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할아버지 됐어요
녀석이 어느 날 저녁에 외할머니힌테 몇 번이나 반복한 말이다.
2004년도 저물어가는 12월모일 일요일 여느 때처럼 금정체육공원에서 경륜도 구경하고 늦둥이 녀석이 광장에서 보조 바퀴달린 자전거로 수바퀴를 도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둑어둑.해졌다.
집에 안 갈려는 녀석을 꼬시고 꼬셔서, 주차장이 복잡하여 길가에 세워둔 차쪽으로 방향을 잡고, 찻길에 붙어 가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녀석이 찻길 중앙으로 안 튀어 나오도록 신경을 무척 신경을 써면서 걸었다. 녀석은 그 때에도 열심히 자전거페달을 밟아, 내 뒤를 따라오는 데,. 내처럼 길가에 차를 세워 두었는지, 젊은 엄마와 작은 플라스틱 몸체의 세발자전거를 구르며 2-3살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앞서가고 있었다.
그 앙증스러운 여자애를 힐끔거리는 척 그 젊고 예쁘장한 아줌마를 곁눈질하며, 앞질러가는 데, 조용하고 낮은 그 아줌마의 목소리가 쇠몽둥이를 내리치듯 뒤통수를 갈긴다.
"…xx 야, 안쪽으로 가지말고 저 할아버지 따라가자"
"허~~헉~~이전 x같은 경우가 있나!!!!!"
그러구러 하루가 지난 월요일 저녁, 녀석에게 한방먹은 거다.
녀석은 친가 쪽은 기억에 없다. 태어나기 훨씬 전에 지 할머니 돌아가시고, 지 할아버지는 녀석이 2살 때 돌아가셨으니, 외할머니만이 유일한 할머니고, 연로하신 장모님이 늦게 얻은 외손자를 끔찍히 귀여워 해주기 때문에, 녀석도 이심전심, 외할머니를 지극히 따른다. 저녁마다 외할머니와 외손자간의 대화가 어제 같은 경우 한 30여분을 이어졌다.
"저녁식사 하셨어요?!" 로부터 시작해서, 선교원에 있었던 일, Blockpia에서 놀았던 일등을 시시꼴꼴 일러바치는 데, 옆에서 듣고 있으면 정말 가관이다. 지 외할머니는 녀석이 무슨 말을 하든, 장단을 맞추어주는 거이 낙이시니, 녀석은 더욱 신이나서, 무선전화기를 귀에 대고 이리저리 온 방안과 거실을 거닐면서 조잘거린다.
영락없는 내 전화거는 모습이다. 녀석은 일거수 일투족이 100% 내 한테서 배운 바대로이다. 녀석의 행동이 어디서 낯에 익다 싶으면, 틀링없이 얼마전에 내가 취한 행동대로이다. '어린아이는 어른의 거울" 이라는 속담을 요즈음처럼 뼈저리게 느낄일이 이전에 있었겠는가? 전화를 한 참걸던 녀석이 말미에
“아빠가 할아버지되었어요!”
날 할아버지 취급하니 내가 허파 안뒤비지겠느냐고오
전화를 다 걸고 전화기를 엄마 한테 넘겨주자 한참을 기다리다 수화기를 념겨 받은 지엄마는 "와따, 외손자만 눈에 보이고 딸은 상대도 안혀 주네.." 하고 녀석의 외할머니 한테 대뜸 불평이다. 난 나대로, 녀석의 말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어이 빈아야 넌 왜 '아빠가 할아버지 되었어요'라고 했냐?" 하고 추궁하듯 물어보니, 의외로 녀석의 대답은 명료하다
" 어제 금정체육공원에서 아줌마가 '할아버지'라고 했잖아!!"
끄~엉~~~
맞다. 근데,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한 그 젊은 아줌마 말을 어떻게 그렇게 명료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할어버지'라는 단어에 대한 특별한 궁금증이 있었나? 언젠가 병원에서 젊은 간호사한테 '할아버지' 라는 말을 듣고는 쇼크로 우리 부부는 의식적으로 '할아버지'라는 단어를 자제해온 터에, 녀석이 꼭 집어서 태연하게 뱉어버리니...
내 아무리 머릴 짧게 깍고, 염색을 하고 혀도, 부질없는 짓이거늘, 아서라, 스스로 득도(?)하는 수밖에…초연해야지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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