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한장 호기심이 많아서 어딜 가나, 말썽을 피우던 때였다네. 병원엘 가면, 지녀석 진찰할려면 울고 불고 떼 쓰다가도 남 진찰할 때는 이 방으로 저 방으로, 주사실로, 간호원실로 이리뛰고 저리뛰고…아무리 말려도 녀석을 다스리기 힘들어서, 방사선실이나 위험한 데 안가도록 가이드만 하면서 힘들게 기다리는 판국이였지.
어느 날 녀석의 엄지에 이상이 있나 싶어서 정형외과로 이름난 행림병원을 갔다네. 구서동 두실 전철역 옆,
대기실에서, 마누라랑 차례를 기다리며, 역시나 천방지축 뛰노는 녀석, 남 진찰하는데, 간호원실로….혀서, 내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녀석의 뒤를 쫄쫄 따라 다니며, 감시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데…
간호원인인지 간호보조인지, 초자 아가씨도 이 녀석 땜에 바짝 신경쓰고 있었나봐,
왔다갔다 하는 길에, 우리 꼬맹이를 보더니만, 뒤따라가는 날 들으라고 하는 소리로,
" 할아버지! 참 피곤하시겠다아~~"
"끄~엉"
"대기실 자리에 앉아 있던, 울 마누라, 불행(?)하게도 그 소리를 들었다네, 그 소릴 듣고 우스개 한답시고 웃으면서 다가가서 여차저차 속삭이는(?) 나에게,
"지지배 눈이 삐었나?"
불그락 푸르락. 지 남편 할아버지 대접받는 다는 게, 무척 신경거슬린다 이거지. 어쩔 것이여, 남이 그렇게 보인다는 데. 억울하면, 늙지 말던가.
그 소릴 알아들을 녀석이 아니기에 여전히 천방지축으로 대기실에 앉아 있는 지 엄마 앞에서 부산하게 까불고 놀고 있고, 나는 녀석이 어디로 튈는지 감시의 눈을 번득이며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디, 마침 일을 마치고 돌아 나오던 그 초자 간호원이 그 앞을 지나갈 때 녀석이 나에게 매달리듯이 달려오며 큰소리로 "아빠…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게야 . 무신 일인지 묻고 싶은 게 있었던 모양이지.
그러자, 아까 날 보고 할아버지 운운한 그 여자 간호원이 그 소릴 듣고는 나와 우리 꼬맹이 빤히 처다보고는 그제사 깨달음이 오는 지, 황급히 몸을 사리고는,
"아빠시네,…. 어머 죄송해요…."
"??!!!!!" (속으로, 이 눔의 지지배, 아무리 철이 없어도, 대놓고 할아버지 운운혀? 설렁 그렇더라도 그렇지, 智慧라고는… 쯔쯔 !!!)
이 때부터, 울 마누라 앞에서는 농담으로라도 늦둥이를 보고, 손자 운운 하지 못한다네. 내가 할아버지처럼 보인다는 것보다, 울 마누라 할머니 취급 받는 게 싫은 모양이것지?
허허 마음은 효린데, 몸이…..그리고, 남들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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