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1월,
작년에 이어 또다시 동마(冬魔)의 침공이 있었다
1주일만에 산내집으로 돌아왔더니
난리가 났다. 돌아오자마자
좋은 집(?) 아파트에 사는 도시분들,
모처럼 억수로 부러워지는,
그런 상황을 맞이 한 것이다
우리 꼬맹이 방학이라 부산에서 수발하다
1주일만에 왔더니, 걱정대로 상수도가 얼었뿐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냉면신마(冷面神魔)의 공격이 이어졌다.
북해파(北海派)의 제왕(帝王), 동마(冬魔)인 냉면신마가
붕새를 타고 남쪽을 순회할 때, 하는 꼬라지들에 수틀리면,
지상을 향해 펼친다는 북명신공(北冥神功),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펼쳐진 것이다.
때문에 이곳이 영하15도의 날씨가 사흘이나 지속되어
인근의 대현 저수지가 얼고,
작년에도 이맘때쯤 水管凍結의 수모를 톡톡히 당해 고생했는 데, 올해도...
뿌리가 깊지 않은 어지간한 상록수도 비실비실 생명이 백척간두
<3일 연속 영하 15도에, 얼어붙은 대현저수지,
집에서 1.2km 떨어져 있다.>
상수도가 언 것은 모터에서 집안으로 보내는 배관이나
모터에 수도관 입출부근이 얼어뿐 것 같다.
열선을 설치한다한다 하다가 하는 일 없이 바빠 놓쳤네.
작년에 혼이 나 놓고,
올해는 시국이 하수상하여 차일피일하다 놓친 것이다.
여기에 계속 살면서
북명신공의 공세수위를 갸름하며 관리를 했어야 했는 데,
수도꼭지를 약간 틀어 북명신공을 비켜가게 하던지,
電熱神攻으로 대적했어야 했다.
그런데, 수도꼭꼭 틀어 막아놓은 것도 모자라,
꼬맹이 수발핑계로 내팽개치고 도회에서 편히 지냈으니
그 응보?
이일을 어쩌나?
내일부터 상수도 복원에 똥오줌 못가리게 생겼다.
아니. 당장 오늘 저녁부터 큰 것 작은 것 처리를 어떻게 하나?
올 설은 조졌다 싶은 생각에 한동안 앞이 캄캄해졌다
열받아 맥주 x나게 마시니 작은 것이 많이도 출현한다.
이놈은 뜰가장자리로 불러내어 갈겨뿐다해도
큰 놈이 나오면 우짜노?
다행이 생수는 만히 쌓아 놨으니,
졸지에 생수로 해결하는 귀하신 x 되겠다.
세계 최초 호강하는 x가 안될란가.
다행히 밤새, 큰 것은 놀라 나올기미가 없다
추위에 놀란 것인지 분위기에 기가죽은 것인지?
자고 일어나니, 내일이 설날,
꼬맹이는 누나보이가 되어
지 누나가 외가집으로 보낸다고 픽업중이란다.
그러니 오늘은 온종일을 홀로 지새는 무한한 자유(?)의 날이다.
늦으막에 일어났더니
날이 많이 풀리고 화창하다.
동마 냉셤신마의 북명신공기세가 많이 누그러졌다.
대자연이 햇살과 바람을 앞세우고 날 찾아와
'밤새, 안녕하셨소?' 하는 것 같다.
며칠전 강추위를 몰고와 비위둔 집을 꽁꽁 얼려
바로 엊저녁, 이 몸을 곤경에 빠뜨리더니,
미안하다고 사과나 하는 듯이...
일어나자 마자 습관적으로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엥, 어인 일인지 물이 쏟아진다.
몇달전의 地神도 그렇고.
내가 없을 때만 꼭, 말썽을 일으키더니
내가 와서 차고 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하다
우찌된 일일꼬?
마치,
'이곳을 떠나지 말고 우리곁에 있어주?'
떼를 쓰는 것 같다.
(보온이 좋은 집이여서,
이른바 그 엄동설한에도 겨우 살짜기 얼었던 어딘가가
며칠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마침, 오늘 아침에 막힌 곳이 뚤린 모양이다)
대기에는 아직 차거운 냉기가 흐르지만.
한낮이 되어가니 기온이 오르며, 햇살은 화사하고 눈부시다,
한나절 내내 제법 강풍이 불어 코끝에서,
온몸으로 느껴지는 상쾌함은 이루말할 수 없네.
부랴부랴 면내로 나가
熱線을 사서 설치하고자 했더니 공사가 예사롭지 않다.
'그보다는 전등을 달아 두세요'
주인집 아지매가 마음에 든다.
그럴듯 하다. 훈수가 마음에 드는 것이다
해서, 전등과 코드를 사서 집에 남은 전선에 연결하여
설치하고 나니 해가 산마루에 걸린다.
하루낮이 다 지나간 것이다.
이때쯤이면 이 추위에
비록 소나무같은 상록수도 있지만
초목이 메말라 잿빛 산야가 무척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이 설날이 지나면,
어느듯. 저 대지 깊은 곳에서 부터
새 생명의 꿈틀거림이 바빠지겠지?
부질없이 한살을 더 먹나보다 서글퍼지지만,
한편으로는 대자연과 함께,
대자연속에 묻혀 사는 기쁨이 더 커진다.
지난해는 여느해와 달리
정치.사회,경제 모든 분야에서
지저분하고 우울한 한해를 보냈다
새해에는 아무쪼록 ,
인간만이 저지르는 온갖 추태가 걷혀지고
산내의 대기같은 맑은 기운이
온누리에, 온가정에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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