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25일,
아무런 사전 계획없이 불현듯
반세기, 50년전에 다니던 중학교와
인근마을을 다녀왔다.
거제시 연초면 고향마을.
올들어 제법 바람이 매섭고
추위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이다.
고향하면, 늘상 다녀오던 거제 동쪽, 남쪽 유명 관광지인 해변가를 뒤로 하고,
이번에는 섬의 중앙 부근 산골인 고향마을을 찾은 것이다.
중학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
중학교 축구로는 道내에 제법 이름난 학교가 되어 있다 한다.
내 중학교 졸업기수로는 13회,
50년대 중반에 개교했으니,
지금은 60년을 넘긴 연륜이 쌓인 학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래사진은 학교담장에서 바라본 맞은 편 동네가
내가 살던 곳, 고향마을. 꽃피는 산골
해변가가 아닌 해발 300 여m 반야봉 아래 산골이다.
아직도, 변함없이 고향마을을 지키고 사는,
어릴 때 동네 친구를 삼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불러내어,
굳이 부담하려는 친구의 성의를 뿌리치고,
내가 해물찜 대접을 하고 왔다.
내 딸래미 결혼때 잊지 않고 축의금 보내준 데 대한 보답겸.
아직도 개인택시 운전하는 그 친구영업시간을 뺏어, 권할 수는 없고
저녁으로 시킨 해물찜맛이 아까워,
막걸리는 내혼자 가까이 하고...
식당 아줌마는 당시 들락거렸던 학교앞 구멍가게 딸이란다.
당시에는 코흘리개 였겠지?
지금은 50대를 넘기 모습이다
아줌마는 당시를 기억해주길 기대하고 반가워하지만,
내 어찌 당시를 기억하리요?
그저 기억나는 체 얼버무리며, 연기를 하는 수밖에
살던 동네넘어 멀리 바라뵈는 남동쪽 산골이, 계곡은 좀 덜 깊지만
어째 지금 사는 산내 대현리와 어딘지 닮아 보이는구나?
시골이면 다 그런 모습으로 보일련가,
고향의 모습이라 그런가?
고향동네는 많이도 변했다.
초가집 있던 자리에, 도회에서나 보아왔던 그런 고층아파트도
어울리지 않게 간혹 보이고,
논밭은 대부분 주택단지로 변했네
천지개벽 수준이다
하지만,
멀리 바라뵈는 계곡과 산등성이 윤곽은
아직은 인간들이 어쩌지 못했구나!.
山內에 살면서 종종 밤하늘 바라보며
당분간 고향산천이 자주 생각나게 생겼네.
방학때나 명절휴가때면, 살던 서울에서, 또는 부산, 울산에서
배타고 버스타고, 찾아가던 때가 있었지,
어느 때 이후로는 차를 몰고서,
지금은 장성한, 어린 애들 손잡고, 아내와 같이
꼬불꼬불 길을 따라 찿아뵙던 고향,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먼저 간 아내
모두가 새삼 그리워지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 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 데...'
어느 노래말이 마음속으로 되새지며
돌아오는 길, 왠지 마음 한 구석에
아련한 서글픔과 편안함이
다투어 피어 오르네.
'수상잡록 > 수상록.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량의 급발진에 대하여 (0) | 2017.01.31 |
---|---|
정유재란(丁酉再亂) (0) | 2017.01.27 |
더러운 한풀이? (0) | 2017.01.24 |
자연과 인간 (0) | 2016.12.16 |
生一事不若滅一事 (0) | 2016.1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