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56장에,
[知者不言, 言者不知,....
'참으로 아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을 말로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이 아는 것을 말로 드러내는 사람은 참으로 아는 사람이 아니다'.
나아가 참으로 아는 사람은 자신의 지덕(知德)과 재기(才氣)를 감추고
속세와 어울린다]
백거이는 이를 빗대어, 시를 지어 노자를 비꼬았습니다.
[言者不智智者默, 此語吾聞諸老君. 언자부지지자묵, 차어오문저노군.
若道老君是智者, 如何自著五千言 약도노군시지자, 여하자저오천언
'말하는 자는 알지못하고,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노자에게서 들었다.
만약 노자가 도를 정말 안다면, 어찌 스스로 <도덕경>을 지었겠는가?]
노자가 도덕경을 지어 놓고, 쓸데없는 짓을 했다 후회한 감정을
백거이는 따끔이, 파고 들었군요,
아마도, 백거이는 자신을 知者라 생각 했던지, 이른바 知者들을 대표해서
[知者不言, 言者不知....]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 했을지도.
만약에, 노자가 아래처럼, 글을 썼다면,
'(도를) 아는 사람은 (도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 (도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은 (도를) 모른다'
백거이가 그런 시를 썼을까?
백거이는 앞쪽에 '도를', '도에 대하여'가 생략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백거이의 비꼼을 생각했다면, 노자는 어찌 노덕경을 남겼겠습니까?
聖賢들의 생각들도 이럴진데,
바깥으로 표출되는 글을 쓴다는 일은
뻔뻔스런 작업일지도 모르지요.
이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나자신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유 전회장의 글을 읽고, 문득 도덕경 56장과 고사을 더올리며,
그동안 수백통의 글을 동기 홈페이지에 올린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나 자신 얼마나 뻔뻔스러웠던지?
나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니,
'글쓰기가 어렵다'는 유전회장의 글이 오래간만에 접하는 명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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