, 딸래미에게 카톡으로 배포를 했다.

              ○25일(월)아침 등교시키고  그길로 산내감,
              ○26일(화
          산내에서 16시까지  학교로가서 PICK UP후    정관에 居하다가
              ○27일(수) 아침등교  시키고 산내감
              ○28일(목)아침등교는 택시이용, 나는 목요일 밤에 정관으로 옴
              ○29일(금)아침등교시킴



            ※내가 산내에 거주하는 시간



              25일오전~26일오전
              27일오전~28일오후
              27일오전~

             ※딸이 챙겨줄 사항

              28일 아침 7시전
                 빈이 깨워 택시태워  보내는 것
                 (콜택시예약, 택시비는 빈이 용돈 통장으로 사전입금 )

             ※빈이가 스스로 해결

              월요일에 기숙사 숙박
              수,목, 금 下校하는 것


          공부에 대해서는 일체의 요구나 언급을 없앴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굳이 공부공부하며 애들을 다그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그쳐서 커온 인생이라면 앞으로 한 순간에 무의미해지는 사태가 비일비재할 터이니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노력하고 다지고,

          뭘하던 스스로 헤쳐 나가는 능력을 갖추어 가길 바라보며, 바랄 뿐.


          우리대장의 갑질중에는  이 늙은 아빠랑 대화기피가 제일 심하다.


          "응", "아니", '몰라", "알아서 한다"

          이 4마디가 아마도 90%이상, 거진 100%들 차지하는 대장의 대답


          집에서는 티비앞에 같이 앉아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가 티비앞에 앉으면, 지놈은  지방 안에서 뭘하는 지?

          밥먹어라고 깨울 때까지 문을 잠그고 혼방이다.


          지놈이 티비보고 싶으면, 내보고 아빠방에 들어가란다.

          내보다 거의 15cm나 큰 놈이 완력으로라도 떠밀에 내방으로 쫓아(?) 보낸다

          (고얀놈이다)


          등.하교시는 어쩔 수 없이 차에 1시간반이나 같이 있어

          차안에서 그저 모든 것이 궁금한 내가, 무수히 대화를 시도해 보지만

          궁금해 할수록  타자마자  "응", "아니" ... 몇마디 묻는 말에 무성의하게 답하고는 선수친다

           

          "아빠, 나 쫌 자께"


          그러고는 의자를 거의 수평으로 재껴 놓고 잠든다(잠든 채 하는 지도 모르겠다)


          등.하교길이 거진 1시간 반길이니 

          운전기사인 이 아비는 잠이오건, 피로하건 말건

          먼길 다니는 등.하교길이 지놈의 잠길로서, 속된 말로 대낄인 것이다


          가물에 콩나듯 녀석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

          최근에 눈에 띄게 철이 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철이 드는 것이 하루하루 다르다.



          1.

          나)     "빈아, 너거 학교에는 학교폭력같은 거 없나?"
          대장)  "없다"
          나)     "요새, 티비에 많이 나오던데? "
          대장)  "우리 학교애들은 머리가 **서 그런 것도 못한다"
          나)     "?"


          2.

          나)      "빈아, 아빠가 니 수발한다고 고생하는 데, 크면 아빠한테 효도하며 갚아라"
          대장)   "싫다. 누나한테 갚으라 해라"
          나)      "임마, 누나는 시집갔다. 우리집 사람이  아니다. 니가 아들이니 니가 효도해야지"
          대장)   "결혼하면 와이프한테 물어보고..."
          나)      "??"


          3.

          나)     "빈아, 너거 담임 선생님이 여선생님이제?"
          대장)  "응"
          나)     "담당이 뭐꼬? "
          대장)  "한국사"
          나)     "니 역사 좋아하잖아, 쌤이랑 대화 많이 하겠네?"
          대장)  "아니"
          나)     "왜?"
          대장)  "다 알기 때문에..."
          나)     "???"

          대장)  "모른 것도 있지만 완벽하게 모르는 것은 아니고 대충은 다안다"


          4.


          나)    "빈아, 시험때는 언제 마치노?"

          대장) "12시~~"

          나)    "점심, 저녁을 주나"

          대장) "응"

          나)    "기숙사는 운영하고?"

          대장)  "응"

          나)    "그럼, 12시 마치고, 점심먹고 쉬다가 

                  교실이나 독서실에서 시험공부하는 것이 안좋나?

                  집에 왔다갔다 시간많이 뺐길건데"

          대장) "학교 있으면, 집중이 안된다"

          나)    "왜"

          대장) "학교에 있으면, 애들이 물어 보는 것이 많아서 집중이 안된다"

          나)    "니가 공부잘한다고?"

          대장) "응~~"

          나)    "????"


          공부를 잘한다?


          중2학년 때, 35명중 35등,

          초등4학년때부터 지 엄마를 잃고, 한참 사춘기에 방황하기 시작.

          중3학년때 정규학교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전국의 대안학교를 거진 반년동안  찾아다닌 기억이 새롭다.


          백총무의 도음으로 지금의 가덕도에 있는 [학교장전형 공립고]에 집어 넣었다.

          홀애비 입장에, 가까이 있어도 매일 학교수발하기가 버거울 터인데,

          [학교장 전형고]이라도 기숙사가 있으니,

          월요일 아침에 데려다 주고, 금요일 저녁 데려올 때까지는

          그런대로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방학때나, 시험때는 이 늙은 아비의 일상은  

          언제나 대장 뒷바라지하는 데 거진 다보내야 한다.

          숨돌릴 틈이 별로 없다.


          다행히 녀석도 마음을 잡고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모양이다.

          사춘기를 일찌기 극심하게 보내더니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처음에는

          내가 왜 이 먼곳으로 오게 되었는 지 의구심을 표현한적이 있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주었더니,

          공부를 좀 열심히 했더라면, 이 먼곳까지 오지 않아도 되었을 걸,

          언뜻 후회하던 대장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후로는 일체의 그런 내색이 없다.


          그런 와중에,고등학교가 3년이라  올해만 지나면 1년후  졸업이다.

          고등학교만 졸업시키면


          "(대학을 들어가던, 못들어가던, 이놈아 인자 이 아빠는 해방이다)"


          그런 심정으로, 그런 희망을 품고

          숨을 헉헉 몰아쉬며 등산을 하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보낸다.


          누구나 이 나이에 하루하루가 바람처럼 지나간다하더니만

          나에게는 ,


          "세월아 세월아, 좀 더 빨리 지나갔으면~~"

          "세월아, 우찌 이리 더디 가노?"


          요즈음 산내집 뜰에는 금목서(金木犀)의 만리향  꽃향기가 가득한데,

          언제쯤 그곳에 묻혀,시간도 잊고, 세상일에 초연히 살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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