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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어떤 씁쓸한 경험

by 靑野(청야) 2014. 3. 4.

"여보세요... 여차저차해서, 중학생만 전학할려는 데 가능한지요?"

 

우리 꼬맹가 올해 중학교 2학년으로 올라간다. 父가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이 녀석만을 학기초부터 전학시킬려고, 전학지 관할교육청에 사전준비자료가 무엇인지, 전화를 걸어 물어 본 것이다.

 

"확정일짜가 찍힌 현 거주지 전세계약서, 부산집 전세계약서, 임시거주지 계약서 사본과.....을 가져오세요"

 

부산에 있는 집을  전세를 주고 서울로 전세를 얻어 이사한 것이 지금부터 삼년 반전이였으니, 두 곳 전세가 끝나는 싯점이,   2년씩, 전세계약 2번주기 끝인 8월이다.  그러니 학기초로 전학을 맞출려니, 전체이사를 못하고, 꼬맹이와 지 누나만이 당분간, 임시거쳐를 마련하여, 전세가 끝나는 8월까지 그곳에서 살고, 그후에 부산 집으로 전 가족이 이사를 하려는 것이다. 그 경우에는 내가 서울에 계속 근무하게 되면, 임시거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내가 보호자로서 주소지를 옮기면, 별문제가 없지 싶은데, 서울 전세집의 계약주체가 되어있으니, 이사해버리면, 서울 전세집에 무슨 문제 생길 경우를 고려해서,  내 거주주소를 옮기지는 않고, 아들과 딸만 주소를 옮긴 것이다. 딸이 마침, 2월말로 직장을 관두고 잠시 쉬는 틈을 타서, 부산쪽에, 새 직장도 알아볼 겸, 동생과 같이 거주지를 옮기기로 한 것이다.  

 

아마도 부산 지역 여자이며, 교육청 직원인듯, 공무원 신분 치고는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의 여자분의 설명을 듣고,  뭔가 준비하면, 물샐틈(?) 없는 딸래미를 내세워, 하루만에 쫑을 볼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여, 2월28일 아침에 간략한 이사짐과 식구들을 싣고 딸래미랑 번갈아 운전을 하며, 딸래미 차로, 부산으로 향했다.

 

우리 딸이, 만반의 준비를 하였으니, 별 시간 안걸리겠지? 느긋하게 가다보니, 교육청에는 오후 4시 가까이 도착할 것 같다. 가면서 전화하니, 오후6시까지 근무란다. 아무리 걸려도, 2시간이면 충분하겄제?  

 

드디어, 'oo교육지원청' 행정실 중등교육지원과로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더니, 전화로 받은 내용하고 좀 틀리기는 하나, 여차저차 추가로 준비하여 오늘은 시간이 다 되었으니, 3월3일날 다시 오란다.

 

그 중 하나가, 아빠의 재직증명서다. '내려 오기전 전화했을 때는 그런 말이 없었는 데' 하면서도,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곳의 요구대로,  재직증명서(전학용)을 떼어 메일로 보내고 원본은 우편으로 발송하라 일렀다. 

 

또, 꼬맹이의 재학증명서가 필요하단다. 물론 떼오기는 했는 데 1학년으로 적힌  재학증명서이니, 3월3일이 되면 학년이 바뀌어 2학년이 된니, 다시 떼어오란다.  (하루 상관에, 이 무슨 해괴한.....) 속으로 투덜거릴려는 데, 이곳에서 3월3일 당일, 학교통신망으로  서울의 학교로 신청하면 된다고 한다. 

 

드디어 3월3일, oo교육지원청으로 갔다. 주차장부터 주차질서 도움이들이 설치는 것을 보고는,

 

"개학 첫날이라서 그렇나?, 학교도 아니니 입학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차요원의 도움으로, 2월28일에 갔었던, 중등교육지원과로 가니, 아무도 없다. 전원이 3층에서 전학관련업무를 본단다.

 

평소에, 부산으로 전학올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겠지? 생각하여 느긋이 갔더니, 세상에 백수십명이나 몰려 있다. 제법 일찍 간 우리도 두 자리수 후반부 순서. 한 명당, 전학업무처리에 엄청시간이 걸린다. 대부분 서류미비, 조건비미로 어딘가에 다시 연락하고 교육청 관계자들끼리 수시로 묻고 확인하고... 시간이 한정없이 흘러간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어제 이곳 직원이.  말한 재학증명서 재발급신청을 했다. 서울의 기존에 다니던 중학교 행정과에 전화하여, '여차저차, 2학년 재학증명서가 필요하다' 떼어달라 해놓고 기다렸다.

 

이곳 직원은 '아직 재학증명서 오지 않았나' 고 수차 확인이다. 슬그머니 부하가 치밀어 오른다. 재학증명서 떼는 데 뭔그리 시간이 오래걸리나?. 투덜투덜하는데, 꼭 2시간 반만에 자료가 왔다. 같은 교육기관끼리니 원본 전송채널이 있나보다. 어쨋튼,  자료가 왔으니, 이것으로 마무리 하자해서 수속밟으러 갔다.

 

전담직원이 2시간반이나 걸려 떼온  재학증명서를 보더니, 다시 떼어 오라한다. 2월28일까지는 1학년, 3월3일 2학년이 되었으니, 2학년 재학증명서로 떼어 오라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보내온 재학증명서를 다시보니, 1학년으로 되어 있다. 신학기로 날이 바뀌었으니, 2학년으로 변환되어야 하나, 반영이 안된 것이다. 이런 제기럴...또 몇 시간을 기다려?  

 

딸래미가 다시 전화를 한 시간이 12시쯤이다.  즉시 보내달라하니, '시스템이 아직 Update를 안되어서', '수기로 작성하여야 한다'.  '교감, 교장선생이 자리에 안계서서 도장을 찍어야 하는 데...' 딸래미한테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 놓더란다. 

 

그래 어디 내가 독촉해보지, 하고 바로 전화를 걸었더니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마도 그 새 식사시간이 되어 나간 것 같다. 

 

2시간 넘게 걸려,  보내온 잘못된, 재학증명서!   2학년을 1학년로 잘못 표기해서, 아라비아 숫자 한자 때문에, 이곳은  행정실요원과 우리를 또,1시까지 꼬박기다리게 한다?. 슬슬 부아가 솟아 오른다, 이곳 교육청 행정요원도, '세상에 그런 경우가 어딧노? 글자 한자 고쳐 보내주고나서 밥먹으러 가지... ' 하고 투덜댄다.

 

내가 하는 말이 그말이다. 해서, 이번에는 교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마침 어떤 선생이 받는다. 

 

"내 아무개 아버지요, 여차저차 해서 2시간반이 넘게 기다리게 해놓고, 다시 글자한자 실수 땜에 또 마냥 기다려야 하다니, 더구나 이곳 교육청 직원들마저 면접업무 때문에 식사도 거르고 대기하고 있는 데, 시스템 타령, 교감, 교장 선생님 부재 타령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식사하러 가버리고... 오늘 같이 입학식, 전학업무가 몰리고  겹치는  날, 한해 두해 늘상 있어온 일일 것인데,  이런 일을 예측못했다는 말인가? 

 

....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일하나?  교육기관이 권력기관도 아니고,  말단부터 이 모양인가? 전학근거가 명백하고, 부모가 직접 수속을 밟고 있는 것이 명백한데도, 이런 일에 교감, 교장 결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

 

명백히 그쪽에서 실수를 저질러 놓고... 도대체 어느 나라 교육행정이 이 따위인가? 너무 편해서, 피곤해보고 싶다는  건가?  그렇더라도, 오늘 같은 날 기다리는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지!"

 

하도 부하가 치밀어서, 엉뚱하게 교무실에 남아 있던 선생님에게 불만을 쏟아 부었다.

 

"아예, 죄송합니다.  말씀 잘 드리지요...."   

 

그래도 교육기관이라 그런지, 막가는(?)  내 호통에, 그저 죄송하다는 말뿐.  

 

약 한 시간정도를 기다려, 다시 행정실로 전화를 했다. 여직원 목소리다. 

 

"오전에 전화한 모모 학생의 아빠입니다. 오전에 전화받은 분입니까? " 하자, 그렇다고 한다. 이에, 아까 교무실 선생님께 퍼부었던(?) 호통을 반복했다. 약간 더, 데시빌을 높여. 

 

"죄송합니다"  아마도 교무실 선생으로부터 한소리 들었는지, 죄송하다 연발이다.

 

'10분안에 재학증명서 보내주라' 했더니, '그리하겠다' 한다. 약10분 지나자, 출력물이 내눈앞에 대령한다. 진즉에 그리 할 일이지!

 

강당에 모아놓고 백수십명 전학수속을 밟았는 데, 우리가 가니 몇 명밖에 안남았다. 그 실랭이 치는 동안에  수속이 다 끝난 것이다. 목소리 데시빌을  높이는 바람에 그나마 그정도에 끝난 것이리라. 

 

드디어, 학교를 배정받고, 그 학교로 가기 위해 교복을 사러 갔다. 교복도 재고가 바닥이나서 어딘가에 다시 연락하여 가져오고 바지 길이를 조정한다고 법석을 떤 후,  배정된 학교 교무실로 찾아가니, 오후 3시반,  '여차저차 이곳 학교로 배정받아왔다' 신고하여, 반과 번호를 받았다. 담임을 뵙고 갈려 했더니, 오늘따라 조퇴란다. 입학식날 뭔 조퇴? 하는 수 없지.

 

그때가 4시 경, 새로 이사간 숙소를 나온지, 7시간.  아빠가 직접 수속을 챙겨도 그 모양이니, 그렇찮았으면 날을 넘길뻔 했다. 딸래미 혼자 보내서 될 일이 아니였다.  

 

우연찮은 기회에, 전혀 안해도 될, 아주 단편적인 교육행정 일면을 경험해보지만, 세상의 흐름, 세상의 변화와 어울리지 않는 비효율 행정이 많은 것 같다. 행정여직원의 실수뿐만이 아닌 것이다.  위장전입등 골치 아픈 사례도 비일비재하겠지만, 시스템 타령도 그렇고, 부모가 직접 수속을 밟는데도, 이것저것 뭔 서류가 그리 많은지? 어떤 때는 주민등록등본을, 어떤 때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어떤 때는 재학증명서를..... 

 

내 처럼 사전에 전화면담하고 가도, 실제 상담시 요구자료가 틀리는 것도 있다. 원리원칙대로 라면, 사전에  전학지로 내려가서, 여유를 가지고, 전입신고를 하여야 될 것같다. 혹시 서류가 잘못되면, 서울로 다시 오던지, 날을 넘겨 프로세스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새 세상의 흐름에 맞지 않는, 스마트하지 못한 절차고 처리라 생각된다. 아니면, 회갑이 넘어,  중학 전학생을 둔 내가 주책인 것인지! 교육감을 직선해서,  그런지 친절함은 그런대로 봐 줄만하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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