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찬 것인지 기분찬 것인지 말이 안나온다.
아지매A) "부끄러워 손도 못잡는 거 봐...
부끄러하기는 손자뻘되는 사람이..."
아지매B) "손자뻘은 무슨! 언니 애인해도 되겠구마"
아지매A) 아니야, 내 손잡는 것도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니 너무 순진해.
손이 뜨거운 것을 보니 아직 청년이야 "
아지매B) "그라모, 언니가 오래간만에 한국왔는 데 친구하라며"
.
.
.
나) 허허ㅎㅎ
(대화중, '경상도 아지매들이구마. 내도 같은 또래 할배요'라고 하고 싶어도
꾹 참으려니, 하도 어이가 없어, 몇번 웃슴만이 크게 나온다)
오늘, '박근혜 구속' 방송 화면을 뒤로 하고
내시경 결과보러 서울로 삼성병원에 갔다.
"의미있는 증세가 없다. 1년후에 다시보자" 는 의사의 말을 듣고,
당연한 결과겠지만'
'여전히 주님을 가까이 모실 수 있겠구나'
싶어, 기분이 up되어 나오는 길...
들어 갈 때부터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데,
진료받은 곳이 병원입구에서 한참 안쪽(암병동)이라.
그쪽 게이트를 나오는 데,
때마침, 수서역 지나간다는 셔틀버스가 오길래
엉겁결에 줄을 섰다.
나) "저으기, 셔틀버스 탈려면 뭘 보여줘야 해요?"
(진료비 영수증?, 병원카드? 뭔가 제시하고 타야 되지 싶은 데
그런 확인이 없는 것 같다. 그래, 줄선 앞사람한테 물어 본 것인 데...)
앞사람) "그냥 타면 돼요. 이곳까지 들어온 사람은 병원일로 오신거니까..."
그래서, 당당히 셔틀 버스를 탓더니 역시 아무 확인이 없다.
하지만, 차안에 손님으로 빽빽하게 들어 찼다. 뒷자리 서너자리가 비어 있네.
내 앞에선 서너 아지매들이 먼저 뒷자석에 앉고 나니 창곁에 자리 하나가 남는다.
내가 앉으려면, 아지매들 무릎과 앞의자 사이로 들어가야 한다.
맨 뒷자리는 다른 버스바닥보다 한계단 높다.
그래, 막 계단을 올라서는 데, 차가 출발할려고... 움찔,
뒤로 자빠질려는 찰라 가운데 앉은 아지매가 내손을 잡아줄려 한다.
엉겁결에 애매하게 손이 잡혔는 데(이때는 절대 내가 잡은 게 아니라)
다시 '부르릉' 하고 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그만 아지매가 내민 손을 깎 잡게 되었다.
그 와중에서 순간적으로 손이 부드럽고 차겁다는 느낌이 스친다.
우째, 아지매는 내손이 뜨겁게 느껴졌나 보다.
그와중에 내 맹키로 내손과의 온도차를 느꼈나 보네
(그렇다면 내손이 뜨겁게 느껴질 수 밖에)
자리에 나를 앉힌 후로(내가 앉은 게 아니라)
아지매들이 한참이나 나를 두고 갖고 논다.
차안에서 처음 본 날 갖고 노는 꼴이 하도 기막히고 우서워 녹음을...
수서역에 내리는 데,
내게 손일 내밀어 잡아주던 그 아줌마, 바로 내앞서서 내리면서
"이 아저씨 한테, 차비 받으이소"
운전사 한테 일러 바친다.
병원일과 상관없는 일반인이 타도 되나 물었던 것은
'그렇다 '혹은 '탈수없다'는 대답을 듣기 위한 것인 데,
대화 중에서도 나와 있듯이, 마치 내가 일반인인 데
'셔틀버스를 타도 되느냐' 물은 것으로 이해했던 모양이다
차에서 내려 수서역입구까지 가는 데, 그 아지매 우산 신세까지 졌다.
저녁에 산내집에서 지인들모임이 약속되어 마음이 급했다.
수서에서 SRT를 타면 신경주역까지 2시간내,
신경주역에 주차된 차를 몰고 집에까지 35분...
그 시간에 맞춰 정해둔 선약이 없었다면
수서인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직도
기가찬 것인지 기분찬 것인지 구분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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