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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23. 나 교회안갈래

by 靑野(청야) 2016. 9. 20.

녀석의 희망대로 6살이 되었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니 커서 뭐 될래' 하면 '형아 될래' 했었는 데, 녀석이 말하는 형아란 6살배기를 뜻한다. 선교원에서 6살짜리에게 얼마나 핥키고 꼬집히고, 밀리고 스트레스 받았기에, 6살 형아면 최고인걸로 생각 했을 까? 안스럽기도 하지만, 집안에서 도통 관리가 안되니, 그런 식으로라도 친구도 사귀고 경쟁도 하고, 험한 꼴도 당하고….사회성을 길러라 싶어 눈 지그시 감는 수밖에.

난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공휴일이면 거의 녀석과 보내는 것이 일상화 되다시피해서, 금정체육공원의 농구장에, 경륜장에, 벡스코에, 여러 영화관에……. 어린이 놀이영화나 게임이나, 이벤트가 없을 까? 인터넷으로 전화로 확인하기 바쁘다.

내가 이런 저런 일로 꾸무적거리고 출근이 늦을라치면, 녀석이 잠결에서도 눈치채고 묻는 인사가 "아빠 오늘 회사 안가나?"

2005년 초 어느날 제법 쌀쌀한 날씨, 녀석을 데리고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부산시내가 한눈에 굽어 보며 금정산정에 올랐다. 한참을 능선을 타고 걷다가 너무 추워서 하산했는 데, 그 뒤로 녀석은 산길을 걷는 게 자신이 붙었는 지, 수시로 "나, 아빠랑 산에 갈래"

우리 마누라는 운전을 못한다. 우리 딸애도 아직….. 일요일이면 우리 마누라 딸애, 늦둥이를 앞세우고 열심히 교회를 나가는 데, 교회까지 데려다 주고, 데려오기를 십수년 째. 내가 기사노릇을 하고 있다. 나로서는 그 경직(?)된 교리땜에 교회를 경원해왔지만, 마누라, 딸애, 특히 늦둥이가 교회를 가는 데, 멀쭉이 바라만 볼 수 없으니, 시봉을 드는 수밖에. 교회를 데려다 주곤, 난 곧장 금정산 산행이라네. 벌써 산행 10년째인 데, 그것도 거의 동일 코스로….능선에 막걸리 파는 아줌마, 처녀쩍부터, 단골이라고, 10년째, 나에게는 값도 안올리고 반가워하기가 그지없다네.

. "아빠는 교회 왜 안 나오셔?", 늦둥이 교회나오면 정말 나오시겠지? …..교회사람들의 희망이 십수년에 걸쳐 지독히도 끈끈이 이어져 왔는 데,

아직도 요지부동, 언젠가 늦둥이 양육기에서 올린 ‘아빠는 하느님친구 사건’ 훨씬 전부터 우리 마누라 완전히, 포기하고 살고 있지. 늦둥이를 통하여 '아빠 교회 나오시게 해'등 얼마전까지 쑤셔대던 사람들도 이제는 거의 포기하는 듯…..

난 속으로, 딸애는 그렇다쳐도, 저 녀석만은 xx꾼으로 안 맹글어야지 겉으론 표현 못하고, 속으로 조금만 더 크기만 해봐라 녀석을 충동질해서 그 시간에 냉큼 산으로 데리고 다녀야지. 누구 아들인 데…ㅎㅎ

"엄마, 나 오늘 교회안가, 아빠랑 산에 갈래!"

어느 일요일 아침, 청천벽력(?) 같은 희망(?)의 소리를 녀석이 찌껄이는 게야. 속으로 그라모 그렇지, 녀석이 드디어 본색을 드려내는 구나. 잘헌다. 잘혀. 누구 아들인 데. 계속혀라. 근데, 좀 빠르다아! 아직은 본격적으로 등산에 따라 나설 나이가 아닌데….

타초경사! (打草驚蛇)

‘타초경사!’ 는 옛 병법 삼십육계의 36술법중 하나이지 .풀을 건들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뱀을 놀라게 한다는 의미이지. 이는 상대의 동정을 살펴보는 책략이다. 아울러 풀을 쳐서 뱀을 유인한다는 의미도 있다. 즉 거물을 잡기 위해서 주변의 조무래기부터 차례로 잡아들여 확실한 증거를 만들어 가는 작전이다.적에게 어떤 의심이 생기면 반드시 가서 살펴보아야 한다. 자세한 정찰 후에 비로소 행동해야 한다. 자세한 정찰 후에 비로소 행동해야 한다. 반복하여 정찰해야만이 적의 숨겨진 음모를 발견할 수 있다. 무방비 상태의 엄마를 건들여, 대비하게 하면 안되는 데 시퍼, 한편으론 흐믓하고 한편으론 불안한 심정으로 우리 마누라 반응을 기다리는 데, 아니나 다를 까?

"초전박살" 그 동안 남편하나 교화못시킨 것에 대한 자괴감과 자격지심의 폭발이랄까?
" 뭐라꼬, 이놈의 자식, 내가 니를 우찌 가져 낳았는 데, 우찌 길러는 데, 뭐 교회안가?. 응 이놈의 자식 한번만 더 그 소리 해봐라….."

그러고는 계속 궁시렁궁시렁 늦둥이 녀석 무신 소린지 어안이 벙벙한 모양. 엄마가 무지 화를 내는 구나, 분위기상 뭔지 모르지만, 그러고는 녀석 답지 않게 입을 닫아버리데. 나라고 별수 있나?

"애보고, 별소릴…."

그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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